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깨달은 부분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초창기부터 주곧 주장해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 있을 지 모르겠다. 남자의 자격 초창기, 남자의 자격이 성공하자면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에서처럼 게임을 넣어야 한다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반대했다. 왜 굳이 게임이어야 하는가? 남자의 자격 멤버만의 자연스러움과 개성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확실히 무한도전에서의 안정적인 재미는 게임에서 나온다. 천하무적야구단에서도 부족한 예능을 채워주는 것은 게임이다. 1박 2일이야 복불복이 시작이자 끝일 테고.
물론 게임이 들어가면 재미있다. 게임이란 자체가 재미있어서 게임이다. 재미있자고 게임이다. 규칙을 정하고 목표를 정해서 출연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긴장이 있고 그 벌칙으로도 큰 웃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런닝맨처럼 자기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게임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 그건 노닥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주제가 주어지고 도전할 미션이 주어지면 그 과정에서 서로 게임을 하고 하는 것은 노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경우 게임을 넣더라도 적절히 조절해서 넣는다. 바로 그런 것이 유재석과 무한도전의 탁월한 감각이겠지만.
반면 남자의 자격은 그런 게 없다. 아마 한두 번 정도는 게임도 넣고 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게임이란 것을 찾아 보기 힘든 것이 남자의 자격이다. 오로지 미션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출연자의 관계에 대해서만.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훈훈함이란 바로 이로부터 비롯된다. 일단 게임이 없으니 경쟁도 없다. 갈등은 있지만 승부에 따른 것이 아닌 서로의 관계에 따른 것이다. 형으로써, 아우로써, 서로의 개성으로써, 서로의 입장으로써, 그렇게 유기적으로 얽히며 한결 끈끈하게 보다 깊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그런 위에 오로지 미션에만 충실한 어떤 진정성이 그려진다. 흔히 말하는 다큐라고 하는 비아냥처럼. 남자의 자격을 좋아하는 누구나가 말하는 바로 그런 소소하고 훈훈한 진정이. 서툴고 어색하고 때로 민망한 수준이지만 다른 것 없이 미션에만 충실한다. 예능을 해도 게임처럼 미션과 상관없이 논다기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에 따른 소통으로 여겨진다.
물론 거기에는 남자의 자격이 그동안 낮은 시청율에도 꿋꿋이 버티며 축적해 온 관계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초창기 거의 예능에는 어색해서 헛발이 일상이었던 남자의 자격 가운데서도 서로 알아가고 신뢰가 생기면서 형성된 어떤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 여기서 이렇게 던지면 여기서는 이렇게 받겠다. 여기서 이렇게 받아주면 저기서는 이렇게 받아주겠다. 예능감 이전에 그러한 꽉 짜여진 팀워크가 굳이 예능을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일상으로도 사람들에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일부러 캐릭터 만들고 하기보다 멤버들에 맡긴 PD의 판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나 할까? 처음 나도 그 부분을 무척 비판했었는데.
아무튼 다시 이것저것 예능을 챙겨보고 있으니 남자의 자격이 참 더욱 새롭다. 다른 예능을 보면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재미있고 더 마음이 간달까? 이래서 남자의 자격이구나. 남자의 자격만의 개성이. 그리고 가능성이. 이래서 나는 남자의 자격을 좋아한다.
물론 말했듯 다른 예능도 재미있다. 런닝맨은 끝내 포기했지만 뜨거운 형제들도 남자의 자격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본방사수를 했을 정도로 재미있다. 무한도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천하무적야구단도 그렇고. 다만 내가 추구하는 어떤 예능에 대해서 남자의 자격이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극단적으로 남자의 자격이야 말로 리얼버라이어티가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티의 극한이라 여기기 때문에.
내가 유독 남자의 자격반을 특별대우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남자의 자격이 좋다. 그대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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