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 김태원 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보다는 그동안 김태원이 방송에 나와서 하던 말들을 종합하면서 더욱 느꼈다.
"과연 마약을 끊게 하는데 처벌만이 능사인가?"
전인권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게 감옥에 잡아가두고 했는데도 여전히 대마초를 하고 있지 - 아, 이번에는 끊는다고 그랬나? 감옥에서 나오고서도 하는 말이 그거다.
"자식들, 진짜 치사하네!"
"대마초를 하면 오히려 폭력성이 사라진다."
"권장해야지 금지할 게 아니다."
물론 이승철과 같은 경우는 그것이 큰 효과를 봤다.
"그때 받은 굴욕을 다시 받기 싫어서라도 마약은 않는다!"
지극히 이승철다운 대답이라 할 텐데,
그렇더라도 한 번 마약에 빠져들면 몇 번이고 반복해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왜?
동기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왜 마약을 끊어야 하는가? 왜 마약을 해서는 안 되는가? 거기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이해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그거다.
"마약은 나쁜 거니까 너도 나쁜 놈이야!"
"넌 나쁜 놈이니까 감옥에 가서 처벌받아야 해!"
그래서 남는 건?
"아, 씨바! 더러워서라도 안 핀다!"
이런 경우도 있겠지만,
"아, 씨바! 열받네? 또 한 대 빨아?"
없으리라 누가 장담하는가?
김태원도 그 비슷한 경우였다. 대마로 잡혀들어갔다가 나오니 완전 나락인 거다. 팀은 깨지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부활의 이름은 더 이상 못 쓰고, 그렇다고 새로 만든 팀은 앨범이 개박살났고, 재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상황에 절망에 빠져 더욱 마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그를 구한 것은?
결국 가족이었다. 이제는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아버지와 어머니와... 여자친구는 그런 그가 부담스러워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지?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아 헤매다 피까지 토했고. 아버지의 방에 갇혀서는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며 자신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그리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올해 마흔다섯인데, 마흔다섯까지 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만일 집사람이나 가족이 아니었다면 나는 서른 전에 죽었을 거에요."
자포자기라 한다.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왜 포기하는가? 하찮으니까. 자기 자신의 가치를 모르니까.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바로 주위사람들인 것이고, 가족이고, 친구고, 애인인 것이다.
"사람은 소중한 단 한 가지만 있어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로 하여금 마약을 끊게 한 것은 법이 아니었다. 감옥이 아니었다. 사회적인 단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더욱 그를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그로 하여금 죽음까지 생각케 하는 상황에 몰아넣었을 뿐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지? 너무 진부해서 이제는 지겨운,
"햇님과 북풍"
사람을 바꾸는 건 윽박지르고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것을 진심으로 깨닫도록 해서다. 더구나 나이를 먹고 나면 더 그렇다. 어려서야 일단 때리고 야단치면 듣는 시늉이나 한다지만 나이 먹고는 머리가 굳어서 그것이 쉽지 않으니. 그래서 더 관심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고 배려가 필요한 거다.
그래서 생각한다. 과연 마약사범에 대해 - 마약을 유통한 것이 아닌 단지 마약을 했을 뿐인 사람들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지금처럼 그냥 무작정 감옥에 쳐넣을까? 사회적으로 도저히 재기할 수 없도록 완전히 매장시켜버릴까? 그러면 마약은 근절될까?
그럴 거라면 마약문제가 아예 생기지도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 번은 실수로 마약을 접했더라도 두 번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바로 말했다. 관심과 사랑과 배려...
가족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도. 마약을 했고, 그 사실이 밝혀져 법정에 서게 되면 판사는 선고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몇 달 동안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며 마약을 끊도록 노력하십시오. 그 동안은 판결을 유예하겠습니다."
즉 전과자를 만들기 전에 한 번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를 죄인으로 만들기 전에 그 실수를 바로잡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절망에 빠지지 않게. 더 큰 절망에 다시금 마약에 의지하지 않게.
가족의 사랑과 가족의 관심과 사회적 배려와... 그리고 전문가의 상담... 왜 마약을 끊어야 하고? 마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란 무엇인가? 그것을 해결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요즘 예능에서 김태원 바람이 뜨겁다.
"바빠서 살 수가 없어."
그 말 그대로 거의 틀면 나온다 할 정도로 나온다. 왜일까?
먼저 그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출석불량으로 충암고에서 제적되어 숭실고에서 졸업했고, 이미 공개된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무인지경이다. 운동도 못해, 상식도 모자라, 거기다 전과까지, 음악생활은 순탄했는가?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락의 전설로써.
"끈을 놓치 마세요!"
그가 말하는 메시지는 한 가지다. 누구나 마지막에는 아름다울 수 있다. 과거야 어찌되었든 마지막이 아름답기에 과거도 아름답다. 어려운 시대 그가 우리게에 보여주는 -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묻는다. 과연 그 끊을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누구일까? 자기 자신? 혹은 주위의 누군가?
김태원을 지탱한 것은 그의 가족이었다. 항상 사랑으로 지켜봐 준 아버지와 어머니와, 항상 그의 곁에서 의지가 되어준 연인과, 만일 그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김태원은 그 끈을 놓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말하자는 것이다.
"끈을 놓지 말자!"
설사 지금 당장 실망했더라도 그 끈을 결코 놓지 말고 지탱해주자. 한 번은 실수라, 두 번은 어리석음이라, 세 번은 만용이라, 그래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것을 믿고 지지해주자. 관심으로써 지탱해주자. 마침내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일어선 바로 그처럼.
마약이 사실 그렇게 큰 죄는 아니다. 마약을 유통한 것이라면 모를까 마약을 한 정도로는 그렇게 큰 죄라고 할 수 없다. 마약했다고 남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아니 해를 끼쳤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받으면 그 뿐이다. 고작 혼자서 마약에 의지해 위로를 받은 것 가지고 사회적인 매장까지 가는 건 심하지 않은가?
사회적으로 분명 마약은 근절되어야 한다. 개인차원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사회전체로 보았을 때 분명 마약은 해악이다. 그러나 어찌해야 하는가? 마약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엄하게 처벌할까? 아니라는 거다. 그런 게 통할 거면 이미 마약사범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거고.
하여튼 마약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보면 참 이래서 한국이 후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슬람권에서는 지금도 도둑질한 속목을 자르도록 하는 곳이 있다고 하지? 딱 그 수준이다. 잘못했으니까 징계하고 배제한다는... 벌이 필요한가 갱생이 필요한가에 대한 판단도 없이. 어이없게도.
한 번은 실수라, 두 번은 어리석음이라, 세 번은 만용이라, 누구나 실수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만용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단지 그 가운데 조금 큰 사고를 친 것 뿐이고. 그것이 그리 큰 죄일까?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할 만큼?
그것을 생각해보자는 거다. 한 번 쯤은. 과연 그러한가고. 지금에. 연예인 마약사건이 터진 이 시점에서. 또 시기도 적절하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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