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락락락 - 내가 아니면 너는 밥도 못 빌어먹는 주제야!

까칠부 2010. 12. 12. 07:04

김태원이 밤무대에서 멋대로 록을 연주하다 영업부장에게 수모를 당할 때 문득 얼마전 있었던 DJ DOC의 게임 페스티벌 헤프닝이 떠올랐다.

 

비슷한 상황이었다.

 

"내가 음악이나 들으려 게임페스티벌에 왔느냐?"

"감히 대중을 상대로 그럴 수 있느냐?"

 

그리고 나오는 말,

 

"대중이 있어 벌어먹고 사는 주제에..."

 

타블로 때도 그랬지.

 

"대중 덕분에 먹고 사는 주제에 왜 증명하라는데 제깍제깍 증명하지 않느냐?"

 

이런 것도 유전이 되는 것일까? 딴따라. 그냥 앞에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광대. 존중할 필요도 존경할 필요도 없이 단지 놀면서 편히 돈버는 하찮은 것들. 대중을 떠받들어 모셔야 하는.

 

물론 김태원도 잘못했지. 밴드가 잘못했다. 춤추러 온 캬바레에서 록이라니? 한국록이 쇠퇴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밤무대 문화가 바뀌면서도 꽤 크다. 80년대 중반 밴드붐은 더 이상 밤무대에 머물지 못하게 된 연주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밀리듯 양지로 올라오면서 시작된 경향도 있다. 선배 연주자들은 밤무대에서 연주를 하며 실력을 키웠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하지만 남다른 출중한 실력의 연주자라면 설사 취향이 아니고 목적이 아니더라도 잠시 멈춰서서 들어주고 박수를 쳐주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목적한 춤을 위한 음악이 아니어도 듣기에 훌륭하다면. 단지 잠시 멈춰서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게임페스티벌이라도 기껏 가수가 와서 분위기를 띄우면 적당히 맞춰 호응해주는 정도는 필요한 예의가 아니었을까. 듣보잡도 아니고 그래도  DJ DOC쯤 되면.

 

그러겠지. DJ DOC가 뭐라고 그런 특별대우를 해주어야 하느냐? 하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루이 14세가 한 말이다.

 

"공작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예술가는 아니다."

 

20년 넘게 한 길로 팀을 꾸려온 이들이라면 그만한 존경을 받을만한 자격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대중님이시니까. 무조건 DJ DOC가 잘못한 것이지. 마찬가지로 배우들도 대종상 무대에 아이돌이 올라와 춤을 추거나 말거나 남의 일일 테고.

 

한국 대중문화의 많은 병폐들이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멸시. 딴따라라고 하는 폄하. 무시. 지금의 세대들에게서도. 지금은 아이돌에 대한 것으로 나타나지. 아이돌이면 다 싫다. 실력도 없는 것들이.

 

결국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주자들은 여전히 우울하고. 그나마 80년대 중반 반짝 연주자들이 대우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3대 기타리스트는 그런 시대의 행운아들이랄까?

 

여러가지로 느끼는 게 많다. 조금 더 리얼했으면 싶지만. 조금 더 차분하게 정리가 되어서. 혹은 조금 더 들끓어 불타오르도록. 애매하게. 생각하는 게 재미있다.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떠올려 본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