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찬양 일색이다. 감동이란다.
"부상에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준 것이 감동이다."
나처럼 안전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 혹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았다.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왕따 분위기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과연 이런 반응들을 보고 예능 제작자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심지어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다.
"다른 예능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
무섭다. 그렇지 않아도 출연자의 안전따위 신경쓰지 않는 방송국이다. 그래서 수도 없이 다치고, 또 여럿 죽어 나갔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말한다.
토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의료적인 진단이나 판단 없이 자의적으로 링에 서고 경기를 치르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진정한 연예인의 모습이었고 진정한 예능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예능은 예능으로서만 보라. 감동은 감동으로서만 받아들이라.
시청율까지 잘 나왔다. 화제성도 충분하다. 과연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 방송 도중 출연자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치료를 요하는 상황이 되었어도,
"한 번 끝까지 가보자!"
더 나아가,
"여기서는 이렇게 해야 그림이 나오는 거야!"
방송국의 안전불감증을 순전히 방송국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모습을 원하는 대중이 있는 한에는. 그런 모습들을 감동적이라 소비하는 대중이 있는 동안에는.
오늘 오전까지도 제작진이 끔찍스러웠다면 지금은 대중이 혐오스럽다. 지난주도 썼던 감동이라는 이름의 가학성이랄까? 타인의 고통을 단지 감동으로서만 소비할 수 있는 그 대범함에는.
확실히 내가 이상한 거다. 고작해야 연예인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고작해야 예능 출연자들 상태를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저 웃고 즐기고, 감동하고 재미있으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용납할 수 없다. 사람은 장난감이 아니다. 수단이 아니다. 출연자 자신이 그러고자 요구했어도 제작진이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아니면 최소한 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 하긴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 위급할 수 있는 상황에 의료진이 나와서 의료적인 판단으로 시합을 속행하기를.
무서운 현실이다. 이거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사고 나도 뭐라 말도 못하겠다. 과연 지금 저리 감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어라 할까. 공포특급이다. 현실이 더 납량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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