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가사를 들으며 음악을 들어보려 노력을 해 보았다. 그동안 너무 가사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있어서.
그런데 이게 아무리 들으려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결국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거든.
내가 그런 게 있다. 나와 일단 상관없다 여기면 철저히 무시해 버린다. 아예 신경을 끊어 버린다. 세상살기에 참 피곤한 성격이다.
확실히 예전에는 굳이 가사를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는 게 있었다. 문득 가슴을 울리는 그런 떨림이 있었다. 외우려 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자연히 가사를 따라부르게 되는 그런 게 있었다.
내 이야기라서다.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그 안에 있어서다. 마치 내 이야기를 듣듯 듣고 내 이야기를 하듯 부른다. 절절히 울리는 감정이 자연스레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도 내 노래인 양 부르게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으니까. 이미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며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카라의 점핑을 들으며 그게 내 이야기라 생각할 게 뭐가 있겠느냐 말이다. 씨스타가 아무리 니까짓게를 외쳐봐야 그냥 왈가닥 말괄량이의 허세로나 들릴 뿐이다. 아이유의 좋은 날도 "아, 그래?" 발라드도 마찬가지고.
전에도 말했듯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을 듣는데도 머리로는 가사가 참 좋구나 하는데 전혀 공감을 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가사도 잘 안 들리고 따라부르기도 힘들고.
그런 점에서 최근 가장 가사가 잘 들렸던 노래는 DJ DOC의 In to the Rain이었다. 뭐랄까 절절한 어떤 진정을 가사에서 느꼈다고나 할까? 올해 나온 노래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아무튼 확실히 억지로 들으려 해서 들리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들리는 게 가사는 아닐 것이다. 음악도 아닐 것이고. 결국은 지금까지 하던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들리지 않는대로 단지 음운과 음절로써 음악을 이루는 소리의 일부로서만 들어야겠지.
이를테면 씨스타의 가사에서 "나 혼자 아파""넌 정말 나빠" 하는 부분. 파와 빠가 절묘한 각운을 만들며 - 힙합에서 말하는 라임을 이루며 절묘한 리듬으로 들려온다. "난 정말 화가 나""왜 나를 가지고 놀아""진짜 미칠 것 같아""나 진짜 화가 나""넌 아직 사랑을 몰라" 여기서도 "나"와 "아", "라"가 각운을 이루며 리듬을 만들고 곡 자체의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이런 것들. "내 눈에 눈물나면"과 "네 눈에는 피눈물나"의 대비라든가. 가사내용은 지금 글을 쓰느라 일부러 처음 찾아봤지만 들을 때는 몰라도 흥겹다.
얼마나 가사가 주는 리듬과 멜로디가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와 어울리는가. 어떻게 비트는 멜로디를 쪼개고 가사는 그에 어울리게 배치되는가. 정작 뭔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여튼 나이먹었다는 증거일 게다. 정작 대중음악의 가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원래 듣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말 들으려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들리는 가사가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일 것이다. 그만큼 내 나이에 어울리는 가사라는 것도 있을 테고.
새삼 깨닫는다. 일부러 노력해 들어보면서. 해도 안 되는 건 있구나. 안 되는 건 안 되는대로 내버려두고.
어쩔 수 없다. 세대가 다르다.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확인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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