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카라와 컬트...

까칠부 2009. 12. 10. 08:46

카라의 성공을 두고 무슨 입소문 마케팅이다 하는 글을 보았는데, 일견 옳아 보였다. 확실히 그런 점이 없잖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솔직히 좀 미진하다는 게, 내가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거든.

 

컬트라는 게 있다. 한 마디로 마니아 문화다. 내가 좋아하는 B급문화와도 닿는다. 뭐냐면 내 문화라는 거다. 모두의 문화가 아닌 내 문화.

 

주류문화는 아무래도 보다 다수의 보편적인 대중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 소외되는 게 있다. 거 왜 있잖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정작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때 느끼는 소외감. 사실 대중은 항상 그러한 소외감 속에 살아간다. 사회가 거대화될수록. 고도화될수록. 그래서 자기 문화를 찾게 되는데 그게 컬트.

 

컬트의 특징은 첫째 비주류라는 거다. 그리고 둘째 소수다. 셋째 그래서 충성도가 높다. 사실 이 세 가지는 한 가지로 통한다. 주류를 벗어났기에 특정한 취향에 충족하고, 그러나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은 적고, 그렇다 보니 그 안에서 화학결합이 일어나 결집하게 된다. 그러면서 컬트의 특징인 광적인 추종이 나타난다. 그리고 추종자들은 충실한 신도가 되어 그것을 퍼뜨린다.

 

그 대표적인 예가 80년대 말 한국을 말 그대로 들었다 놓았던 영웅본색이었다. 영웅본색이 아마 처음 개봉했을 때는 흥행에서 실패했을 것이다. 그래서 재개봉관을 떠돌게 되었는데, 그러나 영웅본색에 매료된 관객들이 다시 재개봉관을 찾아 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면서 마침내는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던 것이었고.

 

내가 카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놀랐던 게 그것이었다. 어떻게 활동을 1년 가까이 그만두고 있었는데도 팬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심지어 마치 자기가 팀의 일원이나 된 듯 구하라와 강지영, 이 두 새 멤버에 대해 카라를 구해달라... 그같은 기대가 때로 큰 실망이 되어 그들을 공격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다른 팬덤도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카라의 경우는 조금 더 강하달까? 확실히 어느 게시판이나 가 보아도 열성적인 카라 팬들은 존재하니까. 카라신도를 모집중인.

 

생계형 아이돌이란 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었다. 동창식신그룹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었다. 나아가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것도...

 

말하자면 기존의 아이돌이란 완제품이다. 이미 완성되어 나온 기성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라는 미완이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미완으로 남아 있다. 어딘가 비어 있고,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어눌하고, 가끔 치명적일 수 있는 루머에도 팬덤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건 그런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미숙하고 불완전한 만큼 솔직하고 소탈했던 카라의 멤버들이었다. 어쩐지 보살펴주어야 하는 동생같은 느낌?

 

옛날 어느 효자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항상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어머니 걱정하시라고. 그리고 어머니께 자기 발을 씻기곤 했었다. 자식이 이렇게 아직 어머니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고.

 

동창식신 그대로 워낙 푼수떼기들이라... 이미지관리고 뭐고 없고 나와서는 팬들 오히려 창피하게 만드는 그 모습들이 그리도 불안불안했던 것이었다. 아직 1위도 한 번 못해보고, 여전히 비주류로 남아 있고, 그런데도 저리 불안불안 위태위태하니,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더 신경을 써주게 되고, 그러면서 마치 하나가 될 것처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카라가 성장하는 만큼 자신도 성장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사실 이건 사회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그만큼 방향을 못잡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데 도무지 무얼 해야 할 지 모르니. 그런데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는 것처럼 눈앞에 살아 있는 인형들이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함께 해달라. 함께 성장해 달라...

 

나도 바로 그런 신도들에 낚인 예다. 게시판에 하도 한듣보 한듣보 올라오는 바람에 한승연의 이름을 외워버렸다. 박규리의 존재를 알았고, 정니콜을 알았고, 마침내 미스터에서는 구하라에 넘어갔다. 이래서 종교란 세계로 퍼져나가는 거구나... 내가 기독교며 천주교며 심지어 어머니께서 믿으시는 불교까지 모든 종교를 극복하고 넘어왔는데 여기에서 카라에 걸린 것이었다. 광신도들 같으니라고.

 

물론 카라가 성공한 것은 기본적으로 음악이 좋아서다. 1집의 음악은 사실 좀 어설펐다. 물론 음악 자체는 좋았지만 장르적인 특성에서 과연 그런 장르를 추구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반면 락유 이후의 음악들은 놀라움은 없지만 장르의 전형성을 충실히 지키면서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완성도 면에서는 한 단계 진보한, 그러면서도 멤버의 매력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훌륭한 아이돌 음악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그에 걸맞는 훌륭한 퍼포먼스까지. 미스터의 안무는 확실히 2009년 하반기를 대표할만 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그래도 팬덤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1년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그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소속사의 푸쉬조차 없이 공중에 붕 떠 있던 카라를 붙들고 이끌어주고, 더불어 사람 질릴 정도로 홍보질까지... 아, 홍보가 아니라 전도다. 전혀 관심조차 없던 사람조차 돌아보지 않을 수 없도록.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 일본에서 말하는 팬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딸을 키우듯 팬덤이 아이돌과 함께 노력하며 성장해가는 아이돌. 팬과 아이돌의 일체형 아이돌이랄까? 생계형이란 바로 그 과정에서의 아이돌들의 노력과 그를 지켜보는 팬덤의 관계를 말할 것이고.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명칭을 탐내는 다른 아이돌 그룹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노래와 춤과 외모 이외에 무엇을 팬들에 줄 수 있는가? 보고 듣는 즐거움 이외의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 안타까움. 아쉬움. 실망감. 그러나 한 번 해보자는 의지와 조금씩이나마 이루어가는 성취감. 아마 그것이 그리워 카라 팬 가운데서도 슬금 옮겨가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만. 사실 이제 카라는 더 이상 생계형은 아니지. 더 이상 팬덤의 뒷받침 없이도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다 자란 자식을 보는 허탈함?

 

그러나 물론 노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컬트라는 건 현상이다. 현상이기에 그 원인을 유추할 수는 있어도 결과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되고 보니 그렇더라... 아마 카라 이후 또다른 생계형 아이돌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보는 이유다. 이렇게까지 조건이 딱딱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아무튼 내가 보는 카라의 성공비결 - 이라기보다는 카라와 팬덤과의 관계는 컬트에 가깝다. 비주류스러운.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운. 그래서 더욱 집착하며 채워나가는. 그로써 일체되는. 아닐까?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라 하겠다. 내가 그쪽을 전공한다면 논문이라도 써볼텐데... 그러나 역시나 그냥 평범한 블로거일 뿐이라. 가끔 부럽다. 나는 왜 저때 없었을까? 아이돌이라는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탓에. 그러나 아직까지 원더걸스의 멤버 이름도 다 못외우는 나마저 걸려들 정도로 그들은 대단했다는 것이다.

 

과연... 카라의 생각은 어떠할까? 카라의 팬들의 생각은? 아, 이건 반론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생각도 있더라... 맞든 틀리든 내가 보기에 그러하더라. 큰 의미는 없다. 그렇게 보아주면 되겠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