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력반 - 선이 보이지 않는다!

까칠부 2011. 4. 13. 09:28
생각했다. 정작 드라마 작가가 수사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닌가? 수사물이라고는 한 번도 써 본 적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것이 아닐까? 아니라며 과연 이럴 수 있을까?

 

지난 4월 11과 12일 이틀에 걸쳐 방영된 <강력반>  9회와 10회에서, 금고털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알고 보니 5년 전 여대생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대도 조상태를 동경해서 동료인 쏙쏙이 최상천과 손을 잡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더라. 그리고 살인의 동기는 단지 사이코패스라서 살인의 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였고. 단지 그 과정에서 과거의 대도 조상태가 얽히고, 권팀장이 얽혀 들어가고.

 

허무하다. 그러면 조상태의 지갑은 왜 사건현장에 떨어져 있었던 것일까? 이영준은 왜 조상태를 공격해서 그것을 가져갔고, 그것을 사건현장에 흘렸으며, 더구나 조상태가 용의자로 의심받기를 바란 것이라면 어째서 조상태가 잡혀있는 상태에서 사건을 일으켜 조상태가 풀려나도록 만드는가? 하기는 파란장미를 굳이 사건현장에 떨구는 이유도 나와 있지 않다. 그냥 우연? 겉멋이 들어서?

 

개연성이 없다. 사건을 잇는 선이 보이지 않는다. 수사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과 범인과 주위를 잇는 선이 보여야 한다. 그저 피해자는 백화점VIP들이었고, 살인자는 살인하고자 하는 욕망에 살인을 할 것이다. 파란 장미는 그냥 사이코패스라서, 조상태가 사건에 엮인 것은 단지 과거 그와 관계가 있었고, 그를 동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째서 조상태의 지갑은 사건현장에 있었고, 그것을 일부러 사건현장에 떨어뜨렸다면 왜 굳이 바로 사건을 일으켜 조상태가 풀려나게 하는가.

 

더구나 이영준의 공범이면서 상당히 비중이 있는 쏙쏙이 최상천은 얼굴조차 한 번 제대로 비추지 않고 있었다. 사건에서만큼 최상천이라도 비중이 있었다면. 최상천과 조상태가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이영준과 조상태가 마주친다거나. 전혀 따로따로 각개로 노는 사이 단서는 어이없이 쉽게 드러나고 단서에 의해 범인은 쉽게 노출된다. 잡힌다. 사실 이 정도면 거의 한 회 분량으로도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반전도 없고 정교한 추리도 없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도 없고. 이런 것들이 빠지고서 어찌 수사드라마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여전히 간만 보고 있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배후의 움직임. 정일도(이종혁 분)의 아버지인 경찰청장과 허은영(박선영 분)의 아버지인 국회의원 사이의 흑막. 그리고 알고 보니 정일도가 연구된 5년 전의 사건에도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허은영에 대한 정일도의 감정이 그 사건을 다시 파헤치도록 하는가.

 

그럼에도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은 연계가 없으니까. 사건과 사건을 잇는 선이 없다. 에피소드와 에피소드를 잇는 선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선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뜬금없고 맥락없다. 지금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키워드가 있어서 검색하듯 특정한 캐릭터나 사건을 떠올리면 그 사건들이 연상되어야 하건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정일도와 관계자들만이 자기만의 키워드로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와 시청자는 철저히 유리되어 있다.

 

조민주(송지효 분)가 알고 보니 조상태의 딸이었다더라. 상당히 애잔한 스토리이기는 한데 그것이 과연 이제까지의 전개나 앞으로의 전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역시 개별적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로따로 떨어진 가운데 - 심지어 강력반 조직마저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남는 것이 조민주와 박세혁(송일국 분)의 러브라인이다. 로맨스를 위한 수사물인가? 수사물 가운데 로맨스가 있는 것인가? 그나마 시청자와 드라마를 잇는 유일한 선이다. 이나마도 없다면.

 

문득 <위대한 탄생>에서 박완규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이 드라마는 평가가 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겉멋만 잔뜩 들고 소리는 있는대로 질러대는데 내실은 없다. 송일국과 성지루(남태식 역)의 오버스런 연기는 감정선을 살리기보다 어딘가 멀리 내보내고 있다. 차라리 절제된 차가운 리얼리티였다면. 그도 아니면 떠들썩한 과장된 드라마이거나. 하지만...

 

드라마인데 드라마가 없다. 수사드라마인데 수사는 어떻게 찾아볼 수 있는데 수사와 관련한 드라마다 없다. 있다면 멜로를 위한 드라마일 뿐. 수사는 거들 뿐인가? 수사의 치밀함도, 진실의 엄정함도, 관계의 첨예함도, 그렇다고 과정에서의 치열함도 없는, 그러나 로맨스는 달달하다. 송지효가 이렇게까지 수사드라마에 어울리는 배우인가는 처음 알았다. 조민주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어울리는가.

 

아무튼 그래서 지금도 남는 의문이 이영준의 어머니는 그의 범행사실을 과연 몰랐을 것인가? 이영준이 이미 5년 전 살인을 저지른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래서 정신병원에 갔다가 퇴원한 뒤라면, 더구나 비슷한 방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면, 아예 방치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영준의 행적에 대해 전혀 눈치 못채고 있었던 것일까? 역시 이 부분도 갈등을 보다 극대화시켰다면 드라마로서의 극적 효과가 있을 텐데.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말하면 비판을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닌가. 로맨스를 위한 드라마는 있다. 그러나 수사를 위한 드라마는 없다. 로맨스를 위한 캐릭터는 있다. 그러나 수사를 위한 캐릭터는 없다. 오히려 사건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들을 기사로 써내려는 조민주의 캐릭터가 흥미로운데도 와 닿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남의 이야기 같다.

 

어느 사이엔가 드라마를 재미를 위해서가 아닌 비판을 위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욕하면서 본다고나 할까? 정이 들어 버렸다. 미운 정도 미운 정이라고.

 

억지로 관심을 가져본다. 과연 5년 전 박세혁과 허은영과 정일도가 함께 얽힌 그 사건의 내막은 무엇인가? 경찰청장과 국회의원이 얽혀 있는 - 권팀장(장항선 분) 얽힌 그 흑막이란 무엇인가? 조민주와 조상태의 관계는? 하지만 역시 핵심은 박세혁과 조민주, 정일도와 허은영 커플의 장래겠지.

 

조금은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수사드라마임을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그래도 수사가 주다. 순정만화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랑만 하지 않는다.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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