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방송과 연예인 - 불쾌함과 도덕적 책임...

까칠부 2011. 3. 23. 09:36

기분나쁜 것과 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다. 내가 기분이 나쁜 거지 그렇다고 그것이 도덕적으로 어떤 결함이 있는 행위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

 

당장 누군가 앞에서 계속해서 다리를 떤다. 다리를 떤다고 내게 피해를 주는 건 없다. 단지 기분이 나쁘다. 혹은 누군가 지하철에서 연인과 스킨십을 시도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불쾌하게 보겠지. 하지만 아닌 사람에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못한다.

 

도덕적인 책임이란 사회적인 규범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치질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다리를 떠는 것이나 연인과의 애정을 과시하는 것은 여기서 배제된다. 물론 도를 넘어서면 연인과의 애정표현도 어느 정도는 제제되어야 하겠지.

 

친한 사이에 말을 좀 함부로 하고. 서로 아는 사이이다 보니 행동에 스스럼이 없고. 그러나 그건 당사자의 문제지 주위에서 어떻게 할 문제는 아니다. 할아버지가 좋다는데 손자가 버릇없는 것 가지고 제 3자가 나서서 따져묻겠는가? 역시 개인적인 문제다. 그것을 뭐라 할까?

 

방송에서 누군가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기 평소 하던대로 솔직하게 행동한다. 나는 도대체 사람들이 방송에 요구하는 리얼리티와 솔직함의 기준을 모르겠다. 그래서 솔직하게 평소 하던대로의 모습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말했듯 도덕적인 책임이란 사회의 질서와 관계된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불쾌감은 단지 불쾌감에 불과할 뿐. 기분이 나쁜 것이지 그것이 도덕적으로 반드시 문제있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것이 도덕적인 문제가 되는 단 한 가지의 경우는 바로 예의에 대한 것.

 

그게 문제다. 반드시 연예인은 시청자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반드시 연예인이라면 대중 앞에서 어떤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 격이다. 말하자면. 대중이 연예인에게 보여야 할 자세는 없다. 대중이 연예인을 대하는 행동에 대한 규범도 없다. 오로지 연예인이 대중 앞에서.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자식에게,

 

"어디 아버지 앞에서 감히!"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자식이 아버지를 기분 나쁘게 했으면 그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후임병이 선임병을 기분나쁘게 했어도, 하급자가 상급자를 불쾌하게 했어도, 낮은 지위의 사람이 높은 지위의 사람의 기분을 거슬렀어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아버지로써, 선임병으로써, 상급자로써,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써의 의무라는 게 존재한다. 그리고 관용이라는 게 존재한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어쨌거나 그래서 연예인의 행동에 대해 도덕성 논란이 나올 때마다 생각하는 게 그것이다. 과연 그것이 도덕적으로 진정 문제가 되는 행동인가? 따지고 보면 결국 시청자가 보기에 기분이 나쁘다. 대중이 대하기에 기분이 안 좋다. 대중님들을 불쾌하게 했다.

 

적당히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설사 자식이 부모에게 거스른다고 부모가 자식을 잡아죽이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선임병이 후임병 게긴다고 그것 개잡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의무란 쌍방향적인 것이다. 그러면 대중은 얼마나 예의와 자세를 지켜 대하는가.

 

이번 <나는 가수다> 논란을 보면서도 생각하는 것. 김건모는 몰라도 이소라는 단지 조금 기분이 나빴을 뿐이었다. 김제동도 부적절했을 따름이고. 문제라면 김영희PD였을 텐데...

 

도대체 제작진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렇게 욕 먹으리라는 걸 전혀 몰랐을까? 몰랐으면 바보고. 알았다면 나쁜 놈이고. 대충은 잦아드는 분위기인 것 같지만. 항상 너무 지나쳐서 문제다.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