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안타까운 홍수아...

까칠부 2011. 1. 17. 07:43

"얘들아~"

"이쁜 향단아~ 쌩얼이 예쁜 이진 향단아 나 좀 도와다오!"

"어디를 가느냐? 근본도 없는 것들아!"

"어마마마께서는 이래서 근본도 없는 것들과 어울리지 말라 했다. 내 너희들과 놀아준 것이 후회되느니라!"

"네, 아씨~"

"너는 살인의 추억을 찍었느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분량을 다 만들고 있다. 마치 무한도전의 박명수를 보는 것 같달까? 아니면 남자의 자격에서의 김모씨?

 

내내 지루하닥 그 순간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정가은과 이진이라는 예능의 구멍을 앞에 두고서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로 혼자서 만들어가는 상황극이란. 누가 배우 아니랄까봐. 진짜 조만간 출연작 하나 있어야겠다.

 

보는 내내 정말 아까웠다. 그래도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을 충실히 살려줄 수 있는 멤버들이 곁에 있어주었는데. 유인나가 있었고, 노홍철이 있었고, 노사연과 신봉선이 있었고. 아마 이전의 포맷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다면 이진과 정가은이 그렇게 다른 멤버들과 떨어져 홍수아와 함께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홍수아도 받쳐주고 살려줄 멤버가 필요하고, 정가은과 이진도 그녀들을 먹이삼아 물어뜯을 멤버가 필요하다. 그러나 홍수아와 정가은, 이진은 아니다. 그런 계산조차 없이 노홍철은 박가희, 서인영, 박지연과 함께 있었다. 아무 내용도 없이.

 

물론 좋다. 노인분들 찾아가서 도와도 드리고, 잔치도 열어 드리고, 간만에 노인분들 코드에 맞는 옛적 개그며 무대들이 있어서 흥겹기도 했을 테고. 신세대 유행어에 대해서도 아마 노인분들 가까이 계시면 알겠지만 노인분들 그렇게 젊은 세대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 소외되는 것이 싫은 때문이다. 노인분들이 항상 서로 모이고 함께 어울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외로운 것이 싫고 혼자인 것이 싫다. 그래서 손주들과도 어울리고 싶어한다. 나름 의미있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즐거워한 것도 같고.

 

그러나 문제는 그것 말고 무엇이 남았는가 하는 것이다. 홍수아의 상황극 말고, 아이유와 지연 사이의 티격태격도, 서인영과 박가희 사이에서의 묘한 신경전도, 하다못해 서로 친해서 어울리는 모습도 없었다. 멤버들 자신이 아닌 어디까지나 바깥의 노인분들만을 상대로 할 뿐이다. 지난 학교편에서도 그러더니만.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다음주 또 보았을 때 영웅호걸에는 어떤 이야기가 남아있을까? 영웅호걸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면 좋을까? 홍수아에 대해. 유인나에 대해. 서인영에 대해. 니콜에 대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단서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노인분들과 어울려 한 바탕 놀고 한 바탕 즐기고 그래서 웃고 떠들고, 하지만 그 다음주에 그로부터 이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말이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여기서도 초반의 영웅호걸과 지금이 크게 차이가 난다. 초반 여자럭비부나 해양경찰이나 찾아가고 어울렸어도 모든 것은 영웅호걸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조차도 영웅호걸이라는 프로그램 안으로, 멤버들 사이로 끌어들였지 영웅호걸이 그리로 끌려가지는 않았다. 2PM조차도 영웅호걸에 게스트로 출연해서는 말 그대로 "게스트"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무언가? 지난 학교편에서도, 그리고 이번 우체부가 되기에서도 과연 주인은 누구였는가? 누가 주가 되었는가?

 

그렇지 않아도 멤버가 많다. 그렇게 일일이 게스트에 미션에 끌려다니기에는 지금의 12명의 출연자와 2명의 MC는 너무 많은 숫자다. 이건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라는 숫자지 외부의 다른 것들을 상대하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기에는 청춘불패의 7명조차 너무 많았었다. 게스트 만나고, 미션 수행하고, 영웅호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두사람 말고는 나머지는 그냥 쩌리에 병풍이었다. 게스트가 있고, 미션이 있고, 그리고 그와 만나는 몇몇 출연자가 있고, 나머지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초반 그래도 분량이 나오더 효민과 선화가 그렇게 철저히 묻혀버렸다. 나르샤도 잊혀졌다. 그런데 하물며 영웅호걸은 12명이다. 이번주 어땠는가? 과연 12명이 골고루 화면에 나오고 있었는가? 화면에 비친 멤버들에 어떤 존재감 - 캐릭터가 있던가.

