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 - 위험한 조소희...

까칠부 2011. 1. 28. 06:14

"난 저 사람을 믿지 않아요. 정치파트너로서 필요할 뿐이지."

"정치파트너로서 본다면 부부라는 감정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에요."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권력이라는 생물이에요."

"하찮은 인간의 감정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지나가는 아주 에로틱한 괴물"

"나는 그 권력의 맹렬함이 좋아요."

 

영부인은 말한다. 그리고 조소희에게 묻는다.

 

"조교수는 안 그래요?"

"아직은 부족해서..."

 

그러나 영부인은 조소희의 거울이다. 조소희의 미래다.

 

가족에 대한 집착과 권력에 대한 탐욕, 그 앞에는 도의도 원칙도 없다. 얼마든지 반칙을 저지를 수 있으며 남편조차 서슴지 않고 속인다.

 

마침내 일을 저질렀다. 영수증처리되지 않은 불법정치자금. 누구나 다 한다지만 그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것도 남편 장일준이 극력 꺼리는 일이다. 하기는 바로 그 일로 말미암아 프롤로그에서 장일준은 위기에 몰리게 되지만. 자기도 모른 새 저질러진 일들에 대해서.

 

그나마 영부인은 나을까? 최소한 정치파트너로서 부부라는 감정 없이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로 이루어지는 관계니까. 영부인은 정치명문가인 친정의 배경을, 대통령은 영부인이 갖지 못한 남성으로서의 정치적 역량과 수완을. 대통령 자신도 정치를 알기에 영부인이나 대통령이나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견제하며 협력하며 권력을 만들고 유지해 온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역시 대통령 모르게 일 저지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같다. 아니 소오강호에 나오는 규화보전일까?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자신을 잃고 인간으로서의 관계도 잃어버린다. 그럼에도 작은 후회조차 없다. 옳으니까. 그것이 옳으니까.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과연 조소희가 영부인이 되었을 때 그녀는 어떤 영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족을 버리지 못하고 권력에 대한 탐욕을 놓지 못하고 쉽사리 타협하고 야합하는 그녀에게. 장일준이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첫째 이유다.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은 권력과 마찬가지로 괴물이 되어 버린다. 남편의 정권을 하루아침에 식물정권으로 만들고서도 여전히 새로운 희생물을 찾는 영부인처럼.

 

장일준은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기로다. 여기서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는 이제까지 스스로 주장해 온 것들을 송두리째 허물어뜨리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반영웅으로 남을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도입부 조소희가 그를 탓할 때도 왜 대통령과는 타협하지 못하느냐고 한다.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일까? 권력에 잡아먹히느냐? 권력을 휘두르느냐?"

 

"어떻게 권력을 잡는가보다 권력을 잡고서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조소희는 안 되고 장일준은 되는 이유. 그가 고상열과 청암, 신희주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 설득시킬 수 있었던 그 원동력. 권력을 수단으로 여기는 원대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권력을 수단으로써 사용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신희주가 장일준의 방식을 도저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서도 장일준에게 설득되고 만 것도 그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순간에조차 신총장님을 속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뻔히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자기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쉽사리 협상에 응하지 않는 자세. 청암 역시 단순히 아첨만 하려 했다면 영영 그와는 멀어졌겠지. 고상열 또한. 김경모가 끝까지 장일준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에 비하면 오로지 권력만을 쫓고, 그에 방해되는 존재는 모두 적으로 간주하며, 자기 가족, 자기 편만을 챙기려는 조소희는 어떤가?

 

더구나 요즘 당사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을 저지르고 보는 가족이라는 것을 너무 지치도록 보게 되어서. 그러고서도 생각하겠지. 남편을 위한 것이다. 장일준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묻는다. 진정으로 남편 장일준을 위한 것이었는가. 괴물은 결코 거울을 보지 않는다. 요괴를 퇴치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울에 그 모습을 비쳐보는 것이다. 그래서 귀신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괴물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정일준과 조소희가 부부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조소희의 말처럼 그들은 빛과 그림자다. 권력을 휘두르려는 정치인과 권력에 휘둘리는 정치꾼. 권력은 단지 수단으로써만 여기는 장일준과 권력에 취해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조소희. 이상과 현실에 대한.

 

참 노골적이다. 저렇게까지 노골적일까? 그나마 지난 대통령이나 이번 대통령이나 처음부터 대통령하자고 나섰던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도 권력과는 전혀 상관도 없던 영부인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고 했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말이 필요없다. 권력이라는 것을 알고자 한다면, 그리고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놓은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깊이 느끼고자 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의 정치와. 그것이 매력이다. 마치 권력이라는 괴물에 취한 듯. 보아도 재미있다. 항상.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