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소한 장기자랑 할 때는 뭐 그러려니... 이런 것도 가끔은 필요할 테니까. 그리 재미는 없었다. 라면을 걸고 성량자랑 할 때까지도. 그러다 물에 들어서는 순간... 와하! 이런 게 영웅호걸이구나.
물론 항상 소소함은 있었다. 모두가 캐릭터가 있고 관계가 있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떠올리는 행동이나 반응들이, 그와 관련된 주변인물들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기대를 만들고, 기대가 또 재미를 만들고.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런 디테일이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들고. 그리고 물속에서 빵 터졌다!
시작은 역시 유인나. 아직도 신봉선에 대한 원한을 버리지 못했다. 뜻밖에 비주얼 투탑이랄 유인나와 홍수아가 신봉선과 노사연과 얽혔다. 신봉선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물총을 찾는 순간 - 왜 하필 거기에 물총이 있었을까? - 그로부터 사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거기서도 빛을 발하는 유인나의 천연스런 매력.
"나는 몸이 약해서..."
새된 소리로 사정하듯 말하는 그 한 마디가 느낌을 살렸다.
단지 물뿌리기인데. 단지 물뿌리고 막기인데. 이휘재 말마따나 정말 많이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도 살리는 것이 곧 예능감 아니겠는가. 그것을 살린 것도 역시 캐릭터. 관계.
노사연과 홍수아가 맞서고, 서인영과 박가희가 맞서고, 아니나 다를까 신봉선에 유인나가 도전하고, 그때마다 캐릭터가 드러난다. 서인영의 의외의 맹함. 설마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 위에 물을 부어 버릴 줄이야. 모태다혈이라고 신봉선이 물을 끼얹는데 덩달아 물을 맞게 되자 신봉선을 공격한 것도 좋았다. 얽히고 뒤엉키고 서로 다투는 사이 웃음이 나오고 이야기가 나온다. 맥없이 끊겨져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그동안 구축한 캐릭터와 관계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다. 서로가 만들어가는 사건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고.
무엇이든 꺼리는 것 없이 잘하는 홍수아는 참 매력적이었고. 굳이 안 될 것 알면서도 도전하고, 망가질 것을 알면서도 스스럼없고. 예능이란 바로 그렇게 넉살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유인나야 말 그대로 천연. 홍수아가 열심히 한다면 유인나는 스스로 말하듯이 열심히 논다. 그런 게 예능감 아니겠는가. 노는 것.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그런 유쾌함이야 말로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간만에 노사연 기타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노사연이 바로 통기타 세대다. 대학물 좀 먹었으면 통기타는 기본으로 가지고 다니며 폼을 잡던 시대에 실력으로 대학가요제를 통과한 이다. 아이유가 재능이 있다지만 내공에서 이미 상대가 되지 않는 셈. 목소리는 역시 흐르는 세월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지만.
확실히 이휘재의 허당은 여자게스트를 상대할 때 빛을 발한다. 그래서 이바람 아니던가. 바람둥이 이미지와는 다른 어딘가 엉성한 - 그래서 놀려먹기 좋은 캐릭터. 그래서 이휘재는 여자들의 먹잇감이 되어주고, 노홍철은 여자들의 공범자가 되어 준다. 손발이 맞으며 그로부터 흐름이 만들어진다.
아무튼 역시 마지막에 가장 압권은 인기투표. 뭐 이런 병신같은 기획이 다 있나 싶더니만 매회 기대가 된다. 누가 인기투표에서 순위에 올랐는가. 때로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기에 흥미도는 더 높다. 일방적이기만 했다면 재미가 없으리라. 이번처럼 노사연이나, 신봉선이나. 언젠가는 다른 멤버들도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겠지. 영웅호걸의 시청율이 어떻게 되는가, 그 안에서 어떻게 자기 역할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이번 회차에서 최대 승자는 역시 서인영. 그동안의 신상녀에 모태다혈에 이어 귀여운 허당의 이미지를 더 얻었다. 그리고 홍수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동안 온갖 굴욕도 마다 않고 열심히 달리고 부딪혔던 것을 안다. 지연의 경우는 조금 위태하기는 하지만 아이유와 막내 커플을 이루면서 서로 대비되며 또래의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행이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걱정이라면 나르샤인데. 확실히 영웅호걸에서는 사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더라도 실신할 정도의 스케줄이라면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름 분량을 조절하고는 있지만 프로로써 자기관리에 신경을 쓸 때도 되었다. 뉴스를 보기 전이라면 모를까. 니콜 역시 일본에서의 활동과 병행하자면 꽤나 어려움이 있을 듯 하고.
역시 알아서 관리할 일이다. 그보다는 아직 이렇다 할 캐릭터가 없는 이진의 경우가 아무래도 급하지 않을까. 나르샤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진의 경우는 그동안 미디어 노출이 너무 없었다. 새로 캐릭터를 만들기가 좋은 조건이기는 하지만 아닐 경우 딱 묻히기 좋다. 원조 핑클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아직은 없으니. 박가희를 잡아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물론 이 또한 소속사나 제작진이 고민할 문제겠지만.
재미있었다. 웃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 관계와 그로부터 일어나는 사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설사 그것이 대본에 의한 것이었을지라도. 만족스러웠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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