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 - 명언종결자...

까칠부 2011. 1. 15. 06:35

"인간의 본성은 경험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우울증이란 기다림을 망각한 병입니다."

 

이에 비하면 아래 건 명언도 아니다.

 

"어두운 음악이란 가사도 멜로디도 어둡습니다. 그런 어두운 노래를 부를 때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슬픈 것입니다. 어두운 노래를 더 어둡게 부르려 하지 마십시오."

 

당연한 말이다. 코미디를 하는데 코미디언이 먼저 웃어버리면 김 새버린다. 비극인데 배우가 먼저 펑펑 울어버리면 보는 사람 짜증날 수 있다. 웃기 때문에 슬프고, 울기 때문에 그래서 더 웃기고. 그런 역설이 오히려 감동을 극대화한다. 그런 것을 두고 페이소스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슬픈 노래인데 가수 자신이 너무 슬퍼버리면 그건 가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자기 이야기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다. 대화를 할 때도 슬픈 이야기를 하다고 자기가 먼저 울어버리면 상대방은 왜 우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담담하게 관조할 수 있을 때 비극은 극대화된다. 마지막에 작게 미소라도 지을 수 있다면 끝장이겠지.

 

울지 말라는 게 그래서다. 내내 위대한 탄생에서 심사위원들이 지적하는 것이다.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과 우는 것과는 별개다. 너무 노래의 감정에 몰입해도 정작 듣는 사람은 그것을 듣지 못한다.

 

아무튼 확실히... 뭐랄까 다른 심사위원들은 엄한 선생님의 느낌이다. 가르치려 들고 가려내려 든다. 그에 비해 김태원은 어른? 거 왜 있잖은가? 어린 시절 무언가 고민이 있을 때 무작정 찾아가 묻고 싶은 그런 존재. 묻고 싶고 답을 듣고 싶고 기대고 싶은 그런 존재. 과연 나는 그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겠는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이...

 

"그대의 노래하는 표정을 우리들만 보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사람들이 위대한 탄생을 보며 김태원의 심사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지금은 분명 어른이 부재한 시대니까. 그렇게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도 지혜를 들려주는 어른이 필요했던 것이다.

 

"두 키만 올려서 불러보십시오."

 

확실히 김태원은 그다지 많이 배우지도 그렇다고 논리적이지도 못하다. 어쩌면 일반적인 시각에서 그는 그다지 영리하다거나 현명한 것과는 거리가 먼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아버지나 어머니가, 단지 많이 배우고 잘 알아서 그에 기대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지혜란 그런 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경험과 그를 꿰뚫는 통찰력과 무엇보다 관조하며 애정할 수 있는 여유와.

 

"일이 커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나도 재작년 예능을 조금 시작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져버렸습니다. 앞으로는 일이 커질 것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십시오."

 

물론 다른 심사위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제작진에게 우리 사무실 연락처 받아가세요. 좋은 선생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어려서 소심했던 저의 성격을 고치겠다고 기타를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떨어뜨리지 못하겠습니다."

"모창하지 말고, 이상한 애드립 하지 말고, 발음 정확하게 하고, 소리 빽빽 지르지 말고..."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조금 더 성장한 다음에 준비를 갖추고 그때 도전하세요."

 

각각 경험한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믿는 바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엄정함. 그래서 어제의 방송분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것이 G7 일곱 어머니들의 "새들처럼"이었다. 음도 틀리고 기타도 틀리고 그러나 어느새 난감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어쩐지 통과시켜주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느꼈던. 음악인 이렇게 즐겁다.

 

더불어 떨어졌지만 남다른 무대매너를 보여주었던 윤태건 어린이다. 무대에서의 표현력이나 장악력은 그 어떤 출연자보다도 뛰어났다. 노래도 그닥이고 춤도 글쎄이고 하지만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즐겁지 않은가. 엔터테이너라는 것일 게다. 지금은 힘들지만 정말 장래가 기대된달까?

 

노래 족은 그다지 기대가 되는 출연자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수준 자체는 이제까지 가운데서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떨어진 이용전 어린이 쪽이 가장 나았을까?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참가자들을 보자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심사위원 보자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온 음악프로듀서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도 그들이 토해내는 그들 자신의 음악과 인생과 세계관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참가자는 그저 거들뿐.

 

하긴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멘토링에 들어가지? 예고편 보니 장난이 아니다. 아니 듣자니 현장에서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두 이제까지 100명 넘게 뽑아서 그 가운데 30명 남기고 떨어뜨리려 하니. 또 멘토들은 이제와는 다른 어떤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까. 독해도 이유가 있어서 전혀 독한 것 같지 않은. 생각케 하는 심사위원이 있어 더 기대가 된다.

 

참고로 이용전 어린이가 판소리와 대중음악의 결합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조용필도 판소리 배웠다. 윤복희도 배웠다. 아마 70년대 80년대 한다하는 가수는 거의 판소리 한 번은 거쳐가지 않았을까? 전인권과 임재범도 판소리로 목소리를 단련했고. 음악적인 부분이라면 김수철이 평생을 매달린 것이 그 부분이다. 음악적 성과에 비해 호응은 -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연주곡이 히트하기란, 그것도 창작곡으로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송창식도 상당히 국악에 기반을 두고. 트로트란 민요를 흡수하며 여기까지 성장해왔고. 아직 어리지만.

 

그것도 재미있는 게, 참 아마추어들이 생각도 많고 말도 많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이 생각할 정도면 프로들도 어지간히 다 생각해 보고 또 실천도 해 본다. 단지 아마추어의 자유로움에 비해 실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이 아무래도 크게 인상을 심어주지 못할 뿐. 프로가 괜히 프로가 아니다.

 

아, 그리고 아무래도 방시혁에 대한 안티가 꽤 있는 모양인데, 제대로 밉보인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방시혁 틀린 말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항상 일관되고 또 구체적이고. 단지 그의 프로듀서의 입장이 아마추어 대상과 다른 것 뿐. 글쎄... 기껏 인기 작곡가에 프로듀서 심사위원으로 앉혀 놓고 믿지 못하겠다면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 누구를 또 심사위원으로 세워놓으면 믿음이 갈까?

 

아무튼 재미있었다. 오늘도 역시나. 항상 참가자 부분은 스킵하고 심사위원 말하는 부분만 다시돌려 본다. 배울 것들이 많다. 세 사람만 모여도 그 가운데 반드시 스승이 한 사람이 있다더니만. 의미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