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스타크래프트가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었다.
"우리도 혹시...?"
아직 참 미약하기만 하던 한국의 팩키지 게임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얼마 없었고, 게임을 즐기더라도 사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본에 시장까지 성숙해 있지 않아 한국의 게임산업이란 구멍가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때 스타크래프트가 무려 100만 장을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딜 가나 스타크래프트. 이제껏 게임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마저 스타크래프트에 매달리고 있었다.
희망을 품었다.
"이제 드디어 한국 게임업계에도 봄날을 왔다."
특히 RTS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아니 RTS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기보다는 투자자들이 원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저리 대박이 났으니 우리도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 만들어 대박을 내 보자. 어딜 가나 게임업계란 대부분 자체자본보다는 외부투자를 받아 유지된다. 그래서 퍼블리셔가 중요한 거다. 우리나라는 당시까지 퍼블리셔라기보다는 개인투자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개인투자자들은 대개 게임문외한이기 쉬웠다.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보다는 이미 기존에 성공한 어떤 게임에 대해 얼마나 가까운가. 기존에 이미 성공한 게임을 따라가기를 바랬고, 그래서 이미 크게 성공하고 있던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는 거의 게임개발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다.
아니 우리나라 게임개발사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해외 유수의 퍼블리셔들도 단일게임만 수백만장이 팔려나간 한국시장을 주목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커맨드 앤 퀀커, 홈월드 등 수많은 게임들이 스타크래프트 이후를 기대하고 국내에 출시되었다. 최소한 스타크래프트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팔리는 만큼은 기대하고.
그러나 그런 모든 기대란 허튼 김칫국이었음이 이내 오래지 않아 드러나고 말았다. 한 마디로 다 망했다. 그나마 10만 장 이상 팔린 게임이 에이지에 오브 엠파이어를 비롯 얼마 안 되고, 만 단위로만 팔아치워도 대박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참 많이도 망했다. 괜한 RTS에 도전했다가 망한 게임회사며 개발자가 도대체 몇이던가. 해외 퍼블리싱이야 어차피 다른 데서 팔아치우는 것도 있으니까 한글화에 대한 부담만 사라지면. 그래서 더 이상 한글화된 게임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게임출시 기사를 보고 눈독을 들이던 게임 가운데 한글화가 아예 되지 않아 포기한 게임이 몇이던가.
결국은 스타크래프트란 스타크래프트일 뿐이었던 것이었다. 게임이 아니었다. RTS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단지 스타크래프트만을 했다. 스타크래프트란 하나의 문화현상이었다. 게임도 RTS도 아닌 단지 스타크래프트를 통한 대중의 소통의 방식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그렇게 게임이 아니면서 게임의 표준이 되었다.
이게 얼마나 고약스럽냐면 스타크래프트와 다르면 다르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와 닮았으면 닮아서 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와 다르면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 스타크래프트와 닮았으면 어차피 아류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모든 기준은 스타크래프트로 통했고, 그 결과 스타크래프트 이후를 노리던 다른 모든 게임들은 - 심지어 같은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3마저 목적을 이루는데는 실패하고 있었다. 물론 워크래프트3 정도면 훌륭하게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워크래프트3 처음 출시되었을 때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여 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더 이상의 다른 게임을 포기하고, 즉 스타크래프트는 단지 스타크래프트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예외로 두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를 한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고 RTS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은 스타크래프트를 할 뿐이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전성기를 누린 바 있던 특히 PC방 쪽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대안으로 오로지 스타크래프트2만 기대하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뿐이다.
문제는 과연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었을 때 이제까지 말한 그런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스타크래프트와 다르면 사람들은 그다지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 바로 다시 스타크래프트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닮았다면 역시 기왕에 하는 것 보다 손쉽고 편한 스타크래프트로 돌아갈 것이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와 닮았으면서도 달라야 한다. 다르면서도 닮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에 플레이해보는 짧은 순간 그만의 매력과 강점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존의 게임이론이나 게임분석 및 비판은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말했듯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이며 현상이다. 게임이나 게임의 장르로서가 아닌 그저 하나의 사회현상에 불과하다. 관건은 과연 스타크래프트2가 그러한 사회현상을 대체하거나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나 가치 이상의 대중의 변덕이 더 크게 작용한다. 어찌될 것인가.
솔직히 가장 불안한 것이 마니아들의 호평이다. 항상 그렇다. 특히 게임에서 마니아들이 좋은 소리 하면 그 게임 성공하기 힘들다. 마니아란 아주 특별한 어떤 체험만을 요구하기에 대중의 보편적인 욕구와 거리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결국은 결과가 드러나 봐야 알겠지만.
말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시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별개로 존재하는 그냥 현상이다. 게임으로 얼마나 재미있고... 그동안도 그런 게임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하는데는 실패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2는 어떨 것인가. 기대되는 이유다. 과연 그동안 인왕산 화강암바위처럼 굳건하던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은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전혀 다른 게임이란 돌아보지도 않던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게임에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마도 잘 해야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정도일 터이지만.
어찌될 것인가. 솔직히 개인적으로 상당히 회의적이기는 하다. 스타크래프트는 스타크래프트일 뿐이므로. 다른 무엇도 아닌. 스타크래프트야 말로 스타크래프트2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라 하겠다.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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