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타블로 - 정서의 정의...

까칠부 2010. 10. 12. 17:08

대한민국에는 헌법 위에 또 다른 무소불위의 규범이 존재한다. 바로 국민정서법이다.

 

그것이 법을 위반했는가? 가치에 어긋나는가? 상관없다. 내 감정에 어긋나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물론 자연법사상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규범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자면 어떤 일관된 체계는 갖춰야 하지 않는가.

 

관습법이란 그렇다. 그동안 꾸준히 누적되어 온 어떤 일관된 규준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는 성문법 체계 안에서 그러한 관습법들은 문자화되어 정의된다.

 

그러나 이놈의 관습법이란 그런 일관된 체계란 없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없다. 그냥 그 순간 어떠니까. 이전에 어떤 사례가 있었고, 판례라 할 만한 어떤 경험이나 기록이나... 없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누군가 나서서 선동을 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

 

누군가 나서서 외치기 시작한다.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하지 않는 외국인!"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가는 생각지 않는다. 그들도 똑같이 세금을 내며 글로 인해 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굳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 병역의 의무도 없지만 - 그들이 이 사회 나와 일하는 자체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외국인에 대해서도 문호를 열어야 함은 물론, 국적과 민족은 또 별개라는 것도.

 

오죽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검은머리 외국인들에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확고한 믿음마저 생긴다. 바로 이게 파시즘이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보면서 느끼는 한 가지가,

 

"횡설수설"

 

뭔 소리 하는지 아마 히틀러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저 믿음. 확신. 그리고 정의감.

 

타블로는 바로 그런 한 예였다. 논리고 뭐고 없었다. 의혹을 제기하는 자가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제 1원칙조차 무시되었다. 사실관계가 우선하며, 사실이 배제된 논리만의 의혹이란 주장일 뿐 크게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조차도.

 

"쟤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너도나도,

 

"맞아, 나쁜 놈이야!"

 

심지어 학력위조에 대해 전혀 의심이 없으면서도,

 

"네가 대응을 못한 것이 잘못인 거야!"

"나는 네가 마음에 안 들어!"

 

과연 타진요와 왓비컴즈만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데 타블로에 대해 악의적인 비난들을 쏟아내던 아이디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타진요와 왓비컴즈 욕하며 정의의 용사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중이다. 과연 왓비컴즈와 타진요만을 욕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왓비컴즈야 그냥 찌질이 악플러고, 자기 신념을 가지고 타블로 안티에 나섰던 타진요는 어떠한가? 직접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던 타진요는? 그냥 악플러에 불과한가?

 

물론 나도 논리네 합리네 객관이네 하며 으스대는 인간들 밥맛이다. 나 자신이 그런 먹물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 하지만 최소한 어떤 주장을 하고, 그것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상처를 입히려 한다면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죄를 주고 그 죄를 단죄하려 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논리란 그 근거일 것이다. 어떤 이유로 왜 그를 단죄해야 하는가? 얼마나 타당한 이유로 합리적으로 그에게 죄를 묻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그런 게 없으니까.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타블로는 나쁜 놈이다!"

 

심지어는 그런 사람도 있었지.

 

"타블로의 학력위조는 100% 확실하다."

 

이유인 즉,

 

"내가 그렇게 믿으니까."

 

결국은 거슬러 올라가면 교육의 문제일 텐데. 고학력자도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멀쩡한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갔다온 사람들이.

 

파시즘은 다른 데서 오지 않는다. 무지에서 온다. 무지와 확신이 만나면 파시즘이 된다. 한 마디로 그냥 병신짓거리라는 뜻이다. 똑똑한 놈들이 병신짓거리하기 시작하면 그게 파시즘인 거다.

 

참 편리하게 왓비컴즈 하나 잡아 해결보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타진요 욕해서 자기 정의를 과시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워낙에 욕을 들어먹은 터라 아이디들을 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사과라도 정식으로 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의심한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다."

 

정서법에 따르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이제 와서 왓비컴즈나 타진요를 욕하는 것을 그만둔 이유이기도 하다. 내 타겟은 바로 그러한 일반의 "정서", 즉 "무지"와 "확신"이니까. 네티즌 자신이니까.

 

한심스럴 뿐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들을 비판하며 욕한다. 늬들이 잘못이다.

 

누구 한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타블로 사태에 관심을 가진 이유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