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고질적인 표절문제에 대해 전부터 나온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그것이었다. 너무 몇몇 히트작곡가에게만 의존하려 한다.
즉 한 사람의 재능으로 쓸 수 있는 곡이란 한정되어 있을 텐데, 너무 몇몇 히트작곡가에게만 의존하려다 보니 재능을 넘어서 곡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그 가운데 자기검열이 이루어지지 않은 곡이 섞여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표절도 있겠지만 충분히 자기검열을 통해 걸러질 수 있는 것들마저 급하게 시장에 풀려나오는 것이 표절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더불어 그렇게 몇몇 히트작곡가에만 곡의뢰가 편중되면서 그들에 의해 정의된 트랜드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음악이라는 것도 습관이다. 자주 듣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익숙한 것이 더 쉽게 다가가고 쉽게 다가간 만큼 더 가깝게 느껴지고.
사이클이 더구나 짧다 보니까. 석 달을 가지 않는다. 거의 일주일 사이에 성패가 결정나다 보니 그만큼 직관과 습관에 의지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한두번 듣고 결정할 것이면 역시 익숙한 노래가 좋겠지.
문득 생각했다. 특정 걸그룹의 경우다. 아마 1위가 그리 급했던 것일까?
"우리도 대박작곡가에게서 대박곡을 받을 수 있었으면..."
그러니까 쉽게 1위도 하고 하는 다른 걸그룹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고 싶다. 저런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아 1위도 쉽게 해보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내가 그 걸그룹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바로 그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음악 때문이기도 하거든. 아마 현재 활동하는 걸그룹 가운데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 사람들도 그것을 기대하고, 그것이 그 팀의 캐릭터가 되어 다시 기대가 생겨나고.
만일 그들이 다른 인기 걸그룹마냥 말하는 대박작곡가의 곡을 받아 비슷하게 부르고 있다면 어떨까? 일단 나로서는 상당히 부대낄 것 같은데. 대중적으로 대박을 치는 건 좋은데, 정작 그 음악이 이제까지 내가 그들에 대해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다르면 나에게는 과연 좋을까?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게 문제이겠구나.
최근 대중음악의 사이클이 상당히 빠르다. 거의 1주에서 2주면 승부가 나고, 3주 넘어가면 꺾인다. 두 달 넘게활동하는 경우도 드물다. 음원사이트에서의 반응은 더 빨라서 1주 넘어가면 하락세가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대중에 어필하려다 보니.
더구나 한국인의 고질적인 서열의식이 음악이며 아티스트에게도 서열을 부여하려 하다. 얼마나 대박을 터뜨렸느냐. 그보다는 얼마나 1위를 해보았느냐. 이번에 몇 위를 했느냐.
아티스트 자신도 아닌 팬들끼리도 그것을 가지고 경쟁하다 보니 그만큼 순위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순위는 또한 행사수입의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 되어 버린 지금 수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 새로운 음반을 기획할 때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아티스트의 캐릭터에 걸맞는 보다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게 될까? 아니면 기존의 성공한 음악을 답습하는 - 히트 작곡가의 곡을 우선해 받아 쓰게 될까? 아예 레퍼런스라고 어떤 스타일의 곡을 써달라며 작곡가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뭐 이래저래... 아마 그 팬들의 주장대로 그 걸그룹이 다른 걸그룹처럼 대박곡 받아서 대박을 치게 되면 과연 그 걸그룹은 어떻게 될까? 그 걸그룹에 대한 내 입장은? 감정은?
하기는 그게 아이돌이기는 하다. 아티스트라면 그가 하는 음악이 중요하겠지. 어떤 장르의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느냐? 하지만 아이돌은 캐릭터니까. 1위도 해보았다는 캐릭터가 중요하지 어떤 음악을 하는가가 더 중요할까? 그것도 또 한 몫.
순위따위 상관없이, 히트여부와는 상관없이, 트랜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지 내가 좋아해서 즐길 수 있다면. 조금 더 느긋하게.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니까. 맞춰갈 뿐.
더구나 인기작곡가라는 것도 결국 돌고 돈다. 과거의 히트작곡가가 지금도 히트작곡가는 아니라는 거겠지. 그것도 하나의 흐름일 테지만. 그래도 1위부터 100위까지 그냥 주룩 훑어 들을 때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닐 것이다. 익숙한 만큼 빨리 질린다. 역시 이것도 한 몫.
확실히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인내심이 바닥난다. 한 귀에 들리는 음악만 듣고, 익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만을 찾게 되고. 남 말 할 때는 아니라는 거지.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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