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정진의 거취에 대해서...

까칠부 2010. 7. 26. 23:19

내 리얼버라이어티 이론은 리얼버라이어티란 결국 관계라는 것이다. 단지 어떤 캐릭터다. 어떤 인물이다. 그보다는 그와 다른 멤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만들어져 있는가. 전체적으로 그들은 어떤 색깔의 팀을 이루고 있는가. 마치 정교하게 짜 맞춰진 퍼즐과 같다. 퀼트이기도 할 것이다.

 

당장 이정진이 남자의 자격에서 빠진다. 사실 그렇게 크게 그 자리가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지난주도 이정진이 녹화에 빠졌다고 하는데 그 빈 자리가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정진이야 있거나 없거나. 하긴 예전 김태원이 병원에 입원하느라 빠졌을 때도 그랬다. 아, 김태원이 빠졌구나...

 

하지만 과연 이정진 없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체력이 필요한 미션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남자의 자격에서 체력이 받쳐주는 멤버가 김국진,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 하지만 그 반대편이 평균 이하는 커녕 최악의 체력을 자랑하는 이윤석과 김태원이 있다. 그들을 받쳐주는 것이 김성민과 이정진 두 배우들이다. 지리산을 오르는 미션에서 이정진이 보여준 세심함은 다른 멤버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만 있을 때가 아닌 외부로 프로그램을 넓혀가려 해도 마찬가지다. 잘생긴 미남배우로서의 이정진의 존재감은 굳이 웃기지 않더라도 그러한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항상 크게 두드러지고 있었다. 단지 잘생겼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이경규의 말마따나 조명이 하나 더 있는 듯 남자의 자격에 하나의 색깔을 더해주던 존재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정진이 빠지게 된다면 김성민과 이정진 사이의 묘한 긴장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김성민은 이정진의 대중적인 인기를 부러워한다. 이정진은 김성민의 예능감을 부러워한다. 서로 어느 정도 의식하고 질투하는 부분도 있다. 성격적으로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신뢰도 있다. 그래서 김성민과 이정진을 함께 세워 놓으면 크게 웃기지는 않아도 소소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아내가 사라졌다에서 유이의 사진을 가지고 둘이 만들어가던 상황극 아닌 상황극이나, 대학신입생이 되면서 서로 다투던 장면들이나, 마라톤에서 중간에 만나 귤과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던 장면 같은 것들.

 

이정진이 빠져도 문제지만 이정지늘 대신할 새로운 멤버를 들여도 문제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겪고 있고 겪고 있는 문제다.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멤버 하나가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이 얼마나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해치는가. 이정진이 빠지고 나면 그 빈자리야 어떻게 메우더라도 새로운 멤버로 인한 어수선함과 위화감은 어찌 해결할 것인가. 남자의 자격은 더구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진정성을 그 장점으로 내세우는 프로그램이다. 스케줄 때문에 이정진이 빠지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도 프로그램 안에 제대로 녹아들 수 있을까.

 

하긴 모두가 아는 바다. 그래서 사실 기자는 논란이라 했지만 모두들 말도 안 된다 웃어 넘기고 있었다. 기자가 논란을 만든다고. 도대체 누가 이정진더러 빠지라 했다는 것인가. 이미 남자의 자격 일곱 멤버는 한 형제처럼 시청자들과도 끈끈하게 엮어 있는데. 한 사람만 빠져도 그건 남자의 자격이 아니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이렇게 매번 이정진이 남자의 자격에서 빠질 수는 없으니 문득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이정진에게만 혼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따로 미션을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숙제와 같은 것이다.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다른 멤버들과 함께는 못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다른 멤버들이며 시청자들에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과제를 숙제처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도 조금 버거울까?

 

하여튼 참 별 게 다 논란이다. 정작 논란을 일으킨 사람은 없는데 기자가 논란을 만들고 또 거기에 휘말리며 이정진 자신은 물론 남자의 자격까지 휘말리고. 이정진의 직업이 배우인 이상 배우로서 촬영 때문에 프로그램을 빠지는 것도 리얼리티가 아닌가. 그것을 어떻게 살리는가가 문제지 빼라마라. 웃기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정진에게 따로 미션을 준다면 무엇이 좋을까? 로케이션 촬영이라고 하니 현지사정에 맞는 독특한 미션이면 좋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멤버들이 이정진을 찾아가 현지에서 미션을 수행하거나. 방법이야 많을 테지만. 먼저 그러자면 KBS파업부터 해결되어야겠지. 그게 우선일 것이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