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라디오스타 - 신정환의 빈자리를 느끼다...

까칠부 2010. 9. 16. 15:29

확실히 평소의 라디오스타 같지가 않았다. 산만하지 않았다. 어수선하지 않았다. 짓궂지도 않았다. 바로 중간에서 끊고 들어오며 뻘드립을 날리던 신정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것은 신정환의 전문이었다. 전혀 엉뚱한 멘트로 출연자를 당황케 하는 것도 신정환의 역할이었다. 김구라가 논리적으로 공격한다면 신정환은 뜬금없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러면 윤종신이 주워먹고. 김국진은 정리하고.

 

그런데 신정환이 사라지고 나니 프로그램이 너무 정돈되는 느낌이다. 차분하다. 막 날뛰며 헤집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윤종신도 김국진도 그것이 되지 않으니, 더구나 김구라는 그런 것을 가장 싫어한다. 김구라의 독설을 가장 잘 받쳐주며 가장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신정환의 깐족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없으니 그저 던지고 받는다. 게스트따위 상관없다는 듯 자기들끼리 난장을 쳐야 하는데 그저 주고 받기만 하니.

 

물론 신정환이 사라진 공백에 익숙해지고 나면 나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신정환이 있던 때의 그 느낌이 가능할까? 그래서 신정환이 그리 높은 대우를 받으며 최고의 예능인 가운데 하나로 여기저기 불려다녔던 것일 테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인식이 그런데, 더구나 방송국이 생각하는 것이 그런데, 그런 것을 두고 억지로 신정환을 다시 되돌리라. 그건 역시 무리일 것이다. 방송국으로서는 방송국의 입장이 있고, 대중으로서도 용납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 선을 넘어섰다면 더 이상 방송을 계속하기가 힘들 것이다. 다만 앞으로 신정환 없는 라디오스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누가 있을까? 신정환을 대신할 예능MC로. 몇 명 생각해 놓은 게 있기는 한데, 기왕에 바꿀 것이면 아예 신정환과 스타일을 완전히 달리 하는 것이 어떨까? 신정환과 비슷한 스타일로 신정환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니. 신동을 대신해서 전혀 엉뚱한 김국진을 앉혔듯 신정환을 대신해서는... 흠...

 

음악인이 좋을까? 윤종신과는 다른 젊은 세대의 음악인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적당히 예능감도 있고. 누구인가 벌써 그림이 그려진다. 그 사람이라면... 예전 욕했던 미안함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김구라와 서로 치고받기도 될 것 같고. 넉살도 좋고 하니 그럭저럭 이제까지와는 다른 라디오스타도 가능할지도. 아니고 이대로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으로 간다면... 흠... 글쎄...

 

아무튼 참 안타까운 일이다. 즐겨 보아 오던 프로그램이기에. 무척이나 좋아하며 보던 프로그램이기에. 그러나 한 사람의 실수로 더 이상 그때와 같은 재미를 누릴 수 없을 것 같아서. 신정환이 미워지려 한다.

 

신정환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과연 라디오스타의 앞날은? 신정환의 앞날보다 그것이 더 문제일지도. 제작진의 탁월한 편집에 감탄하며 그래도 앞으로 라디오스타가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져갈 것인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라디오스타라는 느낌도 없고, 그렇게 딱히 나쁘다는 느낌조차 없이 허무했던 회차였다. 최악의. 최악이라는 말조차 안타까운. 방송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보고 나니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