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호씨가 말한 "음악을 희화화시킨다."라고 하는 현가요계에 대한 비판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와 연예인에 대해...
한 마디로 아티스트라면 섹스스캔들이네 마약이네 뭐 별소리가 다 나와도,
"아, 씨발! 좆나 멋있네!"
그렇지 않은가? 흔히 연예인이란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한다. 이미지란 기믹이다. 대중이 바라는 어떤 모습을 연기해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돌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이돌이야 말로 컨셉에서 시작해서 컨셉에서 끝나는 현대 쇼비즈니스가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일 터이니.
반면 아티스트라면 결국은 자기가 가진 재주로 먹고 살겠지. 음악이라든가, 연기라든가, 춤이라든가, 뭐 기타등등등... 아무리 개새끼소새끼 해도 결국에 그 잘난 모습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지고 마는 것.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그 수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욕이야 하더라도 정작 무대를 보고 연기를 보고 나면 더 이상 욕이 안 나오니까. 그만한 매력과 실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 조롱하고 비웃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정작 콘서트를 여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무대를 보러 찾지 않던가.
다만 문제라면 우리나라에는 아티스트가 드물다는 것. 아티스트는 있는데 아티스트를 알아보는 대중이 없다.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도 없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존중도 없고.
"왜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지 않는 거야?"
내가 엄인호의 음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인호더러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해 달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니 굳이 구입은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지 않으니 가치가 없다? 그건 아니겠지.
아티스트와 단지 가수와의 차이일 것이다. 아티스트는 내가 좋아하나 싫어하나 그 자체로 인정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난 하나의 클래스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서가 아니라 그의 음악적 역량 자체가 워낙 대단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존경받아야 하는 대상.
하지만 워낙에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란 아티스트라기보다는 그냥 대중을 위한 광대라. 딴따라. 과거부터도 그랬고 온라인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더욱 가루가 되고 먼지가 되도록 까이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고.
"이름만으로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100명은 되어야 한다."
신해철의 말이 그렇게 공허하게만 들리는. 아무리 뛰어난 아티스트라도 사소한 꼬투리가 있으면 쓰레기가 되고 철저히 매장당한다. 음악을 음악으로만 듣지 못하는 현실에 과연 아티스트란 어떤 가치일까?
특히 전인권이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인권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자취가 작지는 않을 텐데, 그러나 그만하면 음악외적으로는 몰라도 음악적으로는 존경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신해철 자신도 그의 사생활이나 발언이 아닌 음악에 대해서는 별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평소 그리 욕하다가도,
"역시 음악은 훌륭하군!"
그러나 단지 말 몇 마디 마음에 안 드는 것 가지고도 그의 음악인생 전반을 부정할 수 있는 오만한 대중이라는 것이다. 타블로 사태도 결국 그런 아티스트에 대한 멸시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
자기 실력으로, 자기 작품을 대중에 내보임으로써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단지 이미지로써 대중의 베풂을 받는 딴따라.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기획사와 대중이 만들어낸 합작품 아이돌 아니던가?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과 이미지를 팔려 하는 기획사,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미지로서 만들어진 아이돌. 그런데도 아이돌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억울하지 않은가.
엄인호에 대해서도 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음악에 대한 그의 자세는 진짜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 그의 무대를 보면 감탄하곤 한다. 그는 진정 음악인이다. 음악인이 음악 그 자체로써만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그나저나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이라고? 흠... 이건 좀 살 만하겠다. 나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네. 일단 들어보고. 확실히 이름만으로 구매를 고민할만한 이름들이기는 하다.
나도 어지간히 아이돌 좋아하지만, 아이돌 가지고 음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안다. 과연 아이돌은 음악을 하는 존재인가? 아이돌더러 가수라 부르는 것조차 마뜩지 않은 이유다. 가수가 어디 활동 않는 동안에 음악을 고민하지 않고 예능만 돌고 있는가?
시대가 그러하니... 원래 아이돌이란 우상이라는 뜻이었을 테지만 시대는 아이돌을 우상이 아닌 인형이라 부르게 만들었다. 세상은 그리 흘러가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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