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유현상 vs 루나 - 선배들이 후배를 무서워하는 이유...

까칠부 2011. 2. 7. 19:36

드라마나 영화 촬영현장에서 괜히 중견이라고 후배의 연기를 지적했다가는 그날로 바로 잘리고 한다지? 오죽하면 김태원도 나와서 그랬을까?

 

"말 잘못하면 큰일나!"

 

후배가 선배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가 후배를 어려워해야 한다. 이제는 유현상이 타겟인가?

 

나도 봤다. 그리고 적절한 심사평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당시 루나의 노래는 형편없었다. 한 소리 듣겠구나. 그리고 결국 한소리 들었고. 오히려 과연 그것이 그렇게까지 서럽게 울 일인가? 그렇게 바로 보는 앞에서 서럽게 울어버리면 정작 심사를 본 선배들은 어쩌라고. 인순이가 달려가 달래주고.

 

어쨌거나 정말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다. 유현상이 별 것 아니라? 백두산이 별 것 아니라? 김연아 때도 덕분에 김C는 예능 때문에 뜬 음악도 노래도 형편없는 거품가수가 되어 버렸었지. 트로트를 했으니 뭐라?

 

유현상이 데뷔한 것이 17살 때다. 그때 이미 라스트찬스의 기타리스트였다. 김태화가 미국으로 간 다음에는 유현상이 보컬까지 했었다. 70년대 클럽가에서 최고의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고 보컬리스트로서도 인정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백두산만 기억하지?

 

백두산만 해도 그렇다. 당시 일본의 평론가가 국내 메탈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눈독을 들였던 그룹이 백두산이었다. 아직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강했던 시나위, 부활에 비해 백두산은 이미 완성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으니까. 블랙홀이 백두산 공연을 듣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하지만 루나를 울렸다는 이유 하나로 백두산마저 폄하당하고, 유현상의 록커로써의 삶마저 부정당하고, 이제 누가 있어 후배들에게 그런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하긴 그러고 보면 이은미도 괜히 아이돌 건드렸다가 별 소리 다 들으며 지금까지도 인격이라는 게 있느냐 싶게 까이고 있다.

 

설사 정당하지 못한 비판이더라도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거니. 마주 비판하더라도 최소한 원로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유현상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까일만한 인물일까? 그렇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비하당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돌은 왜 예우해주지 않느냐? 원로가 그렇게 우습게 취급당하는데 아이돌이라고 제대로 대접받을까?

 

아무튼 이런 일 있을 때마다 해당 아이돌에 대한 불쾌감만 커질 뿐이다. 팬이 안티를 만든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 게다. 나도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아이돌을 위해 음악계의 원로마저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호불호를 떠나 과연 그것이 온당한 일인가.

 

선입견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당시는 그냥 우는 것이 그렇게 우는 일인가 싶었는데,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선배가 되어서 그 정도 쓴소리도 못하는가. 그리고 그렇다고 원로가 무시당해서야 쓰겠는가. 루나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자꾸 떠올라서. 루나 때문에 유현상이 무시당해야 한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겠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런 게 바로 대한민국 아티스트의 현주소일 것이다.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업적을 쌓아왔고 그러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무시당하는. 딴따라라는 것일까? 입맛이 쓰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