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초심특집?
이야기 속에서 잔뜩 꼬인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버리자면 등장 인물 죽여버리는 게 가장 빠르고 편하다. 더구나 주연급 - 주인공이면 더 좋다. 일단 죽이고 다시 되살린다. 죽는 순간 갈등은 일단 봉합되며 죽음으로써 모순을 해결할 방법을 손에 넣게 된다.
죽여야겠지. "뒤끝공제" 특집을 보더라도 아무래도 제작진도 현재 정체되어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이 있는 듯하다. 아무리 마니아들이나 제작진이나 이대로도 괜찮다 상관없다 하더라도 대중의 보는 눈이 그런 동안에는. 더구나 가장 중요한 시청율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당장에 그런 상황에 꼬인 문제들을 해결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죽이는 것이다.
박명수가 느닷없이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의사는 박명수를 대신해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마치 시간을 거스른 듯 몇 년 전 초기의 무한도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크릿 가든에서도 현빈이 다시 살아났을 때 그의 시간은 그 원인이 되었던 13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 벌어지는 3.6.9와 "아하" 게임, 그리고 아마도 다음주에 나올 "버스에서 손잡이 없이 버티기". 바로 이것이 무한도전의 출발점이다. 무한도전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자연스레 옛날 화면들과 교차되면서 무한도전의 지금을 보여준다. 그것도 처음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이 처음인 일반인 참가자와 함께.
"우리도 처음 방송할 때는 그랬었는데."
그리고 처음 하는 방송임에도 어느새 웃으며 한 데 어울리는 모습에서 이런 것이 무한도전 아니었겠는가. 처음이어도, 아무것도 몰라도, 그러나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샌가 우습고 또한 자연스럽다. 보는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신선한 재미와 웃음이 있었다.
다른 무한도전팀이 하룻동안 박명수가 되기로 한 재활의학과 교수 김동환과 과거로 돌아가 있는 사이 박명수는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간다. 과연 박명수가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예능을 하지 않았다면?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여전히 박명수이고 무한도전의 멤버이기는 하지만 멤버들과 떨어져 의사로서의 모습을 대신해 연기하는 모습은 그른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한다. 예능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써 - 물론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대중의 눈에 박명수라는 멤버는 무한도전을 떠나 전혀 새로운 일상의 모습으로 무한도전 이외의 모습을 보여주며 초기화된다. 더 이상 버럭할 필요 없이 한 중학생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써주는 아저씨의 모습으로써.
물론 이것이 무한도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겠는가? 앞으로의 무한도전에 있어 이번의 박명수의 의사체험과, 일반인과 함께 한 과거 무한도전의 게임이라는 것이 장차 무한도전의 올해 제작방향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에 있어 얼마나 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원점을 확인할 수 있겠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출연자에 대해서도, 그것은 제작진과 출연진 자신의 어떤 각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원점에서부터 무한도전이 진정으로 추구하자 했던 바를 다시 찾겠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말했었다. 앞으로는 장기미션 말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그때그때 촬영스케줄에 맞춰 일회성의 단기미션 위주로 꾸려가겠다. 팬들이 바라던 바고, 그동안 장기미션위주로 하느라 연기자도 지치고 프로그램도 많이 방향을 잃고 있다. 그 전환점으로써, 그 리스타트의 계기로 이번 미션을 선택했다면? 프로그램은 과거로 돌아가고, 연기자들도 무한도전 이전으로 돌아가 보고.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앞서간 것일까? 하지만 어쨌거나 무척 부러웠다. 내내 든 생각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런 것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
언제고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문득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시청자 가운데 초대해서 과거의 남자의 자격 미션들을 함께 체험해 보고. 그때의 소박하지만 순수했던 작은 웃음과 재미들을 되돌릴 수 있도록. 진짜 무한도전이기에 할 수 있었던, 오로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던 미션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은 설사 따라하더라도 이런 의미와 가치를 갖지 못한다.
역시나 박명수는 타고난 코미디언이었다. 처음 예능에 출연하는 일반인 출연자 김동환씨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려하며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는 멤버들의 연륜이 놀라웠고, 어느샌가 또 한 사람의 멤버가 된 양 한 데 어울리는 김동환씨는 부러웠다. 재미있었다. 그리웠고 유쾌했다.
올해 무한도전을 기대해 본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깔깔거리며 방바닥을 뒹굴 때. 다른 생각 없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근심이 사라지고 웃음이 그 자리를 대신하던 때. 매주매주가 기대되고 두근거리던 그 시절로. 아주 같지는 않겠지만 무한도전이 그토록 소중하던 그 무렵으로.
다른 의미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특집을 구상한 원래 이유가 따로 있을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뒤끝공제"나 "단기미션위주로 가겠다."는 제작진의 선언이나.
조금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작년 초. 혹은 10년 전. 그 이전.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결심을 가지고 저 앞을 바라보고 있었나. 내가 지나온 길은 그때 내가 보았던 그 앞이 맞는가. 가끔은 나도 그렇게 Reset하고 Restart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타율이 좋다. 올해 세 번의 방송. 길이 없어 아쉽지만. 기대해 본다.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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