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사다놓고 먼지만 먹고 있는 책이 꽤 된다. 독서는 진정 마음의 양식이다. 요즘 꽤 책을 읽고 있다.
아무튼 참 어이가 없었다. 벌써 멤버교체가 있은지 두 달 넘었다. 석 달이냐? 그런데 이제 와서 지난 멤버라. 그런 건 금기다. 지금의 멤버에 충실해야 하는데 과거의 멤버를? 가끔 카메오 식으로 출연하는 건 모르지만 지금의 멤버와 과거의 멤버를 비교한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그래. 써니 일 잘했다. 유리 인기 좋았다. 그래서 가능했던 당시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에 맞는 분위기라는 게 있을 터다. 짐스런 주연이면 짐스런대로, 병풍스런 소리면 병풍스런대로, 엉뚱한 빅토리아면 또 그대로... 물론 그것을 살리려는 의도겠지만 이미 떠난 멤버와 굳이 비교하는 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아도 자리를 못 잡아 헤매는 멤버들이 그렇게 많은데.
생각해야 할 것은 앞으로지 과거가 아니다. 과거를 돌이키는 것은 일단 지금이 안정되고 나서다. 지금이 안정되고 나서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옛멤버를 그리면 또 모를까. 아직 옛 멤버에 대한 기억이 있는 시청자에게 그 기억을 계속 상기시키는 이유는 무언가. 영영 지금의 멤버에 정 들이지 말라고? 계속 옛 멤버들에 대한 그리움만 가지라고?
김신영이 그런 것이면 김신영이 개념이 없는 것이고, 작가가 그런 것이면 작가가 정신이 나간 것이고. 원래는 다른 생각을 하다 워낙 어이가 없어서 그것을 첫머리로 꼽는다.
그리고 뭐라? 대국민약속? 뻔히 알고 있었다. 농사는 무슨 농사인가?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내려가서 농사짓는 시늉이나 하는 것. 더구나 노는 부분이 그리 늘었다. 내가 본 회차마다 일하고 나머지는 노는 거였다. 좋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노력하는 꼼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기네가 하지 못할 거면 사람을 사서라도 시켜 하는 거다. 실제 시골에서도 그렇게들 농사를 짓는다. 일당으로 사람 사서 자기 손으로 다 하지 못할 일은 부려서 쓴다.
도대체 논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매번 새로운 일거리 찾지 말고 남들 하는 만큼 기존의 밭이며 논이나 제대로 관리를 하던가. 뭐한다고 그렇게 노는가 했다. 뭐한다고 그렇게 일을 벌리는가. 고작 일주일에 한 번 찾을 거면서. 그나마도 몇 주는 빠지기도 하고. 논 관리가 그렇게 쉬운가. 차라리 사람을 사서 쓰던가. 그도 아니면 진짜 리얼하게 유치리 찾을 때마다 새로운 일 벌이기 전에 기존의 논과 밭 관리에도 신경을 쓰던가.
나는 그게 논이라는 사실을 한참을 보고서야 알았다. 피가 그렇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도. 그러고서도 대국민약속? 헛소리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성의가 없는가. 그러고서는 일반인들 데려다 또 체험삶의 현장. 하긴 그나마 분량 뽑아주는 게 일반인들이다. 워낙에 캐릭터도 관계도 이야기도 없이 띄엄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일반인 나와서 산만한 게 차라리 아마추어틱하고 낫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 농사일이야 다른 사람들에 맡기더라도 시작 부분에서 뻘짓 말고 논과 밭, 기존에 심어놓은 것 관리하는 장면 넣으면 얼마나 리얼한가. 그런 과정에서 소소한 이야기는 작가 하기 나름이다. 진짜 괜한 뻘짓 하느라 소란스럽기만 하고. 그나마 농사일하는 버라이어티라는 의미도 잃고. 이제 와서 열심히 한다고 그동안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은 무개념이 사라지기나 할까?
바로 이게 청춘불패의 지금 모습이라.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고. 의미도 없고. 뭘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피가 아예 무성하게 자라버린 논이. 그것을 외부의 도움으로 어떻게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것이. 같잖아서.
시험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평소 공부 않던 사람들이 공부하려면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추상화다. 이론이라는 것은 추상화시키는 작업이다. 농사일은 손으로 하지만 그것을 이론으로 만들 때는 머릿속에 이미지로 만들어 배우고 익힌다. 이때 언어가 중요하고 정의가 중요하고 개념이 중요한데, 그게 바로 추상화다. 그건 훈련으로 가능한 것이며, 잠시 잊고 있으면 다시 익히기가 쉽지 않다. 아주머니들 뭐 하나 배우려 하면 힘든 게 그래서다. 학교 다닐때는 그리 시험을 잘 보았을 테지만.
연예인 데뷔 3년. 더구나 아마 평소에 거의 접할 일 없었을 기계에 대한 부분이다. 학교 다닐 때 물리나 수학 잘했다면 모를까, 그렇더라도 기계는 또 다른 거니까. 아마 요즘은 여학생들도 기술 같은 걸 배울테지? 그렇더라도 그리 잘 하는 과목이 아니었다면 3년이면 거의 끝장이다. 그거 회복하기 쉽지 않다. 평소 공부를 많이 해야 그런 것도 잘 한다. 관심도 있어야 하고. 대학준비는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역시 사족이었다. 시험을 본 것이 언제인데 이제 와서. 너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차라리 당시 실시간으로 - 촬영 틈틈이 필기공부하는 것 보여주고 하면서 그랬으면 아쉬움이나 있으련만. 역시나 편집의 문제.
하여튼 말 그대로 피가 무성하게 자란 그 논이 지금의 청춘불패라.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온다. 아예 뿌리를 박았다. 그동안 방치한 사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하는 짓거리가 외부게스트 불러들이기. 정작 멤버들은 게스트로 인해 죽어가고. 그런데도 또 잘나가던 지난 멤버나 부르고 있고.
정말 막장예능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제작진 책임이다. PD와 작가. MC가 초짜면 제작진이 MC를 받쳐줘야 할 텐데. MC 무리수를 예능감이라고 좋아라 갖다 붙이고 있으니. 재미는 쥐뿔.
그나마 역시 발견한 것은 주연의 가치. 예전 써니가 일 잘해서 분량을 만들었다면 주연은 일 못해서 분량을 만든다. 딱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가. 주연이 있으면 무언가 소동이 일어나고 주위가 그에 휘둘린다. 김신영이 받치는 것도 좋고, 구하라의 리액션도 괜찮고.
송은이는 아예 고정으로 넣으면 좋으련만. 의외로 진행하는 감이 있다. 적당히 디스하고, 적당히 받쳐주고, 상황극은... 아예 캐릭터도 관계도 없는 무슨 상황극? 다만 그때그때 상황 만드는 건 할 줄 안다. 김신영에게는 없는 안정감이 그녀에게는 있다. 괜찮지 않을까?
정말이지 다시보기로 보아서 다행이었던, 스킵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은 기능이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던, 그럼에도 저 시청율 나온다는 사실이 왜 아이돌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가 깨닫게 해 주었던,
최악이라는 말조차도 아깝다. 보는데 걸린 시간 단 20분. 그러나 그 이상 볼 의미도 호기심도 관심도 없다. 딱 이 정도면 되겠구나. 제작진의 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이대로라면...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율이며 화제성이며 더불어 광고판매까지. 여전히 잘 나가고 있으니 과연 지금과 바뀌는 게 있을 것인가. 희망조차 없다는 것이.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내가 다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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