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양준혁의 영입...

까칠부 2011. 3. 16. 07:52

내가 양준혁의 새멤버 영입에 찬성하는 이유는 대략 네 가지다.

 

첫째 신선하다.

 

물론 야구선수로써 그는 전설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는 그다지 노출되지 않은 새얼굴이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자체가 예능하자고 나와서 작심하고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을 많이 타지 않은 새로운 얼굴 쪽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다큐멘터리적인 리얼리티에 어울린다. 늘 보던 얼굴 나와서 괜히 진지하게 해봐야 어울리지도 않지 않은가.

 

둘째 인지도가 있다.

 

이미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무명으로써 인지도를 쌓아간다는 건 사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한다. 눈에 들어와야 하고 인지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배려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미 자리잡은 멤버들과 경쟁하며 자신을 알리자면 무언가 화제가 될만한 걸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그램이 출연자를 키우기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커 버렸다. 그것은 출연자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너무 인지도가 떨어지면 먹힐 수 있다.

 

셋째 남자의 자격의 약점을 메워준다.

 

남자의 자격의 문제는 너무 정적이라는 것이다. 김성민이 있을 때는 조금 달랐다. 아니 상당히 달랐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김성민의 행동은 남자의 자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어느때든 멤버들이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리를 열어주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윤형빈이나 이정진은 너무 점잖다. 김국진도 몸은 되지만 점잖은 타입이고. 그에 비해 운동선수로써 전설이 되기까지 적극성과 능동성, 자발성이 없이 과연 그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겠는가. 운동선수출신을 염두에 두었던 것도 그런 적극적인 의지와 활력이 남자의 자격에 필요하다 보았기 때문이었다.

 

넷째 잘 어우러질 수 있겠다.

 

1박 2일과 무릎팍도사를 통해 본 양준혁은 참 좋은 사람이다. 서글서글하고 호탕하다. 한마디로 그냥 호한이다. 좋은 남자. 다른 말로 호걸이라 하지.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낯을 가리지 않고 쉽게 친해지는 모습이다. 웃는 모습이 선량해 보이고 행동이 스스럼없는 것이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의 세 형들과 이윤석, 이정진, 윤형빈의 세동생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운동하면서 후배 이끌던 폼으로 잘만 한다면 이정진과 윤형빈도 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 운동선수 특유의 맷집과 넉살로써 김성민처럼 앞에서 길을 열고 또 매도 맞아주는 역할도 괜찮을 것이다. 나이차이가 너무 나는 탓에 어쩌면 위축되어 있는 이정진과 윤형빈과도 한 번 관계를 엮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양준혁에게도 좋은 점이라면,

 

일단 예능을 하지 않으려면 모를까 남자의 자격은 양준혁에게 있어 맞춤형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웃기려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누구도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 분량을 다투는 것도 없고, 웃음을 욕심내느라 무리하는 것도 없다. 도를 넘어서 디스하는 것도 없다. 가장 흔한 배신의 코드마저 남자의 자격에는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반응하면 된다. 같이 웃고 어울리고 놀고. 그래서 날로 먹는다 비난도 듣지만 그것이 남자의 자격만의 특유의 잔잔한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능초보에게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 더불어 예능으로 더 크려는 욕심이 없다면 이것으로 딱이다.

 

 

아무튼 이렇게 양준혁까지 더해짐으로써 <남자의 자격>은 그 자체로써 레전드가 되어 버렸는데, 예능의 전설 이경규와 코미디의 전설 김국진, 록의 전설 김태원, 여기에 야구의 전설 양준혁까지. 이윤석도 그러고 보면 개그맨출신 박사 1호다. 이정진과 윤형빈이 주눅들러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무리 잘생기고 비덩이어도 어디 감히 하늘같은 선배들에게. 윤형빈은 단지 막내일 뿐. 어디 가서 이들의 이름값만으로도 전설이라는 말이 무색한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아마 <남자의 자격> 시청율 떨어질 때 쯤에는 이들 전설들의 다큐멘터리만 찍어도 어느 정도 시청율이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양준혁은 나도 생각한 후보라.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김병만과 함께 가장 위에 놓고 생각하던 새멤버였다. 아니 김병만은 김병마까지 들어가면 개그맨이 무려 5명이나 되니 무리였으므로 거의 양준혁이었는데. 설마했는데 신원호PD와도 뭔가 통했던 것일까? 확실히 코드가 맞는 피디라니까.

 

양준혁 - 양신의 첫방을 기대해 본다. 과연... 아마 양신과 태원신 사이의 갈등구도가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그리고 웃기지 않는 이정진과 윤형빈을 양준혁이 형으로써 다그치지 않을까. 양신과 태원신이 함께 둘을 갈궈대면 그것도 재미있겠다. 일단 그려지는 게 이렇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