 

홍수아가 저리 상황극을 치면 거기에 호응하는 멤버가 있어주어야 한다. 신봉선이 아이유 가지고 괴롭혀도 그를 이용해 분량을 따내는 멤버가 나와주어야 한다. 이휘재에게 기껏 아이유와 지연이 초코파이와 요쿠르트를 뒤집어 씌웠을 때 왜 나머지 멤버는 가만히 있었는가? 영웅호걸 잘 하던 것 있지 않은가? 대본을 써서라도 거기서은 분량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노인잔치로. 결국 이번회차에서 얻은 것이란 아이유의 토끼분장밖에 없다. 과연 다음주는 무엇을 기대할까? 또 같은 팀에, 변화가 없는 멤버와 관계들에, 그리고 단지 바뀌는 게스트와 미션들.

 

청춘불패가 그 훌륭한 소재와 독특한 포맷, 화려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시청율에서 고전하고 말았는가. 더구나 영웅호걸은 그 경쟁상대가 예능의 괴물 1박 2일이지, 청춘불패는 자기야 하나 상대하면 되었다. 자기야보다는 확실히 청춘불패가 화사하고 깔끔하니 좋지. 그러나 이야기가 없거든.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 없이 출연자조차 누가 나오든 안 나오든 신경이 가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그래도 아이돌 보자는 프로그램인데. 도대체 웬 게스트들은 그리. 오히려 청춘불패였다면 어제와 같은 노인잔치 분위기도 어울렸겠지만 결국에 영웅호걸은 다른 과제를 찾아 떠나야 하는 입장 아닌가 말이다.

 

모든 프로그램에 있어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시청자를 얼마나 프로그램에 끌여들여 길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조련이다. 그 조련의 극치가 바로 일관된 이야기다. 어쩐지 한 회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단지 그 프로그램이고, 그 출연자들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보아야 할 것 같은. 이름을 떠올리고 출연자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기대가 되는. 과연 노인분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는데 다음주에는 어떤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갈 것인가. 이야기를 만들고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차라리 처음부터 이랬으면 기대도 않았을 것을. 처음에는 분명 이렇지 않았다. 캐릭터가 있었고, 관계가 있었으며, 그에 따른 이야기들이 있었다. 대본이든 어쨌든 멤버들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좋아서 보기 시작한 것인데, 이제 와서... 그렇다고 그렇게 바뀌었다고 1박 2일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미션수행하기로는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 여기에 오늘을 즐겨라와 뜨거운 형제들이 모두 그 포맷이고, 감동코드라면 1박 2일이 한참 위다. 재미면에서도 그렇다. 도대체 무엇때문이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가.

 

그래도 신년특집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래도 설마 영화만들기 미션이라는데 그 안에서 출연자끼리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겠지. 또 어설픈 몸개그나 하고 말까? 개인기자랑이나 하면서 끝낼까? 혹은 특정 멤버에만 몰빵해 분량을 뽑아내거나. 이번에는 유인나와 홍수아가 살아야 할 텐데. 유인나와 홍수아가 살았을 때 프로그램은 분명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은 다르겠지.

 

어떤 시청자들이 영웅호걸을 보는가? 도대체 누구 보라고 영웅호걸을 만든 것인가? 저리 캐스팅해놓은 것이 농촌의 훈훈함을 보라고 캐스팅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가?

 

아무튼 꽃다발도 그렇고, 백점만점도 그렇고, 도대체 꼭 내가 기대하는 예능들은 이리 망가져가는지. 아니기를 바라지만. 또 그런 식이라면 정말 크게 실수하는 거다. 기대해 보겠다. 예전의 영웅호걸의 모습을.

 

물론 재미있었다. 웃기도 웃었다.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도 보면 재미있게 웃으며 본다. 단지 매주 챙겨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그나마 니콜과 홍수아, 유인나 때문에 어떻게 바뀌어도 찾아볼만한 이유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대로라면... 열내면서 보는 건 이제 내 취향이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된다. 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