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 간만에 무한도전을 챙겨보았다. 그리고 그제 역시 간만에 제대로 남자의 자격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이란 이렇게 닮았으면서도 다르구나.
전체적인 포맷이나 컨셉은 비슷하다. 일곱 명의 별 볼 일 없는 남자들이 모여 매주 주어지는 과제들을 하나하나 수행해 나간다. 하지만 비슷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무한도전은 관계 위주다. 어떤 과제가 주어져도 결국 무한도전의 이야기란 멤버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다. 유재석과 박명수와, 박명수와 정준하와, 정형돈과 노홍철과, 길과 노홍철과,
반면 남자의 자격에서의 이야기란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남자의 자격에도 캐릭터가 있다. 관계가 있다. 과제가 시작되기 전 남자의 자격에서도 그러한 캐릭터와 관계를 전제로 한 토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일단 과제가 시작되었을 때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각자 개인이 되어 과제를 맞는다.
아마 때때로 무한도전과는 달리 과제에 따라 멤버들을 찢어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경규에 의존하는 김태원조차 이경규와 떨어져 따로 과제를 수행하는 적이 그렇게 많았다. 다른 멤버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캐릭터를 연기하고 관계를 이어간다.
그래서 보고 나서도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들의 말과 행위들이. 지극히 캐릭터지향이다.
그에 반해 남자의 자격은 보고 났을 때 과제에 대한 것들이 인상에 남는다. 멤버들이 어떤 말과 행동으로 어떻게 웃겼는가 하는 것보다, 그 과제에 대해 누가 더 충실했던가. 누가 더 충실하게 그 과제에 임했던가.
예능으로 보자면 완성도는 무한도전이 더 높다.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러나 과제가 주는 의의에 대해서는 남자의 자격 쪽이 조금 더 집중력이 높다. 무한도전이 예능에 더 가깝다면 남자의 자격은 교양에 더 가깝달까?
확실히 보고 있으면 그렇게 비교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를 잊지 않고 그것을 살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무한도전과, 과제에 임하는 멤버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남자의 자격과. 사실 무한도전을 보면서는 큰 웃음을 기대해도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는 그렇게 큰 웃음을 기대하지는 않지 않은가. 웃음보다는 어떤 깊은 감동을.
아마 뜨거운 형제들이 남자의 자격과 공존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뜨거운 형제들은 남자의 자격과 그 추구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뜨거운 형제들이 추구하는 것은 예능으로서의 그 원초적인 재미다. 한정없이 웃고 떠드는 예능의 본모습이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은 조금 멀리 가 있는 변종이다. 과연 둘 중 누가 시청율 경쟁에서 이기는가에 앞으로의 예능의 방향이 결정된다고나 할까.
러닝맨은 아직 보지 못해 말을 못하겠다. 오늘쯤 한 번 볼까 생각하는데 이건 또 어떨지. 아무튼 비슷한 포맷에 비슷한 컨셉이어도,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의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추구하는 방향이 이렇게나 다른 것이다. 보여지는 재미가 이렇게나 서로 다른 것이다.
출연자가 다르니까. 제작진도 다르니까. 무엇보다 남자의 자격은 무한도전이 아니니까. 무한도전도 남자의 자격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이기에,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이기에, 그렇게 사람들은 애써 굳이 이 두 프로그램을 기다려 챙겨 보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전문예능인들로 인해 프로다운 냄새가 나는 무한도전과 전문예능인보다는 겸업이 많아 아마추어의 냄새가 아직까지도 진한 무한도전과,
어느 프로그램이 더 나은가. 그건 각자 취향에 따른 판단일 뿐이다. 작년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두 프로그램 사이의 차이란 거의 없다. 취향의 차이와 개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남자의 자격도 재미있고. 무한도전도 재미있고. 물론 남자의 자격에 대한 편애는 있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말했던 취향의 차이다. 개성의 차이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다.
재미있다. 토요일, 일요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즐겁게 웃고 깊이 감동할 수 있다.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대단한 프로그램들이다. 출연자도. 제작진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 시간들에.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박칼린 감독의 매력... (0) | 2010.07.25 |
---|---|
남자의 자격 - 질박과 럭셔리의 경계... (0) | 2010.07.18 |
남자의 자격 - 합창대회의 기억... (0) | 2010.07.12 |
남자의 자격 - 최고의 남자의 자격이 될 것 같다! (0) | 2010.06.30 |
남자의 자격 - 월드컵이란 어차피 끝났다는 분위기라... (0) | 2010.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