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걸 - 왁자하다!

참 면면이 화려하다. 노사연과 신봉선이야 예능하라고 불러다 놓은 멤버고. 정가은만 해도 어디 가면 돌아볼만한 미녀다. 서인영이나 나르샤나 내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유인나, 홍수아, 박가희, 이진, 아이유, 니콜, 지연은 하나같이 보기만 해도 즐거운 미인들이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 미인들만 나오는 예능이란.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웃기는 것이야 노사연과 신봉선만으로 충분하니까. 나머지야 그저 자리만 차지해도. 아이유와 지연, 니콜의 병풍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것 없는 것이 그들이야 말로 있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존재가 아닌가. 아이유는 어제 태양의 사진을 붙인 튜브를 건져올릴 때처럼 필요한 때 그 나이또래 다운 순수함과 발랄함, 에너지를 보여주면 그만이다. 귀엽고 상큼하고 아름답고.

 

지연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사이 보여지는 그 또대다운 수더분함이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니콜이야 특유의 풍부한 표정에서 나오는 재미만도 무척 쏠쏠하고. 굳이 말을 잘하거나 행동을 잘할 필요 없이 잠시잠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다 한 셈이다. 그것이 젊은 그네들이 같은 가장 큰 강점이다.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뛰어다니고, 그저 밥을 비벼 먹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마지막 해양경찰들의 투표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그 결과가 매니저에 의해 드러날 때, 먼저 집으로 돌아가는 지연을 질투하며, 또 노사연이 순위 안에 들어 매니저 차를 타고 돌아가자 남은 서운함을 드러내던 아이유의 모습이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유인나는 그런 점에서 영웅호걸이 발굴해낸 인재다. 이 아가씨는 진짜 쳔연이다. 전문용어다. 아마 일본 만화나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뭔 말인지 알 것이다. 계산이 없다. 생각이 없다. 악의가 없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스런 백치미랄까? 하는 짓이 엉뚱하고 서툴고 가끔 민폐인데 악의가 없다 보니 밉지 않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런데 의외의 강점도 보이고. 계산하고 하는 플레이면 가히 연기자라 할 테고, 말 그대로 천연이면 이야말로 여자연예인으로써 최강의 캐릭터라 할 것이다. 다만 얼마나 그것을 잘 보호하여 희소가치를 유지하는가. 자칫 잘못하면 빠르게 소모될 수 있는 약점도 있다. 순수함은 그만큼 빨리 소모된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괜히 홍수아 샌드위치하는 곳에 끼어들었다가 인질이 되어 협박당하고, 협박당한대로 순순히 대게를 훔쳐다 주고서는 들키자 협박당한 사실을 과장해 팀원들에 이르던 장면. 참 얄미워야 할 텐데. 하지만 그것이 그리 귀엽게만 보인 것은 그녀의 천연으로써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전혀 악의없이 저질러지는 그같은 서툰 모습들이. 웃음이 절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홍수아의 건강함과 대비되는 서툰 모습 역시 매력이다. 지난주는 퀴즈를 못 맞춰 노사연에게 찍히더니만 이번에는 비빔밥을 제대로 못 비벼 제대로 망신이다. 누구도 먹지 않는, 그저 밥만 늘어나는 비빔밥이라. 그러나 미인이 갖는 서툰 모습이란 단지 엉뚱함이며 색다른 매력일 뿐. 그것은 주위에서 적절히 괴롭혀주며 약자로서의 보호하고픈 매력을 느끼게 한다. 약간의 푼수끼가 그리 매력적인.

 

이진은 굳이 더 나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원조요정이라는 것만으로도 막강한 캐릭터다. 단지 가끔 나와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기대를 깨는 짧지만 굵은 인상적인 모습만 보여주어도 그녀로서는 충분히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핑클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단지 그녀가 나오나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

 

이미 예능을 위한 멤버는 확보되어 있다. MC로써 이휘재와 노홍철이 있고, 노사연과 신봉선, 정가은, 서인영이 그 역할을 할 터다. 망가지는 것이야 그녀들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녀들이 집중적으로 망가지며 웃겨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단지 그에 편승하여 자기의 본연의 모습만 보여주면 좋지 않은가. 아니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써 이들이 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할 수만 있어도 좋지 않은가.

 

그저 왁자하게 떠들기만 해도 좋다. 와글거리며 떠들고 뛰어다니기만 해도 좋다. 그것을 살려줄 중심이 존재한다. 이휘재나 노홍철이나 실력있는 MC이고, 노사연 이하 예능 멤버들도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이들이다. 스스럼없이 망가질 줄도 알고, 또 다른 이를 이용할 줄도 안다. 떠들고 놀고 사고를 치고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그러면 그 안에서 분량이야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는가.

 

그래서 예능감이 부족하다고 앞서 언급한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뜨이지 않았던가.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자기 존재를 내보였다. 굳이 예능을 하려 더 웃기려 해서가 아니라 그런 가운데 보여지는 매력들이. 그녀들은 연예인이고 이미 검증된 매력으로써 영웅호걸에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가 재능이며 예능감이다.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이미 그녀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므로.

 

하여튼 그래서 그렇게 웃었던 모양이다. 민낯 드러내는 거야 그동안도 질리도록 해 온 것이니까. 그러나 단순히 민낯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아침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아가씨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 훈련을 마치고 다시 뻗어 자는 모습까지.

 

그리 기대했다가 황당해 하고는 단지 사진이더라도 미남연예인을 쟁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모습도. 물론 계산된 예능이기는 했지만 그런 필사적인 모습들이, 부딪히고 뒹구는 모습이라는 것이, 어떤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가, 활기가, 유쾌하고 즐거웠달까? 단지 억지로 예능을 시키려 하기보다 그럴 수 있는 마당만 만들어주면 저렇게 알아서 놀면서 분량을 만들어낸다. 더 웃음이 필요하다면 웃음을 만들어낼 멤버라는 것도 이미 준비되어 있고.

 

아마 최근 아이돌 - 아니 여자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운 버라이어티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가. 무엇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가. 결국 이런 타입의 버라이어티에서 주인공은 여자연예인 자신일수밖에 없다. 보여주어야 하는 것도 그 본연의 매력일 것이다. 더욱 사랑스럽게. 더욱 매력적으로. 자연스레 그리로 채널이 돌아가도록.

 

볼수록 매력적인,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지연과 아이유의 매력은 물론, 전혀 기대도 않던 홍수아와 유인나의 매력까지, 아직 박가희와 나르샤가 부진하기는 하지만 이진도 간만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서인영은 예능 캐릭터인가 미녀 캐릭터인가. 어쨌거나. 여름과 바다와 미녀는 너무 어울렸다.

 

확실히 앞으로가 기대되는 예능이다. 더불어 앞으로가 걱정되는 예능이기도 하다. 워낙에 한 번 데인 적이 있어서. 시청율에 급급해 할 경우 결국 지금까지의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구도란 억지웃음에 그대로 날아가 버릴 수 있으므로. 제발 초심을 잃지 말기를. 이대로만 계속 갈 수 있었으면. 만족스러웠다. 아직까지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