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추억이 빛나는 밤에 - 전영록, 김보연, 혜은이...

까칠부 2011. 3. 4. 00:27

일딴 김보연은 나와는 세대가 맞지 않는다. 혜은이도 역시. 내가 인지했을 때는 벌써 원로였으니... 거의 동시대로 내가 인지했던 것은 그래서 아마도 전영록이 유일할 것이다.

 

문득 생각해 보면 혜은이에 대해서도 안 좋은 소문들이 많았었다. 혜은이에 대한 첫기억은 어른들이 방송 나온 혜은이를 보고 쯧쯧거리던 모습... 하기는 여자연예인이면 따라다니는 숙명 같은 것이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어머니가 되거나 소녀가 되지 않으면 창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강요받는다. 도대체 그때 어른들은 어떤 생각으로 아직 어린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일까?

 

그런 점에서 김보연의 내가 알지 못하는 루머에 대한 입장도 이해한다. 어디 그런 소문 하나 없던 여자연예인이 있던가. 내가 연예인 관련 가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것은 대중의 저속한 욕망이며 판타지다. 기대다. 안 좋은 루머일수록 그래서 파괴력이 강하다. 김보연 말마따나 그것은 지금도 유효한 법칙이다. 인터넷이 있어서 더 지독스러워졌달까? 하루면 모두가 알게 되어 버리니.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은이의 노래를 거의 알고 따라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혜은이가 대단한 가수였다는 뜻일 게다. 쯧쯧거리면서도 혜은이가 나오는 방송을 모여서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어디 가면 거의 반드시 혜은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몇 년이 지나서도 그래서 나도 그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 있었고 마치 나와 동시대를 지낸 음악처럼 여기게 되었다. 히트곡이란 것이다. 들으려 해서가 아니라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듣고 따라부르게 되는 노래. "열정" 정도가 아마 내가 직접 들었던 "히트곡"일 것이다.

 

전영록은 어쩌면 가장 저평가된 음악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음악적으로 특별한 업적은 없다. 이지 리스닝계이고 평이한 대중음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용필과 더불어 10대들에게 가요를 듣게 했다는 게 크다. 말 그대로 우상이었다. 아이돌. 조용필, 그리고 전영록. 특이하게도 유부남 오빠이기도 했었다. 덕분에 이미영이 많이 피해를 봤지. 데뷔하고 얼마 안 있어 결혼하고 활동을 그만두었으니. 그것도 이미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유부남 오빠였지.

 

아무튼 70년대에서 90년대 서태지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영록이 있었던 것이다. 조용필의 뒤를 이어 뒤이어 나온 박남정, 변진섭, 소방차가 등장하기까지. 그리고 서태지. 서태지로 인해 가장 크게 피를 본 가수가 바로 전영록이다. 박남정도 그렇지만 전영록을 지탱하던 소녀팬들이 죄다 서태지에게로 가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과연 전영록이 아니었다면 90년대 가요가 팝을 완전히 대체해버린 전성기가 가능했을까? 주류무대에서 발라드와 댄스, 록을 모두 소화하며 소녀팬들을 붙잡았던 것이 전영록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영록에 대해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듯. 전영록은 날잡고 다큐멘터리 찍어야 할 인물이라.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음악 그 자체로는 몰라도 스타의 계보에서는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 오죽하면 티아라 처음 나왔을 때 전영록 딸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들까지 관심을 가졌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티아라에서 전보람 빼지 못하는 이유다. 람보를 거꾸로 해서 보람이라고? 아직도 기성세대게게는 티아라보다는 전영록 딸이 더 크다.

 

한 시간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 지난주 변진섭, 이상우, 박남정도 그러더니만. 이계인과 마찬가지로 당시도 김흥국이 상당히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었다. 포맷 자체도 정리가 안 된 듯 어수선하고. 뭐랄까 MC들이 자기가 할 역할 - 즉 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

 

추억이 빛나는 밤에가 오래 가려 해도 슬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일 것이다. 게스트 이외에도 저 많은 MC가운데 어떤 이야기가 생산이 되는가. 그나마 이홍렬이 김보연과 전영록과의 관계로 분량을 뽑아냈더만. MC의 절반은 쳐내야 할 듯. 아니면 게스트를 줄이던가. 게스트가 많아서일까?

 

전영록의 노래를 더 듣고 싶었는데. 혜은이의 노래도. 김보연은 거의 출연작도 안 나오고. 밀도가 떨어진다. 아쉽다. 게스트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포맷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겠다. 아직까지는. 모자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