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너무 많다. 너무 노래를 잘 부른다. 과연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그만큼 노래를 부르는가. 아무래도 하모니를 이루려면 기존의 멤버들과도 얼추 밸런스가 맞아야 할 텐데.
사실 처음 미션이 공개되었을 때 내가 기대한 것은 지난주 출연한 행정직원이나 오늘 나온 조명감독 같은 순수한 아마추어였다. 혹은 조혜련이나 박슬기 같은 전혀 기대 않던 자원이거나.
그런데 태반이 가수다. 밴드고, 보컬이고, 개그맨도 진지하게 합창을 하고 싶어서 나왔다기보다는 순전히 홍보 목적이다. 진지하게 합창이 하고 싶어 나온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물론 예능에 출연하는 입장에서 자기를 알리고 싶은 것이야 당연하다. 영화촬영이 한창일 이정진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것이나, 김태원이 굳이 남자의 자격에서 망가짐을 자처하는 것도 결국 자신을 그만큼 알리기 위해서 아닌가.
하지만 그렇더라도 단지 미션을 연예인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가수 홍보용 프로그램이 되어 가는 것은...
하지만 또 그럼에도 기대하는 것은 어떤 럭셔리한 완성된 합창의 모습이다. 그래도 가수다. 기본적인 재능이 되고 트레이닝도 되어 있다. 어중이떠중이 아마추어보다는 확실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 줄 수 있을 터다. 아마추어더라도 아마추어를 넘는 지원자도 몇 있었다. 하모니를 단순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하모니의 완성을 추구한다면?
즉 두 가지 기대와 우려가 보는 내내 교차했다. 남자의 자격만이 갖고 있던 질박한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닌가. 서툴더라도, 못하더라도, 그래도 직접 부딪히며 도전하던 그런 질박함이, 자칫 가수 출신의 우월한 목소리에 가려 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들의 탁월함에 이제까지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미덕들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까지 남자의 자격에 없었던 어떤 완성된 형태의, 단순히 도전하는 것을 넘어 어떤 미션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저들이 들려줄 목소리란. 저들이 만들어갈 하모니가 무척 기대가 되지 않는가?
문제라면 합창대회는 아마추어 대회겠지? 프로 가수들도 참가해도 되는 것인가? 그건 내가 또 출전자격에 대해 살펴보지 못한 터라. 가수더라도 일단은 합창에서는 아마추어인 것일까? 하긴 또 개인이 노래 잘한다고 합창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면서...
그러나 역시 그래도 박칼린 쯤 되는 전문가가 참가했다면 조명감독이나 행정직원 같은, 혹은 프로골퍼나 종합격투기 선수 같은, 어쩌면 조금 미숙하고 어눌한 진짜 아마추어들을 데리고 합창대회를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주제에 맞게 남자들을 대상으로. 보통의 평범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그것은 이제까지의 남자의 자격이 보여주었던 모습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아쉬움이다. 나와 같은 보통의 남자들의 이야기였으면. 어떤 대단하고 멋진 화려한 연예인들이 아니라.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것이 원래 이게 한 회 분량이었구나. 너무 늘어진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오디션 장면이 너무 길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주까지 보고 나니 이것을 한 회로 편집했으면 딱이었겠다.
사족이 많다. 맥이 끊기고 지루하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밀도있는 편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파업이라. 정작 피디가 파업으로 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말 누구 때문에 이 좋은 프로그램을 이렇게 허술하게 즐겨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남자의 자격 피디를 비롯 KBS 신노조의 파업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빌며 이런 정도야 받아들이련다. 더 나은 KBS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더 나은 더 믿을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니. 남자의 자격이야 앞으로 다음에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니까.
아무튼 지금도 고민이다. 남자의 자격만의 질박함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제까지 없었던 럭셔리함을 반가워해야 하는가. 남자의 자격만의 고유성인가. 아니면 의외성과 변화인가.
결국은 실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어떻게 연습하고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가를 듣고 판단한 일이라 하겠다. 과연... 그들이 만들어낼 하모니란. 그리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그 안에서의 역할과 모습이란.
그리고 오디션이 끝나고 총평을 하면서 박칼린이 말한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딴 짓 하게 되는 사람과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해도 집중하게 만드는 사람... 아마 나도 몇 번 말했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게 스타일 것이라고.
노래를 잘해서 스타가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니 스타다. 연기를 잘해서 스타도 아니고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보게 되니 스타다. 스타란 빛이 나는 존재다.
물론 오디션에서 그런 스타를 뽑자는 건 아닐 게다. 다만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이상의 그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런 부분일 것이다. 합창을 하더라도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닌 주위를,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매력에 대해.
과연 박칼린과 같은 전문가의 눈에 들어온 그같은 존재감이란 어떤 것일까. 기대가 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TV와 직접 듣는 라이브는 또 전혀 다르니. 누구일까? 밝혀질까? 과연...
지루했다. 그리고 산만했다. 그다지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없고, 남자의 자격다운 공감대도 없고. 하지만 아쉬움과 함께 찾아드는 어떤 기대감이란... 일단 두고보기로 한다. 아직 중간이고 과정일 뿐이다.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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