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박칼린 감독의 매력...

까칠부 2010. 7. 25. 18:56

내가 항상 말하는 버라이어티 이론이다. 사람이 재미있어서 웃는다. 사람이 좋아서 웃는다.

 

긍정적이다. 낙천적이다. 어쩐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말을 재미있게 하고 하는 행동이 웃겨서가 아니라 그런 기분 좋은 유쾌함이 좋은 것이다.

 

내가 박칼린 감독을 주목한 이유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 리액션도 훌륭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녀에게는 긍정이 있고 낙천이 있다.

 

하긴 바로 그런 게 리더십이라는 거다. 김태원과는 또 다른 리더십이다. 김태원의 리더십은 엄정하고 냉철한 비관에서 나온다. 철저히 치고 깎은 다음 그 위에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할 수 있게끔 이끄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게. 넘치지 않게. 그의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반면 박칼린 감독의 리더십은 긍정과 낙천의 리더십이다. 물론 엄정하고 냉철한 판단은 같다. 그러나 그것은 긍정에 기반한다.

 

"우리가 망쳐봐야 얼마나 더 망치겠어요."

 

김태원이라면 아마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정하여 그에 맞춰 목표를 설정했겠지. 그러나 박칼린은 굳이 그것을 다 이루어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말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거기에는 할 수 있다는 긍정이 있고 낙천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

 

그녀의 웃음이 기분이 좋은 이유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토록 유쾌한 이유다. 왜 이경규가 그녀에게 꼼짝을 못하는가. 이경규의 어떤 공격도 그녀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에 대한, 주위와 모든 것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사람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두려움도 좌절도 절망도...

 

하긴 여건이 다르기는 하다. 김태원에게 주어진 것은 남자의 자격 일곱 멤버가 전부. 하나같이 악기라고는 다뤄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그에 비하면 박칼린에게 주어진 것은 오디션을 통해 그 실력과 가능성을 검증받은 23명과 합창에 익숙한 네 명이 더해진다. 아마 박칼린더러 남자의 자격 멤버 일곱명만으로 중창단을 구성하라 했어도... 그래도 말했겠지?

 

"우리가 노래를 망쳐봐야 얼마나 망치겠는가?"

 

과연 최고의 목표를 설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믿고 즐기면서 일정 수준에 이르는 것과, 할 수 있는 만큼을 이루고 그 안에서 최대를 이루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 글쎄...

 

정동하가 떨어질 것이라고는 조금은 예상했다. 정동하의 목소리는 개성이 너무 강하다. 박칼린의 말처럼 정동하가 들어간다면 그 개성을 죽이는 것만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상당히 평범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튀지 않으면서도 자기 파트를 소화할 수 있는 멤버들이다. 이 역시 차이겠지? 그런 점에서 락밴드와 합창은 다르다. 서로 튀는 개성이 튀는대로 조화를 이루는 밴드와 그것이 하모니로 하나로 녹아드는 합창과는. 밴드는 불협화음조차도 밴드가 된다.

 

어쨌거나 참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바로 이런 게 버라이어티라는 것일 테지만. 원래 버라이어티란 말이 재미있고 행동이 웃겨서가 아니라 사람이 재미있고 사람이 좋아서 웃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박칼린처럼. 멋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음식이 하늘에서 떨어지냐?" 이것 재미있겠다. 매니저와 오랜 친구와 연인의 일반인 친구와 딸과 존경하는 선배님...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자기가 만든 요리를 대접한다. 직접 재료를 구하고 다듬고 준비해서 조리법까지 일일이 알아내서.

 

음식이란 정성이다. 그냥 요리를 만든다.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 먹인다. 그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 요리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 그리운 것은 바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대단한 요리를 먹고 나서도 결국 집맛을 떠올리고 마는 것은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남자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내들에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일 테고.

 

적절한 주제에 그에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을 터다. 과연 요리를 사이에 둔 남자들과 그 친인들과의 이야기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기대되고. 흥분되고. 어떻게 일주일을 기다리는가.

 

그나저나 확실히 합창편을 보면서 깨닫는 것은 역시 노래만 잘한다고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신보라의 목소리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러나 과연 신보라가 솔로로 가수로 데뷔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남다른 노래실력을 들려준 신인가수며 무명가수들 역시. 서인국이야 이미 잘 나가는 터이고.

 

씁쓸하다기보다는 바로 이런 것이 현실이랄까. 20년 전에도 있던 이야기다. 10명 가운데 한 명은 노래를 잘 한다. 그렇게 열 명 모아놓으면 또 한 명은 가수가 될 만하다. 그리고 그런 가수 열 명 모아 놓으면 진짜 놀랄 정도로 잘하는 한 명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스타가 되는가.

 

스타란 타고나는 것이다. 실력 이전에 이미 스타로서 타고 나고 그 위에 실력이 더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그래서 귀는 즐거웠지만 과연 이들이 남자의 자격을 통해 더 날아오를 수 있을까.

 

파업 여파인지 어딘가 엉성한 자막이며 편집이 무척 눈에 거슬렸다. 여전히 남자의 자격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 빠진 느낌? 밴드도 보여주어야 할 터인데.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앞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어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도.

 

날이 무척 덥다. 느즈막이 더위가 꺾이려는 시점에 잠시 더위를 잊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