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예선 때는 이주형이라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마 비중이 그만큼 낮았던 때문일 것이다. 보아하니 굳이 분량 안 나온 이유를 알겠다. 도저히 좋게 들어줄 수 없는 노래. 그러나, 멘토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인 결과 전혀 다른 목소리가 되었다. 원래 이렇게 노래하던 사람이던가?
정희주는 이은미에게 그렇게 질책받고 그래서 자칫 떨어질 뻔까지 했었다. 그러나 역시 멘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르는 것을 줄이고 표현에 더 주력하고 나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들린다. 한결 듣기에 편하고 느낌이 좋다. 감동마저 있다.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까지 발전하는구나.
멘토제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단 하루다. 단지 하루 동안이다. 그것도 제대로 가르친 것도 아닌 스쳐지나듯 들려준 조언들. 혹은 심사하면서 들려준 말들. 황지환도 그래서 예선에서의 그 혹독한 비판들이 무슨 일이냐 싶게 환골탈태하고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까지 바뀐다면.
가능성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런 게 프로의 눈에 보이는 가능성이로구나. 방시혁의 말을 이해한다. 재능이 있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능을 낭비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어떤 일에서는 재능의 한계를 느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눈여겨 보고, 더욱 질책하며, 더욱 다그치게 되는 그런 안타까운 마음들. 그리고 그에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응할 때 가능성은 또한 화려한 꽃을 피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숨은 가능성들이 더 멋진 모습으로 꽃을 피울까.
이동미의 탈락은 참 아쉽고 안타까웠다.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겠다. 이은미도 그래서 저리 안타깝게 바라본 것이리라. 마치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부르고 있기에 차마 그만두라 말하지 못했다. 잘못된 발성이 오히려 음악을 저리 사랑하는 사람의 가능성을 망쳐버렸다. 처음부터 기초를 잘못 쌓은 것이 지금에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오고 말았다. 아니 아직 끝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멀리 온 듯한 그런 안타까움이.
왜 안 좋은 버릇들에 그렇게 민감하게 지적하고 하는가? 안 좋은 버릇은 결국 밸런스를 깨고 무리를 가져온다. 손가락 까딱이는 정도의 사소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발성하는데 안 좋은 버릇이 들면 그것은 반드시 언제고 문제로 다가온다. 제대로 기본부터 발성을 닦지 않은 다음에야. 송창식이 벌써 환갑을 넘어서도 여전히 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그래서다. 조영남이나 조용필이나. 나이를 잊은 듯 여전히 생생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초가 단단히 쌓였기 때문이다. 노래를 망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망칠 수 있다.
그래서 기초가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기본이 되고 나서야 응용도 있다. 기초가 바로 잡히고 나서야 개성도 나온다. 그냥 자기 멋대로만 한다고 개성이 아니다. 비틀스의 "Let it Be"를 보사노바로 함부로 편곡했다가 온갖 질타를 들어야 했던 한 참가자처럼. 본질을 잃은 개성은 개성이 아니다. 그냥 단지 무지일 뿐이다.
정희주와 이주형의 괄목상대와 황지환의 환골탈태, 그리고 이동미의 눈물과 안타까움. 역시 그런 게 오디션이겠지만. 더불어 멘토제가 갖는 강점일 테고. 일찌감치 더 어려서 이동미에게 지금과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지금처럼 심사하는 도중에도 조언을 해주고 바로잡아주고. 정말 고맙다 할 밖에.
그 무엇보다 눈물이 있어 의미있던 회차였다. 오디션이라는 치열한 경쟁이 보여주는 비극과 안타까움.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해 미처 피워보지 못한 가능성도. 안타깝지만 실력이 그것 밖에 되지 않으니. 그래도 또 꿈을 꿀 수 있기를 기원할 뿐. 비극이 신화를 만든다. 다음주를 기대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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