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나 강호동이나 이경규나, 한 마디로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이미 검증된 MC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경규가 라인업에서 실패하고 남자의 자격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들은 굴욕을 잘 당한다. 한 마디로 잘 당해준다. 강호동 역시 우악스런 이미지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멤버들에 당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럼으로써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수용성이다. 자신의 개성으로써 상대의 개성을 드러나게 하는 발신형이 있다면, 상대의 개성을 받아들여줌으로써 그것을 돋보이는 수용성이라는 게 있다. 이 셋 다 그런 것에 능하다. 자신의 개성으로써 상대의 개성을 살리면서 상대의 개성을 받아 그것을 극대화시켜 드러내는 데 능하다.
그에 비하면 김신영은 무결점MC다. 아무리 청춘불패 멤버들이 예능감이 없다고 김신영은 그렇게 굴욕을 당하는데 익숙지 않다. 오히려 굴욕을 가한다. 자기가 주도되어 자기 개성에 맞춰 멤버들을 움직인다.
그게 문제. 오죽하면 김신영 말고는 웃기는 멤버가 없다고 한다. 김신영 빼고 몇 빼고 나머지는 필요가 없다고 한다. 김신영이 단순한 출연자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MC다. MC에게 출연자에 대한 배려는 필수라 할 수 있다. 이경규가 자존심이 없어 그리 다른 출연자들에 당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경규가 당해줄 때 다른 멤버들도 개성이 드러나니까. 오히려 자신을 궁지에 몰 때 더 좋아하는 게 이경규다. 그런데?
아마 그런 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개그실미도 아닐까? 개그실미도라는 자체가 공개코미디로 데뷔한 김신영에 최적화된 것이다. 그녀의 스타일에 맞춘 것이다. 결국에 그녀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나머지 멤버들은 하나같이 예능감 없음, 재미 없음으로 찍히고 말았다. 그 밖의 다른 가능성이 있을 텐데도.
그러니까 이야기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군가 치고 나와 사건을 만들면 나머지가 거기 이어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할 텐데 죄다 몸만 사리고 있으니. 감 없다고 주눅들어 웅크리고만 있으니.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어떤 특정한 예능스타일만을 쫓다 보니 조각조각 찢기고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의지하는 게 게스트. 그나마도 뭐라도 이야기를 끌어낼 게 없으니 몰래카메라. 게스트도 좋다. 게스트 불러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그러나 그런 거라도 있는가?
솔직히 영웅호걸에서의 신봉선보다 청춘불패에서의 김신영이 더 웃긴다. 김신영은 진짜 웃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개그맨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MC로서는... 그나마 신봉선은 MC가 아니다. 그다지 자기가 생각해서 웃기지 않는다 여겨도 그것을 받아 상대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는 그런 수용성을 그녀에게서 기대하기란 힘든 것일까? 김신영 말고 나머지는 필요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른 멤버들의 가치를 드러내주는 것은?
예능감이 있으니 웃긴다. 그런 건 어지간히 감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류라 불리우는 MC들은 예능감 없는 것 가지고도 예능감을 만든다. 웃기지 않는 것을 가지고도 웃기는 재주가 있다.
10년 뒤를 기다려야 할까? 하기는 그래도 좋다는 사람 많으니까. 김신영 스타일의 예능이 좋다는 사람이 많으니 김신영 스타일에 맞는 예능감 충만한 멤버만 채워지면 그것도 히트일 듯. 청춘불패 말고. 청춘불패는 그런 스타일의 예능감이란 구하라 말고는 없다. 그것이 결국 청춘불패를 다시 포기하기로 한 이유지만.
별로 김신영더러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문제라면 생각없는 제작진이 문제겠지 김신영에 모든 탓이 돌아갈까? 어제도 결국에 문제는 제작진의 성의없음. 그래도 광고 떨어지고 시청률 나오니까.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예능을 어제 봤다. 아마 오늘 새벽 잠을 깨운 천둥소리는 그에 대한 하늘의 진노이리라. 하늘마저 경악케 한 한 마디로 재앙이었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테지만. 훌륭했다. 무척.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도전 - 타이거굴과 7집 가수 박명수의 진가... (0) | 2010.08.08 |
---|---|
청춘불패 - 구하라의 소모... (0) | 2010.08.08 |
청춘불패 - 내가 이걸 끝까지 봤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0) | 2010.08.07 |
DJ DOC - 미안해, 가사가 심상치 않구나... (0) | 2010.08.06 |
박칼린 감독의 인터뷰 - 창의력과 예능의 상관관계... (0) | 2010.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