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에도 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누구나 사랑을 바란다.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사랑이란 다른 말로 필요다. 누군가에게 절실한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자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과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 더 충실할까? 누가 더 절실할까?
누구에게 내가 더 의미가 있는가? 누구에게 내가 더 가치가 있는가? 내가 아닌 바로 그에게 있어서다.
사람은 자기를 통해 타인을 본다. 타인을 통해 자기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 가장 이타적인 행동일 수 있다. 나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보고, 그러나 다른 사람을 통해 자기를 보고, 이기적이기에 더욱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비쳐지는 자기 모습에 구애되는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나의 존재를 더욱 절실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곳에서 나는 더욱 크고 더욱 또렷한 실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군중속의 고독이란 그런 의미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 다시 말해 그토록 수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나를 비쳐볼 수 있는 대상이 없다. 사람은 많은데 나는 없다. 사람은 이기적이기에 그래서 자기를 잃는 것을 견뎌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를 통해 비쳐지는 자기 모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인 것이고.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기에 더 마음이 가고 더 충실해진다.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가 아닌 사랑받는 존재다. 사랑하는 것도 바로 사랑받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이다.
강무결이 고작 한 달을 여자와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나왔다. 엄마와 같은 집에 오래도록 함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새로운 집에 익숙해질 때 쯤 그는 이사를 가야 했다. 엄마와의 삶에 익숙해질 때 쯤 엄마와 헤어져야 했다. 항상 버림받아왔다. 버림받는 데 익숙해졌다. 사랑하는 것이 두렵다. 정확히는 버림받는 것이 두렵다.
"다음날 바로 정인과 나타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여우의 변명이다. 차라리 내가 버림받느니 내가 버리겠다. 버림받기보다 내가 먼저 포기하겠다.
강무결이란 상처입기 두려워 가시를 두른 성게와 같다. 그 살이 너무나 여리기에 사방으로 가시를 뻗친 채 웅크린 작은 성게다.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느끼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고 자기에 솔직해지지 못하고. 항상 엄마의 사랑을 구하면서도 그것을 차마 말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뭐가 그렇게 크게 민폐를 끼쳤는데?"
차라리 의지하고 폐를 끼치는 것이 그에게는 더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때로 나타나 하소연을 하고, 어리광을 부리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때는 엄마에게 자기란 의미있는 존재였을 테니까. 그래도 엄마가 의지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아들이었을 테니까. 엄마가 떠난다 했을 때 강무결은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크게 반발하며 화를 낸다. 그것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강무결이 위매리와의 가짜결혼을 끝낸 이유가 그것이다. 위매리와의 관계를 애써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다. 진심이 될수록 가짜란 그에게 상처가 된다. 진심이 될수록 거짓이란 그에게 두려움이 된다. 언젠가 끝날 것이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은 봄이 오면 눈이 녹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여름의 안개가 해가 뜨면 흩어지듯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릴 것이다. 그 기억마저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했잖아!"
위매리도 마찬가지. 그나마 사랑받으며 살아온 그녀에게 버림받는다는 두려움은 없다. 다만 버림받았다고 하는 두려움은 있다. 강무결에게 거부당했을 때 그녀는 순간 갈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자기가 있을 곳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까를 잃어버리게 된다.
"나도 지금 내 마음을 모르겠어."
맞나? 내 기억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혼란이 그녀로 하여금 약혼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현실에 순응하게 만들고. 아마 오늘의 강무결과의 만남은 이후 그녀의 행동에 변화를 줄테지. 일주일동안 사람들을 낚기 위해서도 그래서 오늘의 분량은 지난주 화요일에 나왔어야 했을 것이다. 빌이먹을 김정은. 저주가 있을진저.
정인도 항상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구원받았다고 하는 부채의식은 그로 하여금 아버지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끔 만들었고, 그것은 다시 정인이라고 하는 자기 안에서조차 자기를 지우는 결과를 낳았다. 기타를 그만두라 했을 때 자기 손을 자해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기타를 그만두라는 아버지의 요구와 기타를 치고 싶은 자기의 욕구 앞에 그는 자기의 욕구를 지워버리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위매리와의 결혼도 그런 까닭. 그러나 그는 위매리에게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따뜻함을 발견했다. 의지하고 싶은 포근함을 발견했다. 자기에게는 없는 어른스러움도 찾았다. 위매리는 그가 갖고 있지 않은 일부다.
