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수치심과 자의식 - 그 모순된 균형에 대해서...

까칠부 2010. 8. 15. 00:53

나는 그렇게 수줍음을 많이 탄다. 자신감이 없다.

 

"과연 내가 하는 이 말이 옳은 말일까?

 

그러면서도 그리 잘난체가 심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는데 어쩔겨?"

 

그래서 블로그질을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할 말이 많아서.

 

그런데 그래놓고서는 항상 후회한다. 내가 왜 이런 걸 썼을까?

 

문체는 졸렬하고, 근거는 빈약하고, 오류는 사방에 널려 있고, 또 읽어보니 이런 결론은 아닌 것 같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글이 그래서 내 글이다.

 

그러면서도 또 내가 가장 잘 쓰는 글이 내 글이다.

 

모순이다. 하지만 내 글쓰기에 장점이라 할 만한 게 있다면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내 글은 항상 선명하다. 확실하다. 이건 이렇다. 욕먹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고민한다. 회의한다. 과연 옳은가. 그래서 말없이 스리슬쩍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꽤 된다.

 

사실 문제랄 것도 없다. 단지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니까.

 

다만 그로 인해 논쟁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 그게 그렇구나!"

 

귀가 얇다. 그렇지 않아도 확신이 없는데 다른 그럴싸한 주장이 귀에 들어오면 바로 넘어간다. 내가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하기까지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내 글이 그래서 좀 늦다. 리플토론은 따라서 불가능.

 

참 피곤한 성격이라는 것인데...

 

그리 부끄러우면 쓰지 않으면 되고,

 

이미 썼으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고,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그것이 나를 정의하는 부분일 테니까.

 

회의가 없는 선명함은 독선이다. 선명함이 없는 회의란 기회주의일 뿐이다.

 

또 내가 나를 합리화하는 소리이기도 할 테고.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블로그도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작년까지도 원래 이 블로그가 이렇게 커질 게 아니었다. 단지 잡담이나 하자. 음악이나 듣자.

 

원래 주력은 다른 두 개의 블로그였다. 하나는 요즘 덕분에 개점휴업상태지만.

 

그때 비해서는 상당히 예민한 것도 덜해진 듯. 그러려니 하게 되고.

 

인간이란 원래 모순된 존재라는 거다.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