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이 언제인가를 알았다. 거지들이 서로 엽전을 가지고 자기가 얼마 받았나 할 때.
"나는 두 냥"
"나는 한 냥"
"우리는 둘이서 한 냥을 나눠가지랬어."
원래 상평통보 하나의 가치가 은 한 냥의 100분의 1이다. 즉 상평통보 100개가 모이면 은 한 냥이 된다. 상평통보, 즉 구리돈으로는 냥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전 하나가 한 냥. 그렇다면 상평통보 하나가 100배의 가치를 갖는다. 그럴 수 있는 경우는?
국사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바로 당백전이다. 동전 하나당 백 배의 가치를 갖는다 해서 당백전. 바로 대원군 때 경복궁을 중건하며 발행한 화폐다. 이 당백전이 동전 하나로 상평통보의 100배 1냥 가치를 가졌다. 당백전이라면 20냥도 그렇게 가뿐히 들고 다닐 수 있었겠지. 아닐까?
참고로 우리가 한 푼 두 푼 할 때 푼이 상평통보 하나의 가치다. 상평통보 동전 한 닢이 한 푼, 혹은 한 문, 중국의 은본위제를 받아들여 은 한 냥당 상평통보 100개의 가치를 가지도록 만든 것이다. 다만 워낙에 구리가 부족하던 조선이라 처음 2돈 5푼 - 여기서의 푼은 무게단위로서의 푼이다. 10푼이 1돈, 10돈이 1냥이다. - 에서 나중에는 상평통보 하나가 1돈 2푼으로 줄어들었는데, 17세기에 이르면 은 한 냥이 또 상평통보 400닢으로 계산되는 등 냥의 가치가 뛰어오르기도 한다. 한 냥의 가치는 대략 쌀 10말, 오늘 돈으로 따지만 20만원 정도. 당백전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어 나중에는 2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만일 당백전이 아니라면 20냥짜리 동전꾸미를 들고 다니려면 그 무게만 1돈 2푼짜리 동전을 기준으로 9.6kg, 2돈 5푼짜리 동전이라면 20kg에 달한다. 사실 이쯤 되면 현금보다는 어음으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200냥은 말할 것도 없다. 아, 요즘 쓰는 1냥에 37.5그램은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1냥에 40그램이었다. 이후 비율은 그대로 적용된다. 1돈 2푼은 그래서 4.8그램이 된다.
하여튼 워낙에 드라마가 지루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았었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저 눈에 들어오느니 엽전 하나 가지고 몇 냥이네 하는 부분. 아, 시대적 배경이 이렇게 되겠구나. 얼추 거지들이 받은 용돈이 각각 엽전 하나당 2만원 정도 되겠구나. 대원군 때라면.
고증을 대충 한 것이든, 아니면 알아듣기 쉬우라고 그런 것이든, 실제 대원군 당시의 이야기이든, 하긴 다시 볼 일은 없겠다. 오랜만에 윤유선을 본 것은 반갑지만 글쎄...
어차피 드라마는 적게 볼 수록 좋다. 이미 TV를 너무 많이 보고 있으니. 대충 그렇다. 재미없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레지던트 - 문득 떠오르는 오마쥬... (0) | 2011.02.11 |
---|---|
프레지던트 - 산천어는 계곡에만 산다... (0) | 2011.02.10 |
프레지던트 - 위험한 조소희... (0) | 2011.01.28 |
프레지던트 - 두 가지 정치... (0) | 2011.01.27 |
우라카라 - 아이돌 드라마... (0) | 2011.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