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다.
"뭣도 모르면 주둥이 닥쳐라!"
"모르는 주제에 떠들지 마라!"
이걸 대개 누가 쓰느냐면 권위주의자들이 쓴다. 바로 보수다. 그 가운데서도 꼴보수. 파시스트.
사람은 누구나 무지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아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어느 논객의 경우 가끔 어처구니 없는 인용과 비유를 씀으로써 보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아는 사람이 적을 뿐.
사실 문제도 아닌 것이 그는 역사전문가가 아니잖은가? 자연과학이 전공도 아니다. 생물학? 물리학? 지질학?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어떨까? 이 모든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면 그는 세상에 다시 없는 천재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가?
대개가 그렇다.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폭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이해를 갖는가 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의 그것만도 못한 지식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하지 말까?
그렇다면 과연 말할 수 있는 자유란 누구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말할 수 있는 권리란 어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잘 떠들어대는 사람들? 어디 가서든 가진 바 지식을 서슴없이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러면 그들만 말해야 할까? 전혀 오류라고는 없는 지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만? 그들에 의해서만?
그러면 그런 사회와 소수의 특권집단이 지배하던 권위주의 시절과 차이는 무엇일까? 그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말을 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은?
모르면 배우면 된다. 틀리면 바로잡으면 된다. 그게 바로 소통이다. 대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고, 아는 것이 있으면 서로 교환하고, 그러자면 어째야겠는가? 먼저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말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이번 사건만도 그렇다. 윤계상이 이번 언론인터뷰에서 좌파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을 좌파란 그런 것이다 여기고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사과글에서 좌파란 그런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았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다. 누구는 처음부터 알았던 것일까?
그런데도 말한다. 모르는 주제에 말한 게 잘못이다. 모르면서 함부로 말한 게 잘못이다. 그렇다면 윤계상만도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윤계상만큼도 모르는 사람들은? 입 다물고 살까?
이 비슷한 것을 나는 안다.
"뭣도 모르는 것이!"
"어린 것이 감히!"
"이놈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듣게 되는 말이다. 원천부정의 오류라던가?
그래 모른다. 알지 못한다. 어리다. 무식하다. 개념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못한다. 그는 말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말하는 자신은? 말을 할 수 있는 그 자신은?
그래서 그런 자신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자신들만큼 배우고 알고 익힌 사람들만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주장도 할 수 있는 사회란?
말했잖은가? 권위주의라고. 지식이 곧 권위인 것이다. 더 알고, 더 배우고, 더 익히고, 그것으로써 다른 사람을 찍어누르는.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부정하는. 그리고서 자신들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과... 그나마 관용은 이야기하지 않는달까?
윤계상이 저리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래서다. 우리나라 먹물들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업수이 여기고...
실제 먹물들 - 심지어 좌파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항상 끝에 나오는 이야기가 학벌이다. 농담 아니라 진짜다. 학벌 가지고 어울리고, 그 학벌 가지고 뒷통수치고, 내치고... 하물며 딴따라 아이돌이야. 그래서 지금 더 비난을 듣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차피 모두가 무지하고 무식하다. 모두가 어리석고 한심하다. 어느 부분에서는 뛰어나도 어느 부분에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가는 사회다. 그런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사회다. 민주주의다. 자유다.
어이가 없다. 스스로 좌파인 연 하자면 오히려 윤계상에 관용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개혁 어쩌고 민주주의 어쩌고 하려면 윤계상의 발언에 관용적인 척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르면 입닥쳐!"
참고로 얼마전 미디어법에 대해 토론할 때 한나라당의 모 의원이 그러더라.
"국민들이 미디어법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과연 그 차이는?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하여튼 똑같은 것들이라...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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