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서인영 - 리듬속으로...

까칠부 2010. 12. 24. 19:18

"내 몸의 온도는 올라가고, 구름위를 걸어가고,
점점 나 미쳐가고 이제 나 뜨거워 이젠 안부끄러워
이게 나스러워 이제부터 여기서"

 

여기서 다시 "리듬속으로"가 나오기까지의 간주가 쪼이는 맛이 있다. 뭐랄까 기대하게 된다고나 할까? 뭔가 놀라운 것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드근거림이 있다.

 

확실히 음악은 들어봐야 안다. 처음에는 신나고, 그 다음에는 어딘가 낡은 것 같고, 그런데 정작 무대를 보고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이게 참 좋다. 이야말로 서인영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서인영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80년대 팝을 듣는 것 같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리듬을 탈 줄 알고 멜로디를 탈 줄 아는 예전 어느 지점을 떠올리게 한다. 약간은 루즈한, 빈 듯한 사운드는 그러나 그런 서인영의 목소리로 인해 꽉꽉 눌러 채워지는 듯하다. 마치 여왕님을 모시는 시종처럼 음악은 서인영의 목소리를 떠받들고 서인영의 보컬은 무대에서의 존재감 만큼이나 화려하게 자신을 과시한다. 사운드 전반을 이끌어가는 서인영의 힘이 자못 대단하다. 과연 서인영이 아니었어도 이만한 무대가 가능했을까. 바로 그녀를 위한 노래.

 

점점 고조되는 리듬과 공간을 살리는 곡의 구성 그리고 폭발하는 듯 매력적인 서인영의 목소리. 지루하지 않은 반전이 있고 드라마가 있다. 그리고 한 순간 모든 것을 압축하는 "리듬속으로". 후련하게 터져나간다. 음악만큼이나 간결하고 선명한 안무와 도도하게 자신의 무대로 초대하는 듯한 서인영의 매혹적인 눈빛.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무대 위에서 여왕이 된다. 누구보다 크고 아름다운 여왕이.

 

가사도 간만에 흥겹다. 마치 예전 김완선의 "리듬속의 춤을"을 연상케 한다. 음악이 갖는 본연의 흥겨움을 그대로 묘사한 듯한. 무대에 선 서인영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한. 일상의 시름을 잊고 사나운 사이키조명 속에 몸을 흔드는 그 열정을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음악이 심심하게 들리는 것도 그래서일 듯.

 

역시 음악이란 한 번 들어서는 모른다. 두 번 들어도 모른다. 아마 또 몇 번 더 들어보면 느낌이 새롭겠지. 서인영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한다. 그녀는 어쩌면 김완선을 닮았다. 이 무대에서는. 아마도.

 

아, 싸이 작사던가? 공동작곡? 음악이란 무언가 이제는 아는 게 아닐까. 서인영이라는 가수에 대해서도. 느닷없이 멜론에 들어가 클릭해 들으며 이것 괜찮다. 감탄한다. 정말 좋다. 좋은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