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한도전 - 타이거굴과 7집 가수 박명수의 진가...

까칠부 2010. 8. 8. 07:25

지난주도 느꼈다. 정작 쓰면서는 까먹었는데, 바로 저게 타이거굴이구나.

 

기억하는 사람 있을까? 70년대 타이거마스크라는 전설적인 일본만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두호 선생이 해적판으로 베껴 그린 바 있어 아마 소년중앙을 통해 소개되었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고아들을 모아 어려서부터 지옥훈련을 시켜 살아남은 아이들로 하여금 지하세계 레슬링에 출전시키는. 타이거마스크는 바로 그 타이거굴의 생존자이면서 타이거굴의 배신자였다. 아마 애니메이션으로는 꽤 시리즈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을 못하겠다. 언제적 거냐?

 

아무튼 그 타이거굴이라는 것이 인상이 무척 강해서 90년대 장태산 선생의 복면X였던가? 레슬링 만화에도 오마쥬되고 있었다. 무협소설에서도 고룡의 유성호접검과 더불어 고아들을 모아 가혹하게 훈련시켜 생존자를 걸러내는 어떤 한 유형을 만들기도 했고 말이다. 아마 지금도 그런 유형의 작품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 않을까. 얼마전에도 비슷한 것을 하나 보았는데.

 

역시 프로레슬링이란, 아니 프로스포츠란 그런 피튀기는 지옥훈련을 한 번 쯤은 거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옥훈련의 백미는 역시 동료를 찍어누르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마지막 링에서 침낭에 들어가 자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손스타와 제작진에 의해 깨어나 다른 멤버를 모두 링아웃시킨 생존자 한 사람씩 침실에서 따뜻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잘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한 생존경쟁에 응하지 않았을 때 가해지는 가혹한 제제 역시. 뒤늦게 동참해봐야 도리어 제제만 당할 뿐.

 

하여튼 역시 무한도전의 힘이란,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어디 손 놓고 가만히 있느냐?"

 

박명수, 정준하, 길이 지난주 승부에서 진 댓가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유재석 이하 정형돈과 노홍철도 결코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 아무것도 없이도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놀 수 있구나. 공차기와 휴지통농구, 벽차고 점프, 확실히 출연료 나가는데 가만 놀려두는 건 안 되는 거지. 마지막 벽차고 점프에서 패한 정형돈과 그 앞에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했다.

 

다만 아쉽다는 건 바로 이어진 아이돌편에서 보컬트레이닝이니 댄스트레이닝이니 연습하는 장면이 자못 프로레슬링과 겹치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도전하고 도전을 위해 연습한다. 그를 위해 멘토가 참가하고. 단지 프로레슬링과 보컬과 댄스라는 차이가 있을 뿐. 솔직히 그것 때문에 조금 지루했다. 예능으로서 결코 적절한 프로그램 구성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보컬트레이닝과 댄스트레이닝의 실전을 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보컬의 여러 테크닉에 대해서, 기초에 대해서, 그리고 춤에 대해서도.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다 늙은 아저씨들의 어수룩한 서툰 모습이라는 것도 그 자체로 개그가 되었고.

 

그리고 그런 가운데 역시 놀란 것이 보컬트레이닝 과정에서 드러난 박명수의 진가일 것이다. 음역이 좁아 그냥 개그맨 취급을 받고 있지만 7장의 음반이라는 것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하하와 길이야 현역 음악인이라지만 - 하긴 박명수도 음악인이라면 음악인이다. 취미라기에는 항상 꾸준했고 나름 최선을 다한 음악을 내보이고 있었으니. 숨겨진 - 이라기에는 드러나 있었으되 무시하고 있던 박명수의 가치가 확인되었달까?

 

마지막 오렌지캬라멜의 안무를 따라하며 프로모션 비디오를 찍는 장면은 민망의 극치였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눈이 침침해지고, 모니터를 끄고 숨을 골랐다. 이걸 과연 끝까지 봐야 하는가.

 

하지만 나나는 역시 길었고, 리지는 수수했고, 레이나는 귀여웠다. 이런 컨셉에 어울리는 아이돌도 아마 이들 뿐일 듯. 나나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역시 여자도 길이가 중요하구나. 누군가 딱 5센티만 더 컸어도 가창력따위는 문제도 아니었을 텐데. 5센티미터가 그리 아쉽다.

 

아마도 아이돌 전성시대에 아이돌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이 어떻게 무대에 서고,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접근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보컬트레이닝도 받고, 댄스도 트레이닝받고, 이미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기초를 갖추고, 다시 연습생이 되어 보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완성되어가는. 그리고 나서도 개인생활이란 없는 그런 리얼한 모습들을. 오해하기 쉬운 대중들이 보다 올바로 아이돌에 대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아니면 말고.

 

뭐랄까... 아무튼 재미는 있었다. 항상 기본적인 재미는 되는 무한도전이니까. 다만 무리하게 구성 자체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고, 약간 허술하게 늘어지는 점이 없잖아 있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길의 무리수도 이렇게 살리는구나. 역시 일곱 남자의 다른 개성 서로 다른 예능이 무한도전의 맛이다.

 

즐거웠다. 다음주가 기대된다. 다음주는 과연... 솔직히 조금 불안불안하지만. 하지만 무한도전이니까.

 

다시 보기 시작하기를 잘했다 생각한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