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카라 귀국 - 한국사회는 상하관계에 민감하다...

까칠부 2011. 2. 14. 07:23

연예인이 예능에 나와 말이나 행동을 조금 자기위주로 하면 바로 말이 나온다.

 

"시청자를 생각지 않느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어디서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아무래도 오랜 유교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상하관계에 예민하다. 누가 우위이고 누가 아래에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엄격하게 강요한다.

 

"내가 너보다 위거든?"

 

아마 예전 유행하던 선배게임이라는 게 있었을 것이다. 그대로. 너보다 우위에 있으니 마음대로 한다. 말이며 행동을 강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단지 그러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은가?

 

"예의와 도덕이란 무도함의 마지막 도피처다."

 

원래 무도하고 난폭한 가장이 가족에게 예의를 강조하는 법이다. 여기서의 예의란 복종. 한 마디로 네가 예의를 차리는 사이 나는 마음대로 하겠다. 그게 곧 권력일 테니.

 

"그렇다고 욕하면 안 되지."

"어디서 욕을 하고 그래?"

 

여기서 양비론을 펼치는 게 우습다는 게 자기 연예인이 기자들로 인해 다치는데 그래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가? 때리고 한 거면 모르겠는데 기껏해야 "개새끼" 한 마디 한 것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대신 멤버들은 부딪히고 떠밀리고 맞고 밟히고. 더구나 연예인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입장에 있을 테고. 그러고도 말하지.

 

"어디 감히 기자에게..."

 

그러면서도 또 내가 여기에서 기자들만 탓할 수 없다 하는 것은 이미 작년에 그 일이 있었던 때문이다. 타블로. 거의 모든 인터넷이 들고 일어나 한 인간을 도저히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몇 명이나 그에 사과했지? 오히려 큰소리 아닌가?

 

"진작에 밝혔으면 이런 일 없잖아?"

 

내가 항상 하는 말,

 

"어디 감히 대중님께..."

 

박재범 때도,

 

"대중 덕분에 먹고 사는 주제에..."

 

말하더라.

 

"고용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장 욕하면 그대로 두겠는가?"

 

타블로 때도,

 

"대중 덕분에 먹고 사는데 대중이 요구하면 들어야지!"

 

딱 재 보니 누가 우위인게 나오는거다. 그러고 나니 만만해지고, 더욱 무시하게 되고.

 

그렇게 길러지거든. 집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사회에서. 특히 군대 갔다온 인간들이 더 심하다. 하여튼 군필자 많은 남초사이트 가 보면 가관도 아니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대로.

 

이게 어디까지 가느냐면 벌써 데뷔 30년차를 바라보는 밴드더러도 보컬 바꾸란다. 마음에 안 들어 못 들어주겠으니 바꾸라는 게 당연히 할 수 있는 요구란다. 보면서 어찌나 웃었는지. 이래라 저래라. 그래서 안 들어주면 건방지네 뭐네 오만하네 어쩌네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네가 말 안 들어서 그런 거야.

 

사람이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 상하관계가 분명하면 그런 게 가능하거든. 내가 위니까 무조건 옳다. 내가 스승이니까 바담풍해도 옳다. 너는 바람풍해라. 그 맛에 웃사람 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자도 이제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아니 오래전부터 권력이었다. 특히 기사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죽고 사는 것이 결정되는 연예인에게 있어서. 이제는 인터넷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과연 블로거들이, 게시판에서 생산되어지는 글들을 보고 있으면 기자들과 뭐가 다를까. 기자만한 책임이 없다는 게 다를까.

 

하기는 기껏해야 자기 무대에 서는 아이돌을 두고 하는 소리가 신한류. 얼마나 엔화를 벌어들이는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음악을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음반을 팔고 얼마나 인기가 있고 얼마나 돈을 버는가. 그러니 일본에서의 음반수입 배분을 보고서는 별 것 아니네. 한국에서 연예인이라는 게 그렇다. 하나의 인격으로서가 아니라 객체이자 대상으로서. 천민이다. 불가촉천민. 인간이 아닌 수단이자 대상으로서.

 

하여튼 얼마나 뻔뻔하고 야비한지. 그러나 그런 모습들은 그동안에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에. 대중들을 통해서. 그 잘난 여론들을 통해서. 이번 일에 분노하는 카라 팬들도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많이 지켜보았었다. 사실 별로 다를 건 없었다. 남의 일이었다.

 

역시 항상 하는 말. 아티스트로서의 존경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우는 해주라. 공인입네 말도 안되는 엄격한 기준을 갖다 대기 전에 최소한 사람대접은 해주고서 그런 소리도 하라.

 

한두명이면 개인의 탓이다. 그 집단만 그렇다면 그 집단 내부의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바로 그 사회의 문제다. 우리 자신은 과연 문제가 없는가.

 

지겨운 것이다. 반복되는 문제들이. 그럼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경우가 달라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보이는 모습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항상 같다.

 

인간에 대한 예우. 인격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말하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심한 노릇이다. 이게 이 사회의 수준이라는 것이. 어디서든. 차마 욕도 못하는 이유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