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8월 말이었을 것이다. 구하가가 MC몽과 팀을 이루어 육감대결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구하라에 대해 확실하게 각인하게 된 것은 바로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언젠가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이 아가씨 무척 냉정하고 침착하다고. 영리하고.
물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당시 내가 본 구하라는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는 캐릭터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그 반응들을 캐치하고,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한 느낌. 상당히 냉정해 보였고 심지어 오싹하기까지 했다. 단, 말한 것은 얼마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
"이 아가씨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은 거구나..."
그런 케이스가 많다. 말이라는 게 타이밍인데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 타이밍을 못잡는 것이다. 라디오스타에서 김형준이 보여준 모습 그대로, 열심히 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타이밍을 잃게 만드는. 더구나 예능이라는 게 바로 그 타이밍 싸움 아니던가?
실제 보면 자기들끼리 모였을 때는 잘 논다. 잘 떠들고 잘 놀고 잘 망가지고... 그런데 예능에만 나오면 병풍이 되는 거다. 아무래도 방송카메라에 익숙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생소한 상대, 생소한 환경에 너무 생각이 깊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정작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못하고 말이 없는 캐릭터가 되어 버린 건 아닌가...
그것을 확인한 것이 청춘불패였다. 구하라는 결코 말을 못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엉뚱하고 더 스스럼없으며 더 적극적이었다. 재치도 있고 또 말로 인한 쑥쓰러움이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확실히 기존의 예능에서의 모습에서 누가 유치개그를 떠올렸겠는가? 그 수줍고 말없는 아가씨에게서.
상상플러스에서 입이 터졌다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분위기를 살피고 했는데, 이제는 적당히 분위기도 파악하고 했으니 본래의 성격이 나온 것이다... 굳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듯 말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예전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다.
"프리티걸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여러분이 좋아해주시니 저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미스터의 엉덩이 춤을 처음에는 무척 귀찮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사랑해주시니 더욱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상상플러스에서 말한,
"내가 일한 만큼은 보장받아야겠다."
여기에 김신영도 얼마전 그런 말을 했었다.
"꽁트 하면 구꽁트죠."
구하라를 두고 한 말이다.
종합해보면 어쩌면 구하라는 내가 생각한 이상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내가 자연스럽다고 여겼던 예능에서의 모습들이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을 수 있다고.
아무튼 설사 아니더라도 이런 타입들의 특징이 뭐냐면 욕심이 없다는 거다. 아이돌출신 연예인 가운데 유독 솔로로 독립해 욕먹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욕심을 부려서다. 당장의 인기를 믿고 욕심을 부린 결과 비난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타입은 첫째 욕심을 부리지 않고, 둘째 철저히 준비를 하며, 셋째 단번에 만족하려 들지 않는다. 쉽게 좌절하지 않고 쉽게 성공하려고도 않는다. 철저히 실속파이며 현실주의자인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구하라를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 그것이다. 재능이야 어찌되었든 성격만 놓고 보았을 때 분명 성공할 수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그런 말 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구하라와 박규리는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는 타입 같다고. 여기에 추가한다. 한승연 포함. 사람의 실력이란 타고난 자질도 중요하지만 성격도 큰 몫을 차지하므로.
당장의 눈에 보이는 재능보다는 저렇게 자기 자신을 알고 꾸준히 끈질기게 포기않고 노력할 수 있는 타입이 더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외모가 되고. 거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메이크업에 따라 커버가 가능하지 않을까? 촌아가씨에서 도회지의 세련된 여대생까지도 가능하고. 외모 자체도 타고난 밑천인데 성격까지 그러하니.
아무튼 한승연과 더불어 보이는 것과는 다른 많은 가능성을 아직 감추어두고 있는 것이 이 구하라가 아닌가 한다. 이효리는 모르겠고, 이효리처럼 가수로서 성공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대신 이효리가 감히 이루지 못한 연기자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느리지만 조금 더 높게, 오래.
하여튼 나이를 먹게 되면 재능이나 당장의 실력보다는 성품을 보게 된다. 재능이야 뛰어난 사람이 많지만 그 재능을 꽃피우는 건 그 사람의 됨됨이라. 내가 감탄한 것이 태연과 구하라, 박규리, 한승연... 효연도. 그런데 효연은 연예계에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냥.
과연 어떨까는... 역시 기다려봐야겠지? 과연 내 생각대로 연기자로서 구하라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생각 이상으로 가수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모르는 거다. 앞날이란. 저 나이또래에서는 더욱. 생김 만큼이나. 다만 잘 돼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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