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깜빡 넘어갔다. 확실히 사람이란 권위에 약하다. 그래도 이은미 쯤 되는 사람이 그리 자신있게 이야기하니 아마 그렇겠거니. 더구나 자막까지 그렇게 나오고 나오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바이브레이션이란 물리적인 진동을 뜻한다.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이 좋다 라고 한다면 목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떨리니까. 반면 비브라토는 음악적인 표현의 한 수단이다. 아마 김정인 어린이의 목소리에 비브라토가 없다고 한 것은 그같은 음악적 기교로서의 떨림이 없다는 뜻일 듯. 아무리 사람의 목소리가 바이브레이션이 없을 수 없다. 김정인 어린이에게도 바이브레이션은 있었으나 기교로서의 비브라토는 없었다.
사실 나도 잘못 알고 있었다. 바이브레이션은 굴림, 비브라토는 떨림으로. 즉 트로트의 꺾기나 떨기는 바이브레이션에 해당한다. 그리고 비브라토는 목소리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떨림이다. 워낙에 대중음악 쪽에서 바이브레이션이라는 말을 많이 쓰다 보니 어느샌가 자연스레 그렇게 구별해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어디까지나 비브라토. 관용적이라는 말과 함께 나 역시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식적인 음악용어로서는 비브라토가 맞다. 바이브레이션은 단지 유의어, 혹은 동의어일 뿐.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듯 말한 이은미의 태도인데, 아무리 그래도 27년을 음악을 해 온 사람이다. 나이도 아마 위일 테고, 데뷔연도도 이은미보다 더 빠를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사람 무시하듯 말할 수 있나? 워낙 그 태도가 당당해서 나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생각했었다. 그냥 사람의 목소리도 악기니까 비브라토다, 신승훈처럼 생각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덕분에 김태원이 음악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심사 본다고 뭐라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다. 워낙에 예능의 이미지라는 게 있다 보니. 그러나 김정인 어린이의 목소리를 두고서 비브라토가 없이 아름답다 한 것만 보아도 그가 정확히 비브라토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냥 목소리의 떨림만으로 비브라토를 이해했다면 김정인 어린이의 목소리에서도 비브라토는 분명 있었다. 말했듯 바이브레이션이 없는 목소리라는 게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비브라토인 것이고. 그것을 김태원은 정확히 구분해 쓰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다면 그렇게 구분해 쓰기가 어렵다.
실망이 크다. PD야 원래 그다지 기대를 않았으니까. 그렇더라도 이은미 쯤 되는 사람이 그리 경솔해서야 되겠는가. 거기에 넘어가 알고 있던 것마저 헷갈린 사람들은 어쩌고. 그로 인해 망신을 당한 김태원의 입장이라는 것도. 정히 잘못 알고 있다 싶었으면 조용히 사적인 자리에서 바로잡아주던가. 이번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한 조언을 한다고 호감이 높아졌었는데.
어쨌거나 확실히 사람이란 권위 앞에 서면 너무나 작아진다. 이렇게 한 순간에 알고 있던 것도 모르게 되나. 차라리 자기가 바보가 되고 무리없이 넘어간 김태원의 인격이 돋보인다. 이은미가 분명 잘못했다. 사과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PD역시.
그나저나 나도 덕분에 이제서야 겨우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게 되네. 뭐 이런 것도 한 보람이기는 하겠지만.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비브라토가 맞다. 바이브레이션은 틀린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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