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락락락 - 유현상이 곡쓰기를 배운 이유...

까칠부 2010. 12. 14. 06:36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유현상이 그리 말한 것을 읽은 것 같다.

 

"선배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맞나?

 

당시 연주인들은 자존심이 무척 셌다. 그들의 경쟁상대는 미국과 유럽의 연주자들이었지 국내에 있지 않았다. 곡을 쓰고 음반을 내고 인기를 얻고... 그보다는 유럽과 미국의 연주자들과 겨루어 그들의 음악을 얼마나 훌륭하게 재현해내고 그것을 뛰어넘는가. 이를테면 장인정신이었다.

 

하지만 기타의 신이라는 이중산조차 지금 그 연주를 찾아들으려면 도리가 없듯, 그렇게 뛰어난 연주자들이더라도 실력이 전과 같지 않게 되면 그때부터는 철저히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연주력이 영원할 수 없는데 그 실력마저 퇴보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할 뿐이었다. 그래서 최고의 실력을 구가하던 연주자들도 그 말년이 우울한 경우가 많았다.

 

17살에 이미 무대에 서고 수많은 선배연주인들을 겪었던 유현상에게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심한 바, 곡쓰기를 배우겠다. 내 음반을 내겠다. 그리고 마침 신병하가 주도하던 밴드 사계절에 합류하며 그로부터 곡쓰기에 대해 배우고 이후 독학으로 그것을 발전시켜나가게 된다.

 

백두산의 리더, 이지연의 프로듀서, "여자야"를 히트시킨 트로트 가수이며 작곡자, 쇼기획자, 확실히 이후의 그의 삶은 연주자의 그것과 동떨어져 있다. 이제는 그를 기타리스트로 기억하는 사람마저 드물다. 하지만 확실히 같이 활동하던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성공적으로 살아남지 않았는가. 연주만 잘하던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곡쓰기를 배우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그는 살아남았다. 하기는 조용필이며 윤수일이며 베이시스트이던 김정수며, 김희갑과 같은 작곡가들도 역시. 연주보다는 곡쓰기이고 노래다.

 

김태원도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연주냐? 아니면 곡쓰기냐?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분위기 자체가 자작곡보다는 해외 유명음악의 커버를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던 터라. 하지만 어쩌면 신대철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이었는지, 아니 부활 1집의 성공에 고무된 것인지 그는 연주자로서보다는 작곡자로서 자기의 갈길을 가름한다. 그나마 1집과 2집에서는 기타가 상당히 전면에 나와 있지만 기타리스트로서 대중들에 소외받으며 GAME마저 실패하고 나자 3집 이후부터는 그의 기타는 더욱 뒤로 물러나 밴드의 음악 가운데 작게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로부터는 재작년부터 예능에 나와 기타리스트로서 조명받기 전까지 거의 작곡가로서 더 유명했었다. 그래도 연주력만 좋았던 동시대의 어쩌면 더 기타를 잘 쳤을 기타리스트보다는 성공한 삶이라 할까?

 

결국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곡을 잘 쓰는 것과는 별개일 텐데. 물론 좋은 기타리스트는 곡도 잘 쓰지만, 반드시 곡을 잘 쓰는 기타리스트일 필요는 없을 텐데. 하지만 기타리스트로서 인정받기가 그리 힘든 터라. 기타를 잘 치기보다 곡을 더 잘 쓰고, 곡을 더 잘 쓰기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고. 그보다는 잘 생기면 좋고.

 

문득 그냥 눈에 들어와서. 락락락을 복습하다가 연주자로서의 자기에 자조적인 김태원의 선배들의 모습을. 심지어 악기를 저당잡히고 술을 마셨더라는 연주자의 모습도. 그런 좌절이 있었기에 김태원은 밤무대에 머물지 않고 밴드를 만들었을 것이며, 단지 커버에만 머물지 않고 작곡자로서 수많은 명곡을 만들 수 있었을 테지.

 

그리고 한 가지 이건 김태원의 인터뷰에서 들은 건데, 원래 김태원도 악보는 볼 줄 몰랐다 했었다. 그러나 당시 음반을 내려면 심의를 받아야 했는데, 심의를 받자면 악보를 함께 제출해야 했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라도 악보를 배웠다던가. 과연 악보쓰기를 배운 것이 득일지 실일지. 이후의 마치 피아노로 쓴 듯 정교하고 미려한 멜로디의 부활의 음악은 아마 그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다음주가 정말 기대된다. 김태원도 했으니 다음에는 신대철은 어떨까. 김도균은. 아니 아예 80년대 록씬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어보아도. 이번의 기타배틀처럼 보다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좋을 텐데. 설마 기타를 가지고도 그렇게 멋진 대결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다소 만화적이지만 어쨌거나 주된 네러티브만 살아 있으면 되니까. 더불어 70년대 록씬에 대해서도.

 

아무튼 올해는 뭔가 있는 해다. 뮤즈가 내린 것일까? 예능을 통해서도 음악이 부쩍 강조되고.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서도 음악이 중요하게 다가오고. 벌써 일주일이 지겹다. 어서 가라. 별로 잘 만든 드라마는 아닌데 이렇게 기다려진다. 미치겠다. 드라마 이상의 것이 이 드라마에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