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문득 김태원이 밤무대를 싫어했던 이유...

까칠부 2011. 4. 4. 22:00

사실 김태원만이 아닌 신대철을 비롯 많은 록밴드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일단 록밴드가 밤무대 가서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얼마 없다. 춤추자는데 록 두드리고 있을까?

 

물론 록넘버 가운데서도 밤무대에 어울리는 음악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메탈은 아니다.

 

라이브클럽은 그나마 음악을 들으러 오는 손님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밤무대는 아니다.

 

밤무대는 술마시고 춤추며 놀려고 오는 손님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드라마 "락락락"에서도 나오는데. 그래서 밤무대에서 활동하던 밴드들은 필수적으로 트로트 등의 대중적인 넘버들을 레파토리로 준비해 두고 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발도 붙이지 못했었다.

 

밴드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닌 놀러 온 손님을 위해 그들이 듣고자 하는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밴드,

 

거기에는 어떤 음악적 추구나 열정이란 없었다.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만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특히 김태원의 경우는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으니까. 그 까탈스런 성격에.

 

지금이야 유해진 거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태원이라면 유명했다. 밤무대?

 

음악인이 음악적 고집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음악인이 자기의 음악적 고집을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도 죄가 된다. 대중이 시키면 따라라. 손님이 원하는대로 연주하라.

 

표절이 두려워 남의 음악도 잘 안 듣는 사람에게 무리겠지. 더 음악적 고집과 자존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하지만 먹고 살아야 했으니가. 그래서 타협하고 순응하고. 혹은 그것이 싫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며 거리를 두고. 김태원은 그 가운데 후자였던 것이겠지. 여타 음악인들도.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음악인은 대중이 원하는 음악만을 해야 한다는 어떤 주장들 때문이다.

 

대중이 바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중이 들어주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대중이 무조건 옳다. 따라야 한다.

 

마치 록밴드에 트로트를 연주케 하는 밤무대의 관객처럼. 록밴드가 록을 연주하는데 시끄럽다고 술병을 던지고. 라디오스타에서도 김구라가 그런 얘기를 하던데. 아, 록이 아니어도 그런가?

 

아마 한국 대중이 음악인을 깔아보려 드는 것은 거기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인의 음악을 찾아듣기보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연주하기를 바라면서. 존경심이 어디 있을까?

 

송골매도 아무튼 처음 데뷔하고 벌이가 없어서 밤무대 뛸 때 그리 레파토리 없어서 고전했다던데.

 

80년대 신중현도 겨우 음악인으로 돌아와서 밤무대 서려니 유행이 바뀌어서 연주할만한 음악이 없었고.

 

인디씬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들어서부터. 그 시작을 연 것도 신중현. 80년대 언더그라운드 밴드와 그 팬들이 그 기반을 닦은 덕분일 것이다. 자신들이야 죽을 고생을 해야 했지만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도. 참 받아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게으르다. 하긴 왕이 직접 움직일 일은 없겠지. 대중은 왕이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왜 아이돌판이 되었을까? 과연 기획사들만 탓할 게 있을까? 결국 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자이기 때문에.

 

늘 생각하는 것이다. 대중이 바라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정치든, 사회든, 문화든, 예술이든. 아무튼.

 

그렇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