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뜨거운 형제들 - 아날로그 버라이어티...

까칠부 2010. 8. 9. 00:38

참 그립다. 언제적이냐? 저런 세트 갖춰놓고 뻔한 설정에 콩트를 하던 것이.

 

대충 꾸며놓으면 거기가 바다였다. 대충 갖춰 놓으면 거기가 산이었다. 사막이었고 초원이었고.

 

세트로 만들어진 기차와 세트로 만들어 놓은 바닷가와 그 위에서 펼쳐지는 가상의 상황극들.

 

상황극이라기보다는 꽁트다. 단지 대본이 없이 역할만 주어진 꽁트. 마치 오래전 꽁트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스튜디오에서 세트 갖춰 놓고 연기하던 그 시절 프로그램처럼.

 

아니나 다를까 마무리는 역시 추억의 LP판. 이기광은 전혀 모르는 노래들이다. 세대가 그러니. 마지막에 짐짓 울음을 터뜨리는 박명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달까? 간만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인 김구라의 마음도 아마 그와 같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리운 느낌.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 것이었다. 꽁트와 버라이어티의 만남.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 따른 출연자의 리얼한 반응을 보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상황이 콩트라고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이다.

 

메텔이 있고, 철이가 있고, 차장이 있고, 해리포터가 있고, 정말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콩트와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콩트의 세계라면 메텔과 철이와 어울려 노닥거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해리포터와 한 데 뒹굴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가상 위에 만들어져가는 출연자들의 리얼한 캐릭터와 관계라는 것은. 그로부터 나오는 리액션이란.

 

물론 어색한 점이 없잖아 있었다. 가끔 손발이 오그라들고 뭔가 좀 거리낌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모든 단점들을 지워버릴 만큼 재미가 있었다. 실컷 웃었고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다. 이기광이 그랬던 것처럼 세대간의 격차도 줄여갈 수 있겠다. 아마 뜨거운 형제들만의 장점이 아닐까. 저녁시간대가 가족시간대라는 점에서 30세 이상의 시청자들에 어필할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살려갈 것인가.

 

확실히 김구라나 탁재훈이나 박명수나 감이 대단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분량을 만든다. 분량을 만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로 이어가는 능력이 있다. 쌈디가 넉살로 그 뒤를 잇는 것 같고, 이기광은 애교가 있어 분위기를 살리고, 박휘순이야 천상 개그맨이고, 한상진은... 글쎄... 어색한 오버가 밉지만은 않다.

 

남자의 자격에 밀려 본방사수는 못하지만 재방은 굳이 찾아 챙겨 볼 보람이 있지 않을까. 웃음만 놓고 본다면 단연 최고. 약간의 향수와 감동까지. 일요일일요일밤에의 회심의 역작이라 하겠다. 자격이 있다.

 

재미있었다. 무척. 앞으로가 기대된다. 더욱. 자리를 잡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