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아이유 사태를 통해서 본 행사문화의 안타까움...

까칠부 2011. 2. 26. 12:01

예전 카라의 한승연이 차에서 내려놓으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다시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놓으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했더라는 이야기에 놀란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대가 그렇게 싸졌나?

 

아이돌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브레인마저 행사장에 드럼이 없어 드러머가 차 안에 대기한 채 나머지 멤버들끼리만 무대에 올랐다 할 때는 서글픔마저 느꼈다. 드럼 없는 밴드라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 아이유 사태에서도 콘서트라는 이름을 단 공연이 이미 시작되었을 시간이었음에도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에 그다지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특히 아이유 팬 가운데는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아마 이제 가수란 의미는 노래자판기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된 모양이다. 하긴 오래전에도 그랬다. 밤무대가 수입의 대부분일 때. 아무 고민없이 차에서 내려 밤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고 다시 이동하고 했었다. 하루에 하나라도 무대를 더 설 수 있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어쩌면 음악인에게 있어 무대란 무엇보다 신성한 장소일 수 있겠다. 음악인으로서의 자기를 증명하고 확인하는 자리이니. 음악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공간이다. 음악인에게 있어 그 무대가 그렇게 소홀할까?

 

행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콘서트라는 타이틀이 붙고 나면 그때부터는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행사는 주최측이 있고 단지 음악인이 가서 이름을 올리는 것이지만, 콘서트란 음악인의 이름을 듣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자리다. 그만큼 음악인 자신의 이름이 걸린 무대일 것이다. 그런데 그 콘서트가 시작되었어야 할 시간에 다른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콘서트라는 가치가 값싸진 때문일 것이다. 콘서트라 해서 특별히 여기거나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스케줄이 잡혔으니 서는 여러 다른 무대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하기는 말이 콘서트지 그냥 행사다.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위해 방송국에 의해 주최된 행사의 일환이다. 그렇더라도 관객 가운데는 출연자들의 이름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콘서트라는 의미에 기대를 건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공연장에 도착해서 현장의 분위기나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무대에 대해 검토하고 살피는 성의라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다. 관객도 기대하지 않고, 주최측도 전혀 생각도 않고 있고, 소속사나 아티스트 역시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 모든 것이 너무 당연하다. 설사 그로 인해 콘서트에 늦었어도 그것은 전혀 문제될 것도 없고 사과할 이유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다지 아이유를 탓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도 그것에 대해 문제라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스케줄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소속사 로엔의 태도가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이미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는데. 무대라는 것이 이렇게 값싸게 아무런 고민도 준비도 없이 돈만 주고 스케줄만 잡히면 조건반사처럼 당연히 서는 인스턴트가 되어 버렸다. 괜히 하나라도 무대를 줄여서 보다 집중해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부터가 어색하고 이상할 정도다.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서글픈 현실이랄까? 하지만 더 이상 음반으로도 음원으로도 돈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단독콘서트를 하기에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불확실하고. 가장 만만한 것이 행사인데 벌 수 있을 때 벌어두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전통일 것이다. 하나하나의 무대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단지 판타지일 뿐. 미리 짜여진 음악과 안무로 그저 단지 무대에 서고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둔다.

 

80년대 밴드들이 왜 밤무대를 기피했는가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방송국 무대마저 서지 않으려는 음악인들이 적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무대가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음반으로는 돈이 벌리지 않던 시대와 전혀 다르지 않게 되었으니까. 무대라는 것도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다.

 

하기는 그렇다고 달리 어쩌겠는가? 그렇게 시대는 흘러와 버렸다. 아무 기대할 것도 없이 짜여진 스케줄대로 그냥 내려서 노래만 부르고 돌아가고 마는. 대중도 그렇게 소비하고 아티스트도 그렇게 대중과 만난다. 일회용의 시대에 일회성의 아이돌과 팬의 관계랄까?

 

드림하이 콘서트 주최측에서 관객과 제대로 소통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마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대란 그렇게 값싸졌다. 관객과의 엄밀한 약속이 아니다. 관객에게 최선을 다해 새로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단지 인기있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히트곡을 들려준다. 감사히 들으라. 제대로 음악을 들려주려는 음악인이 아닌 아이돌만이 살아남는 현실이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해서 슬플 때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여기고 그에 대해 의문조차 갖지 않는다. 그렇게 되어 버렸는데 누구를 탓할까? 음악이란 더 이상 진지하지 않다. 지나간 시간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