"오늘 빨래 하는 날이네?"
"빨래하는 날인데 녹화 왔어!"
"빨리 돌아가서 빨래해야 하는데!"
"온통 빨래 생각밖에 없어요."
"세제를 뭘 쓸까..."
"난 너 빨래하는 날밖에 몰라!"
빨래 이야기를 이렇게 살리나? 정아를 빨래를 가지고 놀리는 것을 두고 아주 이른 새벽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나나는 집에서 빨래를 한다고 하고, 결정적으로 가장 기분이 그렇다는 토요일에 유이,
"걸그룹 빨래 이야기는 처음 다루어 보지 않나?"
역시나 김구라,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박가희가 멤버 가운데 혼자 방을 쓴다니까,
"아주 선덕여왕이야!"
손담비가 하이힐 신고 잔다니까,
"집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미러볼 있고, 하이힐 신고 자고..."
"7번 방에서 자는 것 아냐?"
신정환은 자잘한 깨알같은 애드립이 강하다. 김구라가 굵고 센 애드립이라면 신정환은 슬쩍 꼬집듯 애교섞인 애드립이다. 신정환이 죽으면 김구라도 같이 죽는다.
"오리발도 평발이야!"
"오리발은 아니에요."
"네가 뭘 알아?"
"넌 뭘 아는데?"
역시나 윤종신의 주워먹기,
"왜 어린이 팬을 잡으려고 개그를 해요."
하긴 나나의 표정연기에 대놓고,
"하지마!"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겠어요!"
이러고 말할 수 있는 예능이 달리 어디 있겠는가.
"똑같은 영상이 아닙니다."
짓는 표정이 같다고.
아마 이번 라디오스타에서 가장 살아난 멤버가 아닐까. 별로 웃긴 건 없는데 어눌한 게 매력이 있다. 뭔가 붕 떠있고 허술하고 어색하고 그런데 그런 것이 신인다운 - 연예계의 때가 묻지 않은 풋풋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아직 때가 덜 묻었어요."
"순수한 친구입니다."
윤종신과 김구라의 말에 동감.
정아도 독특한 캐릭터를 잡았다. 신정환이 말한,
"정아씨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입니다."
뭐랄까 답답함? 굉장히 착해 보인다. 성실해 보이고. 나나와는 또 다른 어눌함으로 역시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려 소리를 지르며 연습했다 했을 때 MC들이 한 번 해보라 시키니 뺀다. 그러자 친절하게 깐족거리는 김국진이 나선다.
"이제까지 한 게 뭐가 있다고!"
"반지만 무지하게 봤어요!"
"그거(반지) 어디서 샀어?"
"제발 좀 해 봐!"
하지만 정아는 시도하다 말고 어색한지 멈추고,
"정아는 나쁜 여자야!"
"정말 나쁜 여자야!"
이렇게 대놓고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하는 게 없기는 앉아 있었잖아요!"
"3시간동안 앉아 있기도 힘들어요!"
"정아씨 옷의 선만 따라가고 있었어요."
어눌함은 어눌함대로 소재가 된다.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은대로 소재가 된다. 한 게 없으면 또 한 게 없는대로. 라디오스타는 게스트가 아닌 MC가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맞다. 게스트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MC들의 컨디션과 호흡으로 살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살고 죽고는 MC에 달려 있지 게스트에 달려 있지는 않다. 하지만 덕분에 정아에게도 어늘한대로 나름의 독특한 캐릭터가 부여된다. 호감이 된다.
나나가 거의 마지막에 말한다.
"다음에 또 나오고 싶어요."
예의상으로라도 그러라고 해 줄 수도 있으련만,
"무슨 말이세요?"
"그러지 마!"
"안 돼! 안 돼!"
"앞으로 5년 동안은 나오지 마세요!"
하지만 이렇게 어눌한 처자는 이렇게 또 독하게 쳐줘야 확실하게 살아나니까.
하여튼 1분 1초 멈추지 않고 계속 터졌던 회차였다. 지루함 없이 작은 꼬투리마저 MC들은 놓치지 않고 웃음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감 없는 게스트였기에 더 훌륭한 먹잇감이었는지도.
라디오스타는 보고 자려다가 술기운에 그냥 뻗어자고 새벽에서야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새벽시간에 미친 놈처럼 웃었다. 아직 무릎팍도사는 못 봤는데. 적당히 쓰고 운동 나갔다 와야겠다. 재미있었다.
역시 라디오스타였다. 진정 이들 네 MC는 예능계 최고의 호흡이다.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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