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너무 뻔하지 않은가?

까칠부 2010. 11. 7. 19:26

차라리 조기축구는 낫다. 연습하는 만큼 느는 것도 있고, 팀경기이다 보니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게 있으니까.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남격밴드와 하모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상호관계속에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태권도 미션에서도 그렇다. 어디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 이윤석과 이경규다. 거의 이야기는 이윤석과 이경규로부터만 만들어진다. 이경규와 이윤석 사이의 일방적 관계로부터, 이경규의 난폭함과 이윤석의 소심한 반항이 태권도라고 하는 격투기를 매개로 자연스런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나 그 밖에는?

 

결국 분량 나오는 게 김태원과 이윤석의 약골체력을 이용한 몸개그. 아마 목표한 한 것도 이것 아니었을까? 태권도 하면서 따로 분량이 나올 게 없지 않은가? 김국진과 이경규도 나이탓에 체력이 전과 같지 않고, 덕분에 이정진, 김성민, 윤형빈은 따로 분량이라 할 만한 게 없고. 모르긴몰라도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은 검은띠 따기 미션도 일찌감치 끝내고 분량도 없을 것이다. 이경규와 김국진도 몸이 좀 되니 남는 것은 김태원 이윤석이겠지. 의도한 대로.

 

물론 이윤석의 몸개그는 참으로 독보적이다. 그냥 하는데 그게 몸개그가 된다.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뻔하게 속내를 드러내고서야 오히려 씁쓸하지 않은가. 그러려고 해서가 아니라 원래 몸에 병이 있어 체력이 그런 것인데 그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내 오히려 웃기기보다는 찌뿌드하니 마음이 불편하기만 했다. 고작 이런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열심히만 해서야 다큐멘터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도, 그리고 하모니편에서도, 많은 장기미션들이 오히려 분량이 촬영기간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장기미션이란 그만큼 시간을 들여 노력을 기울여 해야 하는 미션이라는 뜻일 테니까. 그렇다고 웃음을 주자고 무리수를 두다가는 성의없이 한다고 욕이나 먹을 뿐이다. 오늘처럼.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부족한데, 그렇다고 어설프게 예능하자고 진정성마저 떨어지니 산만하기가 이렇게 산만할 수가 없다. 지겨울 정도로.

 

아마 월드컵편 이후로 이렇게 집중 못하고 보기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줄넘기를 두 개나 할 수 있게 된 김할머니는 대단했다. 확실히 남자의 자격 출연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이경규의 여전한 무술실력도 볼 수 있었고. 나이가 들어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해 오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밖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어찌되었거나 예능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남자의 자격도 예능이다. 재미를 주어야 한다. 웃음을 주든, 흐뭇함을 주든, 행복함을 주든, 감동을 주든, 하다못해 울리기라도 해야 한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도 있지만 오늘 남자의 자격은 시청자들에 무엇을 주었는가?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무엇을 남기고 했는가?

 

이윤석의 말마따나 오프닝이 가장 나았다. 오프닝의 토크는 확실히 기복이 거의 없다. 그냥 툭 던지면 바로 나온다. 도대체 뭔 놈의 수다가 그렇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가. 간만에 이정진도 합류해 그림도 잡혔고. 하지만 그래봐야 미션이 이러니. 또 장기미션? 그것도 태권도? 남자라면 국기인 태권도 정도는...? 차라리 아무거나 격투기 하나씩 - 아니 작년 했던 격투기 미션 쪽이 훨씬 주제에도 맞고 재미도 있었다. 뭔 의미가 있을까?

 

그나저나 확실히 이경규가 무달이 맞다. 농담처럼 지나가듯 말했지만 그의 말에 진리가 숨어 있다.

 

"하얀띠를 계속 매고 있으면 검은띠가 돼!"

 

원래 검은띠인 이유다. 처음에는 하얀 띠를 하다가 띠가 때를 타고 더러워지게 되면 마침내 검은 색이 된다. 그 검은색마저 바래면 그때는 무띠가 된단다. 띠의 색구분이 중국에서 왔던가? 일본에서 왔던가? 아무튼 지금 태권도에서 쓰는 띠의 색구분은 일본에서 온 게 확실할 텐데. 중국은 조금 다른 것으로 안다.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도복이 헤어지고 띠가 너덜너덜해져서 검은 색이 될 때까지. 그에 비하면 요즘의 단 따기란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지 않은가.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저 열심히만 해서는 예능으로서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다큐멘터리가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웃기고자 하면 또 오늘처럼 괜히 산만하기만 하고. 어찌할 것인가? 참 애매할 것이다. 남격밴드는 그나마 모여 있으니 분량이 나오지만, 자격증 미션은 워낙에 따로 하다 보니 모이고 나서야 그림이 나온다. 과연 제작진의 선택은... 편집의 묘는?

 

더구나 또 오늘 실망스러웠던 것이 지난주에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전혀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없는 디지털편의 짜투리. 디지털시대의 부적응자들이 보여주는 지난주와 거의 다를 게 없는 그 모습이 시작부터 사람 힘 빼고 시작했다.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짧게 압축해 편집하던가? 시작이 지루하니 이어지는 내용도 지루하고, 더구나 태권도편은 그 긴 시간을 감당할만한 힘이 부족했다. 시작도 안 좋고, 그 뒤도 안 좋고,

 

그나마 다음주는 조금 나을까? 태권도편도 하다보면 조금은 더 나아질까?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고작해야 몸개그나 노리고 태권도를 하려는 것이라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태권도 단증 따는게 진짜 목표라면 그건 더 무리수일 테고. 아쉽고 위태위태했다. 좋은 소리 나오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