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이 없는 리얼리티라는 것이, 결국은 계산된 것이 아니기에 포커스 너머의 디테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제작진이 의도한대로 카메라를 쫓다가, 문득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부분들에 대해서.
아니 보았더라도 느낌이 다르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출연한 자신들도 그 상황에서 자기가 어떤 감정이었는비 확실히 알지 못할 걸?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어떤 이유로 그렇게 했을까?
그렇게 집중해 보았다 생각했다. 모든 것을 보고 알았다 여겼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이 있고, 보았어도 알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 작은 표정 하나들. 그 작은 몸짓 하나들. 그리고 그것들에 깃든 마음들.
더구나 예능초짜들이다. 하나같이 예능이라고는 거의 출연해 본 적 없는 이들이다. 신인도 있고, 여전히 무녕인 이도 있고. 계산한다고 계산이 되는 이들이 아니다. 대본이 주어진다고 그대로 연기하기도 쉽지 않다.
새벽부터 다시 보는데 그래도 감동이다. 그놈의 음질만. DVD에서는 음질보정이 이루어질까? 그것만 되어도 돈을 주고 사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어느샌가 그 안에 내가 있는 것처럼. 함께 호흡하며 체온을 느끼는 것처럼. 그런 작고 세세한 몸짓들이. 말과 표정들이.
그나저나 저런 예능초짜들, 예능하자고 나온 이들도 아닌 배다해와 선우도 가능한 상황극이 안 되는 리얼버라이어티란 무엇일까? 무려 1년 가까이 방송되는데도 저런 자연스런 상황극 하나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서로가 신뢰하고 소통하고 있는가. 짓궂은 장난도 서로 받아주고.
특히 눈에 띈 것은 조은설. 합창하는데 조은설밖에 안 보이더라. 표정이 참... 그러고 보니 여자 가운데 최연장자였을 것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선우는 웃는 표정이 참 예쁘고. 배다해는 해맑다고 해야 할까? 이미 넬라판타지아 끝났을 때 박은영 아나운서는 눈물을 그렁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이윤석. 김국진 몇 군데 틀렸다.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에 의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 감정들. 체온과 표정, 느낌. 문득 어째서 사람들은 합창편에 그리 매료되었던가. 사람의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역사상 음악은 기악보다 성악이었다.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짐으로써 음악은 완성되었다. 사람의 목소리야 말로 어쩌면 음악의 시작이자 끝인지도. 그런 본연의 목소리의. 다른 가공이 가해지지 않은 그 날 것의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느낌이라는 것은. 그것은 노래를 통한 소통이며 공감일 것이다.
몇 번을 보아도 또 보고 싶은. 항상 그랬다. 남자의 자격 내가 좋아하는 미션들. 몇 번을 보아도 새롭다. 보지 못한 것들.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 특히 이번은 더욱.
아무튼 기왕에 하모니편에 출연하여 두 달 넘게 고생한 것 보람들 있었으면 좋겠다. DVD며 음원이며 대박나고. 사랑의 자격은 좋은 일 말고도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으면 좋겠고. 배다해며 선우도 자기 하는 일에 잘 풀렸으면. 최성원도 뮤지컬 잘 되고. 서두원도 역시 마찬가지. 기타등등등...
그것은 보상이다. 그만한 감동을 주었으니. 자본주의는 감동마저도 계량할 수 있어야 할 터다. 돈 밝힌다 욕하기 전에 그들이 준 감동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소비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에 대해 정당하게 - 물론 우호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으면.
어쨌거나 이제 지난주로 하모니편은 끝났고, 내일모레면 새로운 "초심으로 돌아가기" 미션인가? 김태원은 이태윤, 이성욱 등과 라이브를 하게 될 거라는데. 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윤형빈은 지난번 개그콘서트. 기대가 된다. 긴 꿈에서 깨었다면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지.
재미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감동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다큐멘터리의 감동과 버라이어티의 웃음과. 남자의 자격스러운. 즐거운 오전이 될 것 같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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