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한도전을 보면서 꽤 거슬린 것이 있었다. 프로레슬링이었다. 아이돌이었다.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다. 그러나 도전과 노력이라는 하나의 코드가 조금의 간격조차 두지 않고 이어졌을 때 둘은 무척 닮아 있었고 어느새 나는 지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다. 영어나 수학이나 같은 공부다. 과목이 다르다고 과학공부와 사회공부가 크게 다르 수는 없다. 영어단어를 외우다 수학공식을 외운다고 얼마나 차별성이 주어질까? 물리학 공식을 계산하다가 사회학의 이론과 개념을 이해하려 든다고 그것이 공부가 아니게 되는 게 아니다.
하물며 같은 음악이다. 밴드와 합창이라는 분야만 달랐지 음악이고 그것을 장기간에 걸쳐 함께 연습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저거 뭐 하는가 싶었었다. 파업 때문에 물리수를 두는 것인가? 밴드를 하면서 왜 소재도 겹치게 합창인가? 결과적으로 그 자체로도 매우 완성도 높은 예능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러나 과연 합창과 밴드가 바로 하나로 이어졌을 때 그래도 합창과 밴드는 서로 재미있을 수 있겠는가.
소모란 반복에서 나온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몇 번이나 반복되면 재미가 떨어진다. 남자의 자격 밴드가 띄엄띄엄 하다 보니 재미있는 것이지 한 번에 5회짜리로 몰아서 방송된다 생각해 보라. 합창도 마찬가지다. 초반의 충격이 사라질 쯤 - 그리고 그것은 반복되어 합창이 노출되는 순간 더 빨라질 것이다. - 합창편도 어느새 사람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딱 안달할 만큼의. 사람들이 지금의 패턴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만큼의 시간이. 그럼에도 남자의 자격 밴드는 사실상 실패했다. 합창으로부터 불과 두 주, 그렇게 합창편의 인상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합창편 바로 뒤에 이어서 나왔거나, 혹은 둘이 무한도전에서처럼 한 회차에 나란히 방송되었다면? 서로를 연마하여 극대화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쉬웠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이미 남자의 자격 밴드가 출전한 직장인밴드콘테스트의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밴드로 바로 이어가기보다는 중간에 요리로 한 번 쉬어가려 했던 것이다. 합창편으로부터 숨을 고르기 위해. 합창편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감성이 밴드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풀리도록 하기 위해.
하지만 워낙에 합창편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특히 박칼린 감독과 배다해의 인상이 강했던 탓에. 게스트를 부르는 함정이다. 게스트가 너무 강해 버리면 메인이 죽어버릴 수 있다. 메인이야 오래도록 노출되다 보니 한 번에 강하게 드러낼 수 없지만 게스트는 또 그것이 아니다 보니. 고작해야 남자의 자격의 한 미션이고 제작진의 계획에 의해 방송되는 것임에도 합창편 때문에 밴드편이 거부당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돌이켜 보면 천안함 사태야 말로 치명적이지 않았을까. 파업 역시 원래는 두 회 정도로 정리되었어야 할 합창편을 무리해서 세 회로 늘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래서 두 가지 미션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는 바람에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고 만 것. 안타깝게도.
아무튼 남자의 자격 입장에서 밴드편은 언제고 내보냈어야 할 에피소드다. 합창편은 조만간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나, 혹은 그 전에 적저한 때 내보낼 계획이 잡혀 있을 터다. 아마 이달 말쯤이 되지 않을까. 밴드편이 끝나고 중간에 또 한 번 숨고르기를 한 다음에 합창편으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지금껏 크게 실망시켜 본 적 없는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쪽박이야 찰까? 벌써 방송을 시작한지 1년도 넘었는데. 믿고서 어떤 의도가 있는가. 너무들 성급하달까?
합창편이든 밴드편이든 결국 남자의 자격의 한 에피소드에 불과함을 알고. 어느 하나를 내보낸다고 다른 하나를 죽일 수도 없음을 알고. 그런 가운데 어제는 남자의 자격이 한껏 미뤄두었다 방송되고 있었다. 그러면 합창편은? 합창편만이 남자의 자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신뢰로써 지켜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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