하지만 정작 위매리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인은 그녀를 필요로 하지만 위매리는 굳이 정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신 서준의 의외의 약한 모습이 그로 하여금 그녀의 곁에 있도록 만든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와 함께 있는다. 분명 이 순간 서준은 정인 그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아버지의 요구와 자신의 필요로 인해 위매리를 원하게 되지만 그러나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서준에게 이끌리게 되는.
서준 또한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컴플렉스가 그녀의 과도한 자의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오만방자하게까지 보이는 그녀의 거침없는 말이나 행동은 거꾸로 그녀의 나약한 자아를 감추기 위한 갑옷과 같은 것이었다. 그 갑옷이 벗겨졌을 때 그녀는 목욕탕에서 홀로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로 돌아가고 만다. 3화에선가 위매리와의 사이에서 오해가 불거졌을 때 그녀가 보여주었던 예민한 반응은 바로 그러한 그녀의 단단한 껍질 속에 싸인 여린 내면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녀가 강무결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동병상련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류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와 자신은 닮았다. 그러나 서준이나 강무결이나 서로가 상처가 깊기에 쉽게 상처입고 쉽게 상처입히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둘 다 서로를 용납하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에 비해 한결 어른스러운 정인의 존재는 서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듯하다. 힘들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를 필요로 해주는 사람. 마치 정인의 곁에 있음으로써 그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인정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표님의 약혼녀가 부럽네요."
정인의 핸드폰에서 위매리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 위매리가 정인의 약혼녀임을 눈치채게 되었을 때 그녀의 살벌해지는 눈빛은 그녀의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위매리가 아닌 정인에 대한.
사실 이런 분석이 필요없이 너무나 뻔한 구도다. 너무나도 많이 써왔고, 여전히 여러 작품에서 쓰이고 있는 요소들이고, 만화를 좋아한다면 - 특히 순정만화를 좋아한다면 이같은 해석은 이미 필요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흘러간다. 당연히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 수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포맷에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서도 서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얼마나 그 디테일을 잘 살리는가.
일단 장근석과 김재욱은 잘생겼고, 문근영은 귀여우며, 김효진은 매력적이다. 일단 외모부터가 호감이고 이같은 만화적인 스토리와 120% 싱크로를 이룬다. 동의하도록 만든다. 이런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배우들의 매력은 연기력에 더해 극에 사실성을 더한다. 사실성을 더한다기보다는 시청자로 하여금 극의 내용에 몰입토록한다고나 할까?
물론 그럼에도 순정만화라고 하는 전형성에 익숙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역시 그 부분이 앞으로도 이 드라마의 시청율에 적잖이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 순정만화란 자체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상당히 마니악한 종류에 속한다.
아무튼 덕분에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나 장면들이 적지 않아서. 마지막 위매리와 강무결이 키스를 하며 나누는 대사라든가, 무대 위에서 위매리가 강무결과 수갑으로 연결된 까닭에 어색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라든가, 아니 무엇보다 전혀 생뚱맞은 컨셉 덕에 수갑으로 서로가 연결되는 과도한 우연. 강무결이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는 실용음악학원 학생들의 또 지나친 추종까지. 딱 만화적이지 않은가.
강무결이 위매리에게 빌린 돈이라며 돈봉투를 내밀었을 때, 그리고 그를 위해 선배가 하는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위매리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은 강무결의 고집을 보았다. 당당해지고 싶은. 한 남자로써 위매리 앞에 당당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픈 수컷의 숙명이랄까? 위매리 앞에서 그는 남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남자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고. 정인은 울고 있는 서준 앞에서 남자가 되어 있었고. 이제는 위매리와 서준의 차례일 텐데...
어쨌거나 손발이 오그라들기는 했지만 일단 순정만화라 생각하니까. 아무리 나라도 이런 달달한 종류의 순정만화에는 내성이 그리 없다. 잘 읽지도 않는다. 간만이라 내상이 조금 있다. 드라마이기에 색다름으로 보고는 있지만서도. 그림이 좋지 않은가? 누구보다 탁월한 작화다. 보기 좋으면 일단 만화는 먹고 들어간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한 작화에,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에,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아마 많은 작가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드라마를 보는 듯한 만화. 만화를 보는 듯한 드라마.
좋은 만화다. To be countinued... 벌써 오늘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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