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오그라들어 죽는 줄 알았네.
확실히 살아온 시대가 다르다. 70년대 80년대는 그런 게 멋이었지만. 만화도 드라마도 영화도 소설도 그런 게 많았다. 비장하고 애절하고 처절하고. 쿨하지 못한 것이 낭만이던 시절이었다. 울고 짜고 추저분하게 매달리고 그리고 절망하고.
괜한 겉멋에 3대 기타리스트니, 3대 베이시스트니, 3대 드러머니, 3대 보컬이니, 서로의 학교를 쳐들어가 기타로 배틀한다는 건 주먹다짐보다야 얼마나 낭만적인가.
김태원의 음악이 그렇다. 부활의 음악이 그렇다. 오랜 시절의 낭만이 부활의 음악에는 있다. 70년대 올드한 감수성을 간직한 밴드가 부활이다.
김태원의 첫사랑 이야기가 저랬구나. 어느 정도 추측은 하고 있었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안녕"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만 그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80년대라면 꽤나 흥미로운 러브스토리일 것 같지만. 하지만 요즘은 조금 늘어지겠지? 그래도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상 명곡으로 꼽기 때문에. 적절한 음악의 배치가 이야기의 맛을 한결 살려주고 있다. 부활의 음악부터가 오래된 느낌이다.
아무튼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 사실적인가 하는 것인데, 내가 아는 김종서 영입과정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김종서가 몸담고 있던 검은진주가 원래는 캠퍼스밴드였었거든? 시나위에서 쫓겨나고 아마 전문대인가 진학해서 거기서 만난 이름조차 없던 캠퍼스밴드가 검은진주였을 것이다. 그 이름도 언더그라운드 밴드와 합동공연한다고 급조한 이름이었다고. 실력이야 드럼이 김종서의 리듬감에 맞출 정도였다니까. 밴드를 나올 때도 김종서 자신은 굉장히 밴드를 등지는 걸 부담스러워했는데 멤버들이 떠밀어 내보내주었다던가. 하지만 김태원식 표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런 식으로 김태원의 기억에 의해 윤색된 부분이 얼마나 될까? 교차검증할 수 있는 부분을 제하고 과연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그리고 직접 연기한 김종서의 마음은? 무엇보다 그것을 보는 지금 이 순간 김태원의 심정은? 혹은 그 가족들은? 형이 참 못되게 나오던데.
좋았다. 레드 제플린이며 딥퍼플이며 올드락밴드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부활의 잘 들을 수 없는 수록곡들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기타배틀을 하며 일렉기타 특유의 화려한 테크닉들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기타는 참 매력적인 악기였다. 김태원이 너무 잘생겨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타도 고딩들이 들고 치기에는 너무 좋다. 80년대 초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또 하나 무정블루스가 아미 91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뭔 캬바레에서 무정블루스일까? 이건 고증의 미스. 하지만 김태원이 또 무정블루스를 그리 좋아하니. 김태원이 이승철과 갈등을 빚으며 밤무대를 안하겠다 한 이유도 납득이 간다.
약간의 신파에 오버스러운 것도 있지만 김태원이 살아온 시대가 시대니까. 화장실이라든가 학교라든가 그 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너무 많더라는 것도 있지만 또 단막극이고. 연기는... 으음...
손발은 이미 오그라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산만한 연출이 정신사납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지 않은가. 괜찮았다. 잘 만들었다 생각한다. 문제라면 실존인물이라는 것 뿐. 더구나 국민할매 아닌가. 어느샌가 희화화되어 버린 이미지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말했듯 부활의 음악 "안녕"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적절한 배치가 아니었을까. 딱 그 장면이었다. 딱 그 장면을 묘사한 것 같았다. 연기며 연출이 더 좋았다면 음악의 감동도 배가되었겠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좋지 않았는가. 느낌이 있는 장면이었다. 베스트.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부활의 데뷔와 성공, 이승철과의 갈등, 절망, 회상3, 아내 이현주씨와의 사랑...
80년대의 느낌마저 살린 것이 오글거려 더 좋았던 드라마 아니었을까. 민망하기도 햇지만 그런 서툰 감수성이 그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음악도 적절히 잘 배치되었고.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을까.
80년대에 바치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이 글을 쓴다. 재미있었다. 부활같은 드라마였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리는 외박중 - 어른의 이기심이 아이를 죽인다! (0) | 2010.12.13 |
---|---|
락락락 - 내가 아니면 너는 밥도 못 빌어먹는 주제야! (0) | 2010.12.12 |
도망자 - 진심으로 살의를 느꼈다! (0) | 2010.12.08 |
매리는 외박중 - 아이는 미래를 보고 어른은 과거를 본다... (0) | 2010.12.08 |
매리는 외박중 - 아이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한다... (0) | 2010.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