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한도전 - 제작진에 대한 아쉬움...

까칠부 2010. 9. 5. 07:46

슬램덩크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 산왕전에서 강백호가 다시 코트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물론 강백호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은 지금이다."

 

그러나 감독이 왜 있는가? 코치가 왜 있는가?

 

감독은 알고 있었다. 강백호의 부상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못하면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농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거다. 장차 얼마나 더 경험하게 될 지 모르는 농구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즐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야 선수의 의지더라도 과연 감독으로서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어야 했는가.

 

어떤 사람은 그런다. 당시 경기장에는 의료진이 있었다. 믿는다. 설마 아무 대책도 없이 그리 판을 벌였겠는가. 프로레슬링이 얼마나 위험한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알고 있었다면 경기장에 의료진을 대기시켜두고 있었을 것이다. 정형돈이 경기를 속행한 것도 의료진의 판단이었겠지.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이 있어서 의료적인 판단으로 정형돈을 링으로 돌려보냈든, 아니면 의료진의 판단 없이 자기 의지만으로 링으로 돌아갔든. 정작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전혀 의료적인 판단이 보이지 않았다.

 

기공술사가 있었다? 기공술사는 의료인이 아니다. 기공치료란 대체의학의 하나일 뿐 공인된 의료행위가 될 수 없다. 그리고 판단이라는 것도 너무 쉽게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분명 프로그램 도중 하하는 말하고 있었다.

 

"이것 아무데서든 따라하지 마세요!"

 

그만큼 위험한 기술들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만큼 위험한 스포츠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그런 만큼 더 신중하게 방송을 내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상태가 이상하다면 바로 의료진에 보이고,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경기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그리고서 공식적인 확인 아래서야 비로소 링에 올리던가 아니면 포기함으로써 프로레슬링이란 얼마나 위험한 종목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 번의 경기란 얼마나 위험하며, 따라서 함부로 링 위에 오르거나 기술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물론 의료진이 있었다는 가정에서 하는 이야기다. 의료진이 있었고,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그럴 수 있다 여겨 링에 올랐다. 그렇다면 단지 부상투혼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실 이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신력을 강조하느라 선수를 한계까지 혹사하다 보니 선수생명들이 짧다. 대학교 거쳐서 프로무대로 오면 투수의 경우는 아예 어깨수술부터 해야 한다. 아파도 던져야 하고. 고통스러워도 던져야 하고. 선수생명에 위험이 있어도 뛰어야 하고. 안전장치조차 없이. 임수혁 선수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방송을 보고 레슬링을 쉽게 여기고 따라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제스쳐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설마 경기장에 의료진 하나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 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의료진의 의료적인 판단 없이 링에 올랐다 말하려는 것도 아닐 게다. 그것은 차마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가정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었을까.

 

무한도전 팬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든 생각들이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 그러나 예능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무한도전이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설마 의료진조차 없이 경기를 했겠느냐는 생각과, 그래도 의료적인 판단이 있었으니 링에 세웠겠지 하는 상식적인 판단과, 그럼에도 그런 것들을 단지 재미만을 위해 편집했을 제작진의 어떤 위험한 발상에 대해서. 말로만 위험하니 따라하지 말라는 건 의미없다는 것이다.

 

하고 싶다고 무작정 링에 올리고. 링 위에서 죽겠다. 하지만 제작진이라면 출연자의 안전부터 챙길 의무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자살하려 한다고 옆에서 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으면 죄가 되는 것처럼.

 

하여튼 진짜 보는 내내 아슬아슬한 회차였다. 안전불감증이 이래서 문제구나. 이래서 그렇게 예능 찍다가 많이들 죽고 했구나. 다시는 이런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 더 신중했으면 바란다. 무한도전은 그냥 예능이 아니다. 그 영향력이란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도 오히려 경솔하다 할 정도다. 조금만 더 신경써 주기를.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