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또 같은 소리를 하게 되는구나. 그때도 그랬다. 구하라에 대해,
"개인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캐릭터를 만들라. 관계를 만들라."
빅토리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춘불패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글쎄...
귀엽기는 하다. 신기하기는 하다.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빅토리아라는 개인에 대해서다.
지난주 구하라와 함께 고추말리는 법을 배우려 가면서도 그랬다. 도대체 뭔 말이 이어졌는가?
거의 구하라 혼자 떠들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그저 호응하고 말 뿐. 리액션도 없었다. 마지막에 다리찢기 말고 빅토리아의 역할이란 거의 없다 할 정도다.
지난주만도 아니다. 항상 그랬다. 내가 지켜 본 빅토리아란 혼자 따로 떨어져서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캐릭터였지 정작 프로그램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란 거의 없었다.
차라리 주연이 더 낫다고나 할까? 같은 회차 안에서 주연은 특유의 맹하고 뺀질한 캐릭터로 김신영과 긴장을 형성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중에는 그 안에 구하라까지 끼어들고 있었다. 물론 개인의 매력에 있어서야 주연이 빅토리아만 못할 수 있지만 청춘불패 안에서 누가 더 역할을 하고 있는가.
결국에 소리에 대해서도 또 같은 말 반복이다. 예능감이 있고 없고. 무한도전도 초반에 정형돈과 정준하, 웃기지 못한다고 그렇게 구박을 받고 했었다. 1박 2일에서도 이수근이 그 역할이었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정진과 윤형빈, 이윤석이 웃기지 못한다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가. 그런데 어떻게 살았지?
이정진을 비덩으로 만든 것은 이정진 자신이 아니다. 이정진이 나 비덩하겠다 해서 비덩 하는 게 아니다. 이정진이 자신의 외모를 전면에 내세운 적도 없다. 항상 그의 캐릭터는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웃기지도 못한 것에 컴플렉스를 느끼는 말 그대로 병풍. 윤형빈과 경쟁관계를 이루며 그래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웃겨보고자 노력하는 허술한 이미지다.
오히려 그를 비덩으로 만드는 것은 제작진이었다. 그 전에 출연자들. 이경규와 김태원, 윤형빈... 웃기지 못하는 것으로 웃기는 한 가지로만 보면 에이스라 할만한 김성민과 묘한 긴장관계도 이루고, 이윤석과 함께 하면서는 그를 배려하는 훈남의 모습도 만들고. 정형돈도 그가 웃기지 못할 때 그 웃기지 못하는 것으로 다른 멤버들이 분량을 만들고 했었다.
영웅호걸에서도 그러더만.
"예능은 리액션이다."
아이유의 그 썰렁한 개그가 이진의 리액션과 만나며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 분량이란 없던 이진이 그것으로 아유와 만나 분량을 챙긴다.
아무 일이 없어도 박가희와 서인영이 함께 있으면 긴장이 형성된다. 노사연과 홍수아가 있으면 톰과 제리가 만들어진다. 유인나의 천연과 노홍철의 사기꾼과 홍수아의 천연덕스러움. 그다지 웃기지 못해도 박지연과 아이유가 만나면 그 자체로 기대되는 것이 있다.
관계란 것이다. 웃기지 못하면 웃기지 못하는대로. 다른 매력이 있다면 그것을 살릴 수 있도록. 한국말에 서툰 니콜에 대해 그런 점을 공격하고 구박하는 것도 니콜의 캐릭터를 살리는 역할일 수 있다. 그런 것들.
구하라에게 당시 캐릭터가 없었는가. 하지만 한동안 거의 쩌리라 할 만큼 비중이 없었던 것은 정작 구하라와 주고받을 다른 관계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구하라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김현아와의 꿀현자매가 살아나면서부터.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만들어진다.
소리에게 예능감이 있는가 없는가.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열심히 하고, 얼마나 제대로 웃기고. 그런 것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리얼버라이어티란 결국 관계일 테니까. 소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단점을, 가능성을 주위에서 어떻게 살리는가. 소리라고 하는 캐릭터로부터 주위에서 얼마나 웃음을 이끌어내는가.
그 어처구니 없는 리액션이 아니라 차라리 악역을 맡더라도 주위와 관계를 만들고 그로써 이야기를 만든다면. 기대를 만들고 그로써 안정된 자기 역할을 찾게 된다면.
하긴 무리한 요구다. 왜냐면 지금은 효민도 선화도 모두 관계가 무너져버린 때문이다. 캐릭터도 무너지고 관계도 무너지고. 나르샤야 원래 프리롤이었다 하겠지만 구하라 역시 김신영과의 관계 말고는 무너진 채고. 혼자 떠든다. 혼자 떠들며 논다. 2PM이 게스트로 왔을 대 오히려 2PM과 어울리는 선화가 더 자연스러웠다.
참 이렇게까지 캐릭터며 관계 만들기가 어려운 예능이란 것도. 오죽하면 상황극이라는 게 없다. 상황극이라는 것이 면밀한 캐릭터와 관계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원래 그들은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관계인가. 거기에서 상황극은 자연스런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게 되는가?
출연자들이 아무래도 감이 없어 보이거든 차라리 영웅호걸처럼 대본이라도 쓰던가. 대본을 쓰기 싫거든 남자의 자격처럼 담백하게 가던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자연스럽고는 싶은데 그래도 웃음은 욕심나고.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방치하면서 쓸데없는 데서 억지웃음이나 끌어내고.
가능한 이유.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이란 거다. 걸그룹 전성시대에 걸그룹멤버 7명을 출연시킨 버라이어티라는 것만으로도 희소성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보아줄 테니까. 고민이 없달까? 배가 부른 것이다.
참 소재도 좋고 포맷도 좋고 얼마든지 뻗어갈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일 텐데. 제대로만 만들었으면 시청율 10%가 문제였을까? 문제는 피디. 피디가 병풍이다. 가장 감 없는. 아니면 작가문제일까?
현재의 청춘불패의 침체는 다른 게 아니다. 그나마 만들어진 관계가 무너지면서, 그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까지 함께 무너진 탓이다. 소리의 문제인가? 그보다는 소리를 어떻게 살려야 할 지 모르는 제작진이 문제겠지. 그런 것까지 감당하라기엔 김신영에게 짐이 무겁고.
어쨌거나 또 같은 소리를 더들고 있으려니 참 어색하다. 벌써 겨울에서 가을인가? 시간이란 이렇게 빠른지도.
정비가 필요하겠다. 흐트러진 현재 상태에서. 피디의 교체를 강력 요구해 본다. 답은 아마 그것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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