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태 팬이었다. 내가 해태를 좋아했던 이유. 프로야구 출범 3년 동안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었다. 5년까지 해태와 MBC 두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정한 이유. 특유의 붉은 색과 검은 색 유니폼이 좋았기 때문에. 야구를 보지 않게 된 것도 그 유니폼을 볼 수 없어서다.
해태가 해체되고 나서부터니까 벌써 몇 년이냐? 그동안 제대로 된 야구경기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WBC나 조금 챙겨보았을까? 거의 흘려듣는 야구경기 소식을 제외하고 제대로 직접 경기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주 간만에 그것도 아마추어 야구경기의 모습이란.
참 편리하다. 보기 좋게 하이라이트만 간결하게 편집되어 있어 굳이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좋고, 야구경기라면 반드시 있을 사이사이의 빈 시간들의 지루함도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야구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도 아는 얼굴에 아는 이름들이라 생소함도 덜 하다. 어쨌거나 주인공이니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의 혼란도 없다. 응원할 팀이 생기면 경기는 100배는 더 재미있어진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그래 이런 느낌이었다. 내가 김종국을 좋아했던 이유. 희한하게 내가 보는 경기마다 안타를 쳐주고 페어플레이를 하더라는 것이다. 딱 어제의 탁재훈처럼.
다른 것 없다. 내가 보고 있는데 쳐주면 그 사람이 베이브 루스고 루게릭이다. 내가 보고 있는데 호수비를 펼치면 그게 신의 손이다. 삼진 잡고 승 올리면 그게 사이영이고 로저 클레멘스고. 내 팀이 이기는데 공헌한 선수가 가장 위대한 선수다. 4번타자인 오지호에게 타순이 돌아갈 때의 긴장감이란. 단지 4번타자라는 이유로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힘들이. 그리고 느닷없이 터져 나온 3점짜리 런닝홈런.
제대로 된 야구였다. 아마추어다운 서툼이 있기에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야구였다. 확실히 내가 천하무적야구단을 접을 무렵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야구들을 했었다. 그래도 성장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백지영에 또 누구에 자꾸 외부에서 예능하자고 시청율 올리자고 멤버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흥미가 사라져사. 특히 내가 또 백지영을 무척 싫어한다. 이상하게 백지영은 데뷔할 때부터 정이 안 갔다. 이유가 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으니.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의 어설픈 예능이란. 여기 글 보면 내가 싫어하는 게 딱 나올 것이다. 각잡고 웃기려 하는데 웃기지 않는 걸 내가 제일 싫어한다. 그 다음 싫어하는게 각잡고 웃기는 거다. 확실히 천하무적야구단의 예능은 재미가 없다. 야구가 재미있지. 일단 나한테는. 그것도 한 이유.
아무튼 그런 이유로 어제서야 다시 천하무적야구단을 다시 볼 마음이 생겼다. 물론 경기가 있을 때만.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웃기는 예능이 아니라 야구경기니까. 야구를 하면서 웃기는 건 좋은데 야구도 않으면서 웃기려고만 드는 건 도무지 아니다. 사실 야구하면서도 그리 웃기지는 못한다. 그냥 양해하고 보는 것이지.
더불어 시청율에 대해 말하자면,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충성도 높은 시청율이냐가 아닐까? 더 나아가 그 시청율이 구매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광고만 제대로 팔리면 프로그램 폐지될 일은 없다. 과연 천하무적야구단은 그런 수준인가. 그동안 별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어서.
어쨌거나 간만에 재미있는 야구였다. 지난주, 지지난주, 그리고 이번주. 이런 게 야구였을 텐데. 잊고 있던 즐거움이라 더 새로운지도. 재미있었다. 무척.
아, 그리고 김성한 씨의 입담은 현역시절부터도 아마 유명했을 거다. 말 잘한다고. 방송도 몇 번 타고 했었던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확실히 제 몫을 한다. 예능인이 아니니 어색하기는 하지만서도. 반가웠다. 워낙 좋아했던 선수였으니. 오리궁뎅이타법. 달리 검도타법. 참 개성적인 타격을 하던 선수였다. 원년 타점왕과 투수로 10승까지 거머쥐었던 그야말로 전천후 만능선수였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리 즐겁게 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또 즐거운가.